나는 가수다

‘나는 가수다’는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한 곡의 노래를 2주 동안 준비하여 이렇듯 심혈을 기울여 열창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특히 윤도현과 그의 밴드가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은 왜 대중가요가 존재하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TV를 보면서 <나 항상 그대를>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해석하고 소화해 낸 윤도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지요. 물론 다른 6명의 가수들 또한 대단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나는 가수다’를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사건입니다. 사건이란 말이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나는 가수다’는 사건이 갖추어야 할 극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처음부터 채택했던 꼴찌 탈락이라는 파격적인 진행방식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시작과 함께 넘어진 것입니다. 그 파열음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결국 쏟아지는 비난 앞에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던 가수 한 사람이 치명상을 입었고,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책임 PD는 사퇴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수습 방향은 진행형입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논평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바이벌 방식은 그렇잖아도 배틀화된 대한민국을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쯤에서 접어라.” “프로그램이 성공할지는 몰라도 무리한 기획이었다.” “아이돌그룹이 음악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A급 가수라도 생존의 문제 앞에는 어쩔 수 없다.” “진짜 노래하는 가수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백가쟁명식의 논쟁 속에 오랫동안 ‘수요예술무대’를 제작했던 한봉근 PD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립니다. “요즘 가수가 없습니다. 예능에 기대지 않고서는 어떤 가수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세시봉 가수들도 ‘놀러와’에 출연하고서 뻥 터졌습니다. 결국 TV에 출연해야 몸값이 올라가고 여기저기 행사에라도 불리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가수다’를 외치는 가수들의 절규가 느껴집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얹히지 않고서는 노래하는 가수가 존재할 수 없는 현실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원칙도 없으면서 공정사회를 외치는 한국사회의 허상을 ‘나는 가수다’가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국 구석구석 노래방마다 노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는 나라에서 제대로 노래하는 가수가 발붙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시장의 논리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생존을 위해 가수들이 예능에 기대는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교회의 목회 현실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마저 온갖 목회적 엔터테인먼트를 동원해서 목회를 합니다. 얼마나 많은 목회자가 하나님나라 백성공동체를 세운다면서 이런 목회적 예능에 기댄 채 목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라면서 말입니다. 물론 이런 현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 안 되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온갖 목회적 엔터테인먼트에 기대면서도 목회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신과의 싸움을 수행하는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 응원을 보냈으면 합니다. 복음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진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노래다’라며 ‘나는 가수다’의 예능적 접근을 무색하게 만든 윤도현의 완벽한 노래는 그래서 희망입니다. 다시 한 번 윤도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