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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3월 18일 (금) 23:22:47
최종편집 : 2011년 03월 19일 (토) 00:02:16 [조회수 : 2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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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희망쏘는 목사
결혼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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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섭 목사 |
4월 마지막 토요일에 결혼식 주례를 두 번이나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노처녀, 노총각이 각각 시집, 장가를 가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기쁜 마음을 겨우 ‘예식장이 가까이 있어 다행’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노처녀는 나이가 46살입니다. 그런데 자기보다 무려 5살이나 어린 총각과 결혼을 합니다. 모두들 부럽다며 난리가 났습니다. 노총각은 나이가 40살인데 역시 자기보다 나이가 8살이나 어린 자매와 장가를 갑니다. 정말 보통 재주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교회 내의 다른 노총각, 노처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영 편치 않습니다. 원로 장로님 한 분은 교인들에게 두어 달에 한 번씩 노총각, 노처녀들의 리스트를 돌리면서 기도 부탁을 합니다. 리스트에 오른 본인들이 민망해 할까봐 명단을 그만 돌리라고 눈치를 줘도 장로님은 꿋꿋하게 중보기도 요청을 합니다. 그 리스트에 당신의 아들들도 3명씩이나 포함되어 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 싶어 모른 척 하곤 합니다. 어떻게 된 게 30대 중반이 넘었어도 노처녀, 노총각이란 말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의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에 크리스천 여성들의 연애지침서를 표방한 <사랑하기 좋은 날>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그 책은 교회 안에 갇혀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과감한 연애(?)를 주문하였지요. 하지만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교회 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광범위한 사회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노총각, 노처녀들의 증가가 단순히 결혼적령기를 놓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님을 말해줍니다. 기존의 결혼제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곳곳에서 ‘결혼은 꼭 필요한 제도인가?’라는 논의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잖습니까.
하지만 이를 결혼제도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결혼제도는 인류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이는 성서에서도 발견됩니다. 성서는 일부일처제를 순결한 가정의 토대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구약성서는 족장들의 일부다처제를 용인하고 있습니다. 결혼제도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기존의 봉건적이고 억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현상으로 보아야합니다. 새로운 결혼제도로 이행하는 사회적 진통현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사회에 알맞은 결혼제도는 무엇인가’를.
작년 3월에 발간된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라는 책은 30대 여성들의 입으로 결혼파업이라는 충격적인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30대 여성 5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후에 쓴 책으로 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현상은 소극적 기피현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적 행위임을 강조합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윤단우와 위선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30대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결혼하면 살림이며, 아이들 양육에 시댁 대소사까지 치르는 일이 모두 여자 몫이니 결혼에 선뜻 뛰어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돈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결혼제도 때문이다. 우리가 이기적이어서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시대와 불화하는 결혼제도 때문에 본능적인 모성애와 번식 욕구마저 포기하고 기존의 결혼제도에 반기를 드는 불복종을 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조한혜정교수는 이들이 주장하는 ‘결혼파업’현상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파업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기르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조한교수는 기존의 결혼제도 안에서 유지되던 건강한 사회의 틀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제도적인 틀을 새롭게 마련하자고 합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절망적이던 프랑스 사회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시민연대계약”이란 “느슨한 결혼제도”를 도입한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시민연대계약’은 오직 당사자 두 사람의 의사만 중요합니다. 기존의 결혼과는 달리 주례도, 증인도 필요 없이 당사자 두 사람만의 합의에 기초하여 결혼을 계약합니다. 파기할 때도 굳이 합의할 필요 없이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도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철저하게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이 제도가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반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묻게 됩니다. 결혼의 관문을 통과하려면 엄청난 금액의 돈과 자기 포기에 가까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에서, 두 남녀의 사랑만으로는 버티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결혼제도 앞에서, ‘시민연대계약’과 같은 느슨한 결혼제도를 도입하자는 가시적인 운동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는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역설적이게도 성서의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철저한 개인주의 신앙으로 무장한 한국교회에 어울리는 답은 ‘시민연대계약’ 류의 것은 아닐까요.
결국 현 사회체제와 맞붙을 공동체신앙으로 근력을 키우지 못한 한국교회는 어떤 사회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 파업으로 고통당하는 젊은 세대에게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 될 수 있으려면 우리는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공동체의 삶을 연습해야 합니다. 결혼은 두 남녀가 돕는 배필로 만나는 것입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배필은 구원자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맘껏 사랑하며 서로를 구원할 수 있도록 낮은 단계이지만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신앙의 회복에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한국교회는 깊은 불임에 빠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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