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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섭칼럼] 구제역 확산소식에 오배랩되는 부모님 얼굴
방현섭  |  racer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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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1월 05일 (수) 11:47:27
최종편집 : 2011년 01월 06일 (목) 00:20:18 [조회수 : 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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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구제역 확산소식에 오배랩되는 부모님 얼굴

내 부모님께서 2006년에 소위 귀농이라는 것을 하셨다. 귀농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하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노년을 보내시겠다고 내려가신 것이다. 사실은 하시던 사업이 있었는데 예배당 건축을 우리가 직접 하게 되면서 손을 보태신다고 하시던 일을 정리하시고 넉 달 동안 함께 건축일에 달라붙으셨다. 그러다가 공사를 마치게 되니 마땅히 하실 일도 없고 하셔서 형제들과 함께 마련한 강원도 인제의 땅에서 농사나 지으시겠다고 가신 것이다.

어린 시절에 농사를 좀 지어 보셨다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운수노동을 하면서 지내셨기 때문에 솔직히 미덥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자식이라고 딱해 해드릴 것도 없는 판에 그러시라고 했다. 그렇게 내려가신 강원도 생활이었는데 내려가신 그 해에 강원도 인제에 닥친 엄청난 산사태와 홍수피해로 사시던 가건물이 다 산사태에 매몰되고 어머니도 큰 위험을 당하시기까지 했다. 산사태 며칠 후에 인제로 내려가 무너져내린 계곡을 세 시간 동안 기어 올라가 아버님을 뵙기도 하였는데 그 때의 그 처절함은 모든 복구가 다 끝나고 예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농토가 정비된 후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셨다. 고추농사, 감자농사, 피망농사를 중심으로 몇 해를 지으셨다. 인제에는 청양고추 작목반이 형성돼 있었기에 판매와 유통망이 없으신 부모님은 자연스럽게 고추농사를 지으시게 되었다. 그런데 농사라는 것이 풍작을 하면 망하는 구조였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피망 20Kg 한 상자가 4,000원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어느 해는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어 벌은 수입이 이런저런 비용을 다 제하고 800만원이었다. 800만원이면 열 달 동안 일했다고 치고 한 분이 한 달에 40만원씩 번 셈이다. 해마다 이런 식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농협의 돈을 빌어다 쓰고 갚는 식이다. 현실이 기가 막혔다. 원체 부지런하기로 유명하신 아버님을 농번기 때 뵈면 살이 쪽 빠지신게 무슨 난민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기가 막힌다. 살이 쪽 빠지실 정도로 일하시는데도 월 40만원 벌이라니 말이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부모님은 소를 키우셔야겠다며 빚을 내 다섯 마리를 사셨다. 암소가 새끼를 뱃다고 좋아하셨다. 농사일이 고되니 고추를 조금만 하시고 소를 열심히 키우시겠다고 하시던데 요즘은 소 먹이 주시는 재미로 사시는 것 같다.

지난 송구영신예배에 맞춰 본교회에서 예배 드리시겠다던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못 올라오신다는 것이다. 구제역 때문이다. 구제역이 청정지역 강원도에 이미 들어선데다 옆동네인 홍천에까지 왔다는 것이다. 가급적 사람들 만나지 않고 드나들지도 않으려고 하신다는 것이다. 저도 기꺼이 그러시라고, 솔직히 올라오신다고 하는데 마음에 걸렸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못내 아쉽다.

도무지 이상하다. 구제역이 전염성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전국적인 규모로 유행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방제를 담당하는 이들은 뭘 하고 있었길래 순식간에 이렇게 퍼지는가 도무지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이 이상하다. 진즉에 발견된 구제역에 대해 모르는 체 하다가 근 한 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대응을 했다는 소문이다. 그 이유는 한미 FTA와 관련하여 미국이 요구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구제역의 발병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런 청천벽력 같고 너무 음모적인 소문을 듣고 설마 그렇게까지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여러 모로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이 미국정부에 보여온 충성도를 고려한다면 더욱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시기가 너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방제작업을 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인정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두껍을 쓴 사람이, 그것도 대통령씩이나 된 사람이 설마 자국민을 상대로 그렇게까지야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뭔가 석연치 않고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음모이고 소문이니 단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원인이 어찌됐건 간에 구제역이 이처럼 전국적 규모로 급속도로 퍼지는데 대한 당국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마땅하다. 그저 노인들이 모여 사는 농촌에서 그래도 자기 먹을 것은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버티는 농민들이 구제역으로 받아야 하는 상처는 또 말할 수 없이 크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이 나라가 농민과 농촌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포기한 잉여인구, 잉여지역 정도가 아닐까?

구제역 확산사태 뉴스방송을 보면서 부모님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하시는 대부분의 일들이 다 잘 안 풀려도 그저 다 하나님의 뜻이려니 하면서 70인생을 살아오신 분이시다. 이제 사시면 얼마나 사실까? 그런 부모님의 짧은 노년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정부가 미치도록 미울 뿐이다. 어디 내 부모 이야기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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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115.137.176.130)
2011-01-10 00:29:38
배추 값이 올랐을 때 정부의 주된 역할은 농업 정책의 변환가 아닌 중국 배추의 수입이었지.
아니었음 하는데 쩝. 아무래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한우를 다 죽였으니. 국민들에게 값싸고 좋은 고기(?)라는 이해를 가진 이명박 정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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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자 (121.73.204.90)
2011-01-06 19:02:29
부모님을 생각하시는 애뜻한 마음에 제 가슴이 저려옵니다. 농어촌과 서민들을 우선적으로 신경쓰는 복지국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진솔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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