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자요 

오늘은 '회개는 은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입으로, 머리로 하는 회개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영혼의 심연에서 길어 올리는 애통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은혜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 집사님이 있습니다.온 가족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요.그 집사님은 여러 해 전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 병수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부께서 설사를 늘 하는 증상을 함께 갖고 계셨답니다. 치매도 치매려니와 시도 때도 없이 설사하는 노인을 뒷바라지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의 어머님에게도 몇 년 전 약한 치매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연로하시니까 설사도 자주 하셨구요. 그런데 설사를 하신 뒤, 당신 손으로 그 변을 만지시는 겁니다.그래서 자식인 저도 무척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며느리인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아무튼 시아버지 병수발로 힘들었던 집사님은 궁여지책으로, 제공하는 식사량을 줄였답니다. 점점 줄이다가 굶기기도 했다는군요. 결국 시아버님은 빼빼 말라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는 기독교식으로 은혜롭게(?) 치렀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요즈음 그 집사님에게 회개의 은총이 임했습니다 .살인죄에 관한 말씀의 칼이 마음을 찌른 것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아벨의 핏소리가 하나님을 행해 호소했듯이 시아버지의 호소하는 핏소리가 들린 것입니다.

이제까지 그는 교회, 집안, 동네에서 효부라는 소리를 듣고 지내왔습니다. 시아버지 병수발을 한 착한 며느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것이지요. 어느새 그것은 은연중에 영혼의 훈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과 혼과 관절을 찔러 쪼개는 칼과 같은 말씀 앞에서, 인간속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눈 앞에서 우리의 겁데기, 가면은 벗겨지고 갈갈이 찟기게 되지요(히4:12-13). 또한 우리에게 임하시는 성령은 예수님에게 임했던 성령과 같은 영이지요. 그 성령을 충만히 모시고 살았던 예수님은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에게 바리새인들이 돌로 치려할 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을 던지셨던 분이지요. 당시 땅에 쓰신 글씨는 아마도 바리새인들의 간음죄 목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집사님은 뼈저린 회개를 했습니다. 피어린 애통의 회개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찢는 통회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살인자'라고 골방에서도 하고 공개적으로도 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그런데 나도 이 집사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아내가 8년 간 병석에 누워지내다 이제 식물인간이 되었을 적에, 나는 아내가 빨리 갔으면 했습니다. 사지가 다 굳어 마른 명태처럼 된 아내를 수발하면서 너무 힘겨워, 그랬던 것입니다. 그런 마음은 아내를 향해 분노로 표현되었고 탄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의 언행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독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 강단에서는 경건의 모양으로 설교 했고 집밖에서는 착한 남편 소리를 들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아담이 죄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 것처럼 책임을 타인이나 환경에게 전가하기에 능란합니다. 또 합리화시키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자기 죄는 분명 자기 것입니다. 그 죄의 삯은 반드시 오는 법이고.

회개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입니다. 예수님의 위대한 대속의 피의 효력은 인간이 회개를 할 때에만 발생합니다.

그런데 회개엔 농도가 있고 깊이가 있습니다. 가슴을 찢는 애통, 영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통회, 회개가 범람하여 그 열매까지 맺는 진정한 돌이킴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은총이라는 생각을 오늘 새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어지는 은총이라고 해서 회개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약화되지는 않습니다. 회개의 감동, 기회가 주어질 때 그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응답은 인간이 해야합니다. 구원의 밧줄을 던져주실 때 그 밧줄을 잡아야 하는 존재는 인간입니다.

그러면 회개의 때는 언제일까요? 
지금이 바로 회개의 기회입니다!

"주여,저에게 회개의 은혜를 충만히 부으소서.
아예, 죄인인 저는 죽이시고 장악하소서.
나를 살아 주옵소서!"

김달성목사(십자가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