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년 10월 07일 (목) 22:50:44 최종편집 : 2010년 10월 08일 (금) 01:29:56 [조회수 : 2115]
북한 독재세습과 코리언퍼레이드
▲ 등촌 이계선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돌섬을 탈출하여 하루 종일 세상구경을 나갔다. 아침에 후러싱에 들려 라디오코리아의 토요토론에 참석하고 정오에는 맨해튼 코리안퍼레이드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라디오코리아의 단골패널로 통하는데 지난 2월 돌섬에 온 후로는 8개월 동안 침묵이었지요. 그런데 크리스장이 진행하는 이번 토요토론의 주제(主題)가 저를 자극했습니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등장한 북한의 제2인자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뽑아 도깨비장난을 즐기고 있는데 자유세계는 양들의 침묵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라디오 토론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김정일이가 군대도 안 다녀온 스물일곱 살 배기 아들 김정은과, 시집간 여동생 김경희에게 대장계급장을 달아주는 것을 보고 ‘정일이가 애들 장난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급은 소위에서 중위, 대위로 계단을 밟고 단계적으로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군대도 안 다녀온 20대 철부지와 아줌마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대장이라니......,
그런데 그런 경우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김정은은 27살에 대장이 됐지만 저는 여섯 살 때인 60년 전에 대장이 됐었습니다. 대장이 뭡니까? 임금도 했지요. 고향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동내꼬맹이들은 모이면 대장놀이 임금놀이를 즐겼지요. “자 이제부터 나는 임금이고 너는 대장 그리고 예쁜 제옥이는 왕비가 되는 거야” 하면 우리는 대장이되고 임금이 되고 왕비가 되어 신나게 놀았습니다. 미 국무성 대변인도 3대에 걸친 북한의 독재세습 발표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TV에 나오는 리얼리티 쑈”라고 애들 장난취급을 했으니까요.
이날은 뉴욕3명 오리건1명 일본1명해서 5명의 패널들이 출연했습니다. 하나같이 진지하고 심각하고 열정적이었어요. 일본에서 전화로 참여한 김명철박사는 김정일 대변인으로 통하는 조미평화센터(朝美平和)소장(所長)이었죠. 입을 열자마자 북한의 자살행위라고 목청을 높이기에 이양반이 이번에 정신을 차렸나 했습니다. 그런데 해괴한 논리로 빠지더니 김일성 3대는 북한 2300만 인구 중에 가장 훌륭한 인물이기에 세습돼야 한다고 추켜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오리건주 상원의원을 지낸 임용근의원은 신학교출신답게 감상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김정은은 젊고 외국유학을 다녀와서 세상을 볼 줄 알 것입니다. 안목이 있어 세계정세에 보조를 맞출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더 평화적 일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정부 미국정부 세계 여론은 반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닐까요?”
맨 나중 차례가 된 나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미디발언을 한 것입니다. 계속해서 찬반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찬성측은 김일성왕조(王朝)도 좋다는 식으로 몰고 갔습니다. 맨해튼 코리언퍼레이드에 참석하려고 중간에 일어선 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김일성독재세습은 왕(王)이 아니라 신(神)의 수준입니다. 임금은 그래도 어전회의에서 중신들의 의견을 듣고 백성들의 상소를 경청합니다. 그런데 김정일은 국가 시스템도 법규도 헌법도 필요 없어요. 그가 입을 열어 말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겁니다. 창세기의 신(神)이 그랬거든요. 입을 열어 가라사대, 하면 창조도 기적도 말 하는 대로 척척 이뤄지는 게 신이니까요”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신이 되려는 인간들은 사이비 이단노름을 즐기다가 결국 귀신들려 망할 뿐입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도깨비장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반응이 문제입니다. 김정일은 악마의 장난을 즐기고 있는데 양들의 침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진보세력은 물론 보수 세력도 입을 다물고 있어요. 용감무쌍한 반공단체인 해병전우회 재향군인회도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저는 중간에 일어나 맨해튼으로 가서 코리언 퍼레이드에 참가했습니다. 서재필박사 신우회팀에 합류했습니다. 38가에서 27가까지 브로드웨이를 따라 맨해튼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행진입니다. 남녀노소 동서고금이 어우러진 행진입니다. 부산의 허남식 시장은 조선시대의 수군통제사(?)를 이끌고 달려왔습니다. 임진왜란 복을 입은 일본 병사들도 보였습니다. 참회행렬인가 봅니다. 아가씨들과 노병들이 이끄는 미국군악대의 팡파르가 지축을 울립니다. 고전무용 현대무용 태권도 팀이 신나게 춤을 춥니다. 5천년 한국역사가 세계의 중심 맨해튼 심장부를 관통하는 코리언 퍼레이드입니다.
저는 지난해부터 참석했습니다. 애국심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아주 어색했었지요. 그런데 걸어보니 보무당당 자랑스러운 대한남아의 발걸음입니다. 해서 금년에는 아내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코리언 퍼레이드를 끝내고 파라커웨이로 돌아가는 전철을 탔습니다. 오늘따라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는 자꾸만 하다말고 나온 오전의 라디오토론 상념에 젖어들어 졸음이 왔습니다. 아내가 깨우듯 말했습니다. “여보 다 왔으니 일어나요. 오늘 코리언퍼레이드가 즐거웠어요. 내년에도 맨해튼코리언 퍼레이드에 가자구요” “내년에는 평양으로 가서 코리언 퍼레이드를 합시다. 김정일의 도깨비장난이 망하고 남북이 통일 되면 평양에서 통일 퍼레이드를 할 게 아니오?” 나는 동문서답처럼 대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