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귀 틀어막고 책에 눈 꽂은 채 ‘당사자 해결론’을 주론(主論)으로 삼고 있던 나는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양측에서 날라드는 문자들을 읽고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 나는 나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미 내가 속해 있는 서울남연회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구나!’

그런데 양측에서 날라드는 문자들을 통해 판단하건대 서울 남연회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재선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 모든 사람들과 ‘적대적(敵對的) 관계’를 맺은 결과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되고 만 것인가? 왜 2년 동안의 무관심과 침묵 속에서 잠잠히 있다가 난데없이 서울남연회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조직의 정책에 역행하는 반대자가 되고 만 것인가? 대체 내가 왜 느닷없이 지난 2년 동안 무관심 속에서 지내오다가 갑자기 내가 속한 서울남연회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만 것인가?

이에 대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 내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진 내 의사 발표 권한을 행사하지 말 것을 일방적으로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 대해 결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내 생각을 나타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것은 자연스럽게도 ‘항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행정수반의 이름으로 내려 온 명령에 따르지 못하겠다고 의사발표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것으로 나는 조직에 반대하는 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원인 제공은 개인의 천부적인 의사 표현을 행정력으로 억제하고자 했던 조직의 횡포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왜 개인의 의사 표현을 조직의 행정력으로 억제하려고 하는가?

다음으로, 서울남연회는 조직의 행정수반자인 감독의 이름으로 명령서를 하달하였다. 내 생각에 조직의 행정수반은 개인의 천부적인 권한을 행사하라, 마라 명령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개인에게 주어진 유일한 의사 표현을 독려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법적으로 잘못된 불법 사항이 있다면 행정력으로 고쳐 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행정수반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그런데 행정수반의 이름으로 천부적인 개인의 유일한 의사 표현을 억제하는 명령서를 발송했다.

왜 그래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자기의 편을 만들기 위한 행정력 동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행정수반에게 주어진 권력을 오남용(誤濫用)하는 일이다!  미미한 액수이지만 나도 연회부담감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남연회 행정수반은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2년간 부여한 행정력을 내 입을 틀어막고자 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이 나의 생각을 천명(闡明)하고자 한다.

1. 7.13 재선거는 불법이라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문자를 발송하는 것에 대해...

만일 재선거가 정말로 불법이라면, 개인에게 주어진 고유한 의사표현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하지 말고 상식과 이성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논설력을 펼치며 법적으로 대응하라. 법적 대응이 옳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라. 정치적 타협이 안 된다거나 못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무능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2. 7.13 재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측의 입장에 대해...

내가 알기로 7.13 재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측은 이미 세 번이나 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때 모두 특정 어른을 감독회장으로 모시자고 의견 합의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점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왜 그래야 했던 것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그들의 최고 수반을 모시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면, 재선거에 참여하지 말라고 종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체 왜 이미 최고 수반을 모시고 있는 측에서 반대 측 사람들에게 재선거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감리교회가 둘로 나눠질 것이 염려되어서 그러는 것인가?

만일 그런 이유로 그러는 것이라면, 왜 지금까지 정치적 타협을 이루지 못했나? 서로 거래가 될 수 없는 평행선 집단이라 그랬던 것인가? 그러면 왜 서로 평행선이었던 것인가? 도무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바로 이 점을 들어 이번 투표에서 내 개인의 의사를 유효표, 무효표 둘 중의 하나를 통해 내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개인들의 의사 표현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아야 다음에 민의를 살펴 정책에 반영할 것이 아닌가?

3. 7.13 투표를 독려하는 측에 대해...

7.13 투표를 독려하는 측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 이쪽은 왜 저쪽을 담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인가? 대체 왜 저쪽으로 하여금 불법 소리를 하게 만드는 것인가? 지금 내가 2년 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이런 소리를 한다고 해서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투표 막판에 딴 소리하는 것이냐?’고 짜증낼 것인가? 과연, 두 귀 틀어막고 책에 눈 꽂고 지내왔다고 해서 우리 감리교회 판도를 전혀 모르고 이런 뒷소리나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각 후보 참모 진영들에서는 이번 재선거 이후 상대방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어떻게 같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포용정책을 최우선과제로 하고 있는가? 이런 사태 속에서 재선거를 치른다면 가장 최우선시 해야 할 전략적 정책이 무엇인가?

여기서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번 7.13 재선거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은, “과연 누가 감리회의 리더가 되어 이 분열의 기세를 맞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그런데 만일 ‘그럴 만한 인물은 눈 씻고 봐도 없다’고 판단한다면, 무효표를 던짐으로서 그와 같은 자신의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개인에게 주어진 의사표현의 유일한 기회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인가?

4. 학연, 지연, 인맥, 혈연으로 묶인 패거리 문화를 넘어서...

내가 알기로 이 문제는 이번 감리교회 사태와는 전혀 무관하다. 재선거 불참을 명령한 서울남연회 행정수반이나 재선거 불참을 독려하는 측의 사람들이 모두 한 학교, 한 지역, 같은 성씨 집단으로 구성된 패거리 일당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재선거 불참 명령에 항명의 뜻을 표하며 일면 안심하고 있다.

“보라... 양쪽 모두가 이런 한계를 이미 넘어 서 있지 않은가? 모든 조직과 집단에는 여야가 없을 수 없는 법. 따라서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 대타협의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리더들의 두뇌이어야 할 터... 다 잘 될 것이다!”

나는 이런 기대가 나만의 목가적인 낭만의 환상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번 재선거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5. 재선거에 참여해서 유효표를 던질 것인가, 무효표를 던질 것인가.

솔직히,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선거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선거공보... 투표하는 그 순간까지 읽을 것이다. 그리고 내 신분이 확인되고 투표용지가 내 손에 쥐어지는 그 순간, 나는 내 목소리를 분명하게 나타낼 것이다.

무효표?  내가 투표용지를 받아 쥔 그 순간 그 용지를 무효표로 만든다면, 이번 재선거는 무효이다!

유효표?  내가 투표용지를 받아 든 그 순간 그 용지를 유효표가 되게 한다면, 이번 재선거는 유효이다!

그러면 이 때, 나는 누구를 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겠지...과연, 내가 이 재선거를 유효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그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

나는 지금 나에게 발송되어 온 선거공보를 투표용지가 내 손에 쥐어지는 그 순간까지... 두 귀 틀어막고 책에 눈 꽂고 지금까지 지내왔던 바로 그 자세로 선거공보에 박혀 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현미경으로 살피듯 읽고 있다가 최후의 순간에 결정할 것이다!!! 선거공보, 그것이 유일한 나와의 대화 채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