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 투표로 내 생각을 말하겠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감리교회 감독회장 선거 사태에 대해 관망만 했었다. 이유를 말하자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나는 같은 지방의 어른께서 감독회장 사태의 한 복판에 서 계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분께 대해 무심했다. 아주 무심했다. 솔직히, 난 그 분을 외국인 보듯 했다. 나와 다른 분이라고 못 박았었으니까, 그리고 그 분도 나에 대해 뭐, 별로... 신경 쓰실 일이 있었을까마는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고 인사차 뵙고 싶다고 했더니 새벽기도 끝난 다음에 보자는 그 분 특유의 시간 약속이 번번이 어긋났었다. 결국 지금까지 교회개척 관계로 인사를 드리는 일은 없게 되고 말았다. 같은 지방인데...

뿐만 아니라 감독회장 선거 사태 한 복판에 서 계신 다른 지방의 바로 그 어른과 같은 지방에서 목회하고 있는 아무개 목사는, 내 알기로는 그 어른의 수족 상태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분과 같은 지방에 있으니 그 분의 사람이련...’ 판단했는지 연회 때마다 만나 피차 인사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감독회장 문제에 대해서는 나에게 단 한 마디가 없었다. 정보 수집 차원에서라도 궁금한 것이 있을 법도 할 텐데 전혀... 그래서 오히려 내 쪽에서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쪽은 사람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가 보죠? 삼고초려는 그만 두더라도 한 번 찍어 보기라도 해 봐요. 내가 어떻게 판 한 번 만들어 보나...’

어쨌든, 나는 지난 2년 간 감리교회 사태에 대해 무심했다. 애써 무심하려고 했었다는 표현을 할 것도 없다. 나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하겠지. 이것 좀 봐, 지금까지 2년 동안 주님도 나처럼 구경만 하고 계시지 않는가 말야.’ 라는 “당사자 해결론”을 갖고 있었다. 나 자신도 내 문제에 관한 한 ‘당사자 해결론’에 입각하여 지금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버텨내고 있기에 -그랬더니 주변에서 돕는 손길이 나타나 ‘주님의 은총, 주님의 인도하심...’ 등의 신앙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욱 이런 무관심이 여기까지 오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 내가 지난 2년 동안 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에 대해 무심했던 이유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정치 놀음의 결과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감리교회는 지난 2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 주(州)가 우리나라 면적의 몇 배가 되는 크기의 땅덩어리 50주(州)를 관리하면서 세계를 이끄는 대통령이 나보다 몇 개월 후에 태어난 동년배인데도 이 나라 감리교회는 원로원 정치인지 뭔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럭저럭 잘도 굴러왔다. 40대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되는 시대에 총대조차 아닌 나는 이 나라 감리교회의 막강 원로원 정치 구도 속에서 열심히 부담금 내는 ‘봉?’노릇만 해야 하는 입장, 이러니 감리교회에 대해 내가 무슨 관심인들 가질 수가 있으며 관심을 가진들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이런 심정은 동기들뿐만이 아니라 내 학번 바로 위아래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인지, 그 누구도, 심지어는 가까운 동기들조차도 같은 지방에 있기에 아무개 후보에 대해 물어볼 만도 할 텐데, 같은 지방에 있으니 당연 그 분의 사람이려니 하는지, 아니면 물어 봐야 신통치 않으련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내 입장과 비슷해서 감리교 원로원 정치에 무뎌져서 그런 것인지... 이러저런 것에 대해 질문 한 번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 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에 대해서는 별 관심들이 없이 목회에만 정열을 쏟고 있나 보군.’ 심지어 같은 지방의 선배들도 같은 지방 출신의 그 어른에 대해 단 한 마디가 없다. 다들 입 다물고 ‘갈 데까지 가보면 무슨 수가 나겠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인가? 주변 상황이 이런 모양이니, 더군다나 내 형편에 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에 대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같은 지방의 그 분에 대해 나 또한 관심가질 것도 없고 경쟁자와 치던지 박던지 궁금해 할 것도 없었다. ‘당사자 해결론’이 내 주론(主論)이니까 더욱 그랬다.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서, 큰 녀석이 초 6년 때 입학한 박사과정에서 녀석이 대학생이 된 지금 겨우 40%정도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다. 책에 눈 꽂고, ‘난 뭐, 주께서 인도하시는 대로...’를 말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저런 꼴 다 보기 싫은 터에 누가 뭘 물어보면 대답도 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그래? 난 잘 몰라... 논문 쓰느라...’

그런데, 오늘 이 시간까지, 투표장에 갈까 말까 하면서 당사자 해결론에 머물고 있던 터에 날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하나 도착했다. 감리교회 돈 있는 자들의 권력 싸움질에 대해 별 관심 없는 나로 하여금 ‘내 생각을 말하도록’ 나를 움직이게 만든 우편물이 등기로 도착했던 것이다! 우편배달부가 말하길, 등기이기 때문에 싸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뭔데 그래?’ 싸인을 하고 뜯어보니... 세상에,,,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천부적인 개인의 고유한 표현의 자유를 행정명령으로 억제시키다니... 차라리 이런 “명령서”를 보내지 말았다면 좋았을 것을... ‘말리면 더 싸운다’는 말을 모른단 말인가? 하지 말라니..., 혹시 이거 해야 하겠다는 반발심을 유도하는 것은 아닌가? 불법이니 참여하지 말라?

내가 속한 연회 감독의 이름으로 7,13재선거는 불법이니 투표하지 말라는 “명령서”였다. 내겐 ‘명령서’였다. 이것은 내게 ‘행정 권고서’가 결코 아니었다. 이것은 내게 ‘너에게 있는 투표권 행사하면 곤란하다’ 은근한 협박이 담겨있는 명령서로 받아들여졌다. ‘...절대 동참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속한 연회 현직 감독의 이름으로 하찮은 일개 개척교회 목사에게 이런 명령서가 하달되다니...

그래서 결심했다. “좋다. 나는 감독의 명령서에 대해 정중한 항명서를 올릴 입장이 못 된다. 그 대신 나는 내게 주어진 단 한 장의 투표용지로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이것이 내 생각이며 내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