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예수님의 삶

계절이 봄인데도 2010년 봄은 어지간히도 봄이 오기 싫은가 보다. 연일 들려오는 뉴스는 지구촌 곳곳에서 천재지변이 심각하게 우리들 가까이 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은 자연재해를 당하면서도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자연의 팔과 다리와 혈맥을 끊고 있으니 자연이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래도 봄은 온다는 자연의 법칙을 믿고 법학 교수의 강의를 듣고자 달려갔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인디언 이야기'라는 화두로 인디언을 닮은 박홍규 교수가 양화진 문화원에 나타났다. 박홍규 교수를 양화진 문화원 강단에 세웠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합당하지만, 교리적으로는 충격적이다 할 수도 있다.

과연 박홍규 교수, 그는 누구인가?

그는 법적으로 사는 자가 아닌 자연법적으로 살고자 하는 자유, 자치, 자연, 아나키즘 정신을 추구하는 인디언을 닮은 아저씨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를 최초로 제기한 학자로서 약자의 인권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노동법을 전공한 것은 그것이 '쌍놈을 위한 법'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억눌리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법을 공부한 것이다.

박 교수를 감히 교리적으로 거룩한 교단에 세웠다가는 이단이라는 돌팔매질을 당하는 스데반의 처지가 될 법도 한데, 양화진 문화원에서는 교단과 종파의 담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참으로 높이뛰기 실력이 초교파를 넘어 초종파의 수준까지 와 있어 모처럼 나도 외유 나온 기분으로 덩달아 신났다.

그래서 양화진 문화원은 항상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서로 다른 성별, 이념, 종교, 세대, 계층 안에서 지성의 담을 넘어 영성의 범주까지 흘러가는 강줄기와 같은 곳이다. 역시 이재철 목사님과 문화원을 섬기는 성도들의 지성과 영성이 바로 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게 했나 보다. 목회자가 건강해서 성도들이 이곳에 모인 것인지, 성도가 건강해서 이곳을 찾아온 것인지 그것도 사뭇 궁금하다.

누군가가 이러한 난센스 퀴즈를 냈다. "법무부장관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답은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었다. 가만히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의 강사 박홍규 교수는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는 영남대학교 교수다. 그러나 그는 법에 메인 자가 아닌, 사회 통합과 희망을 바라보며 자연을 삶의 스승으로 섬기며 살고 있는 자연주의자다. 자연을 침해하는 것 자체를 자연을 강간하는 정복자로 표현할 만큼 자연에 순응하며 삶을 나누는 자로서 범우주적인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었다.

인간은 수많은 정보와 역사를 통해서 자아 성찰과 자아 판단을 거쳐 지‧정‧의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마치 자신 안에서 추구하고 있는 지‧정‧의가 진리인 것처럼 살지만 때로는 많은 것에 왜곡되어 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많은 사료들 중에서 어떤 사료를 선택하고, 어떤 관점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느냐에 따라서 역사적 관점은 달라지기에 참진실은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것은 특히 역사적인 면에서 진실이 외면당하고 왜곡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결국 역사는 세월이라는 세척기 속에서 언젠가는 다시 정결하게 씻겨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박 교수의 강의를 통해서 그동안 참인가 거짓인가 궁금했던 과거 인디언 역사와 관련된 지난 역사의 거짓들이 벗겨졌다. 도대체 지금껏 알았던 것들에 대한 진실도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솟아났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서부극을 통해서 인디언을 만났다. 그들은 항상 악의 축,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역할을 감당해야만 했다. 백인들의 아메리카 정복은 위대한 정복, 즉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종교의 이름으로 거룩하게 왜곡된, 힘 있는 자들의 합당한 승리로 역사는 기록되어 있다.

당시 개척자였던 백인의 입장에서 인디언은 야만인, 또는 사냥의 대상인 짐승의 무리일 뿐이었다. 정당한 역사적인 선을 만들기 위해서 악의 축을 누군가는 감당해야 했기에 역사는 인디언들에게 잔인한 역할을 감당시켰다.

인디언 멸종의 역사를 참담한 심정으로 들으며 잠시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전쟁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선택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 정복이 정당한 것일까? 수천 년 동안 팔레스타인 땅에서 대대로 살았던 그들을 몰아내고 어린아이들까지 무참하게 살상하는 전쟁을 정당하다고 믿으며 가나안을 정복한 이스라엘 백성이 과연 신실한 신앙을 실천한 자들일까, 약탈자들일까.

가나안 땅과 같은 광활한 땅, 풍부한 자원과 함께 자연 속에 에덴을 이루며 살았던 인디언들 앞에 사악한 뱀이 나타나 그들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린 것이다. 그 모든 멸종의 비극은 종교의 신성으로 자행되었지만 역사는 청교도 정신까지 접목시킨 위대한 개척 정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과연 무엇이 청교도 정신이고, 정당한 침략이며 종교의 선은 어느 곳, 어디까지인지 역사에 묻고 싶다. 분명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학살도 침략도 아닌 생명 사랑일 텐데 …. 
                                                     

역사는 세월이라는 세척기 속에서 언젠가는 다시 정금같이 씻겨나온다.

인디언의 기도문에는 자연 속에서 호흡하시는 하나님께 향한 간절한 기도가 구구절절이 담겨 있다.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라"는 기도와 "노을이 지듯이 목숨이 사라질 때 혼이 부끄럼 없이 신에게 갈 수 있게 해 주라"는 기도 속에는 그들의 선함과 비움만이 남아 있다.

그들은 교리와 종파 없이도 자연과 함께 자연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살았다. 단지 종교라는 틀 안에 메인 자가 아닌, 공중에 나는 새처럼 자유함 속에서 차별 없는 평등 세상을 꿈꾸며 살았다. 그러나 침략자들은 잔인하게 그들의 땅을 빼앗고 생명을 죽이는 만행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의식 없이 죄를 잉태했다.

이 모든 악행 앞에 인디언들이 백인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한다.

"당신들 세상에서 우리들처럼 산 사람은 딱 한 사람, 당신들의 그리스도밖에 없다."

과연 하나님 앞에서 누가 면류관을 쓸 것이며, 누가 개털 모자를 쓰고 종아리를 맞을 것인지 이것 또한 궁금하다.

인디언의 삶은 철저한 모계 중심적인 사회로서 모두가 어버이요, 모두가 내 자녀인 가족 공동체를 이루었고, 남자는 전쟁과 종족을 번식하는 종내기일 뿐이다.

그들의 언어, 농기구, 관습들이 우리네 조상들의 삶과 신체적인 외모까지 흡사하다 한다. 그렇다고 우리 조상이 인디언이라 주장하는 것도 아니요 또한 우리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가 우리 땅이라 우기는 그러한 야만족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웃 나라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하니 말이다.

또한 인디언 사회에서는 추장을 셰프(Chef)라 하는데, 그 뜻은 '권력자, 지도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주는, 나누어 주는 사람이라 한다. 부족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는 사람을 추장으로 세우는 그들의 삶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법 없이 사는 진정한 자연인의 삶으로 정겹게 다가온다.

현재 인디언들은 자연에서 떠밀려 나 땅끝 보호 구역에서 침묵하고 있다. 짐승처럼 죽어야 했던 조상들의 혼백이 아직도 애팔레치아 산맥과 로키 산맥 자락에서 자연으로 남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진정한 주인은 자연에 순응한, 자연을 사랑했던 자연인들의 것이 아닐까?

신앙인은 관습처럼 매 주일마다 경건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지만, 때로는 우리 스스로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배보다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실체를 기만하고 인종, 종파의 갈등선에 신의 이름을 회칠한 수많은 약탈과 죄악들을 위장한 채 스스로 선민임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님은 종파와 이념의 담을 넘어선 간디와 달라이라마의 비폭력 평화 운동과 톨스토이의 비움을 통해서도 당신의 선한 뜻을 이루시는 초월적인 사랑의 하나님이 아닌가. 이제 그만 하나님을 종파와 교리로 회칠한 '불편한 진실'의 자리에서 '참진리'의 자리로 앉혀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불편한 진실은 참진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다. 날카로운 가시는 세상을 걱정하는 체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며 법으로 다스린다. 그래서 박 교수는 법을 공부했나 보다. 사람 위에 법이 우선인 나라는 약자만이 그 법망에 갇히므로 "법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약자를 살리는 것이 바로 예수님을 닮은 삶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박 교수 강의는 모두에게 병도 주고, 약도 주면서 모두 함께 아파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한 것이다.

끝으로 박홍규 교수에게 김종찬 진행자가 기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사회 약하고 열악한 곳에 왜 기독교인은 잘 보이지 않습니까? 신부님, 수녀님, 스님 그들은 자연이 파괴되는 곳마다 자연과 함께 아파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선한 사마리아 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는 해외에 나가면 주일날 교회와 성당을 갑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주일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갑니다. 나를 보고 사람들이 크리스천이냐고 묻습니다. 나도 잘 모릅니다. 여러분, 제가 크리스천입니까? 아닙니까?"

이글을 읽는 독자들의 답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답은 없을 것 같다. 답이 나오면 당연히 싸움은 또다시 시작될 것 아닌가? 차별 없는 평등 세상을 꿈꾼 인디언의 삶도 엄밀히 말하면 예수님을 닮은 삶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