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인용글이 실려 있음을 알려드립니다(편집국)

I. 서구 현대신학이 말하는 종말론

1. 요한네스 바이스(J. Weiβ)와 알버트 슈바이쳐(A. Schweitzer)의 철저한 종말론 

 바이스는 그 당시 칸트계몽신학에 뿌리를 둔 예수의 종말론의 관념주의적인, 본질적으로 세계내재적이고 윤리적 특징을 갖춘 하나님의 나라 이해를 극복하고 예수의 하나님 나라 표상의 유래를 후기 유대교의 묵시문학에서 찾았는데 그 원형의 3가지 유형은 초월성,이원론,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에 대한 희망이다. 슈바이처는 ① 예수의 하나님 나라의 이해는 묵시적인 본질을 갖고 있다. ② 예수의 메시지는 철저히 종말론적, 묵시적이다.

 ③ 예수는 이 하나님의 나라가 자기 생애 중에 곧 오리라고 믿었다. 이로써 슈바이처는 예수를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착각한 묵시적 환상에 맹신적으로 자기의 삶을 던져버린 미친 광신자로 이해하여, 그가 재발견했던 예수의 메시지의 종말론적 의미를 극복, 폐지했다. 다시말하면 이들이 말한 예수는 이세상의 개혁이나 혁명, 또는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회심 같은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세상이 끝장나고 아주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릴거라 보았다는 것이다.

  2. 루돌트 불트만(R. Bultmann)의 실존적 종말론

  "매 순간은 하나의 종말론적 순간이 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이 가능성은 실현된다. 역사의 의미는 항상 현재에 있다. 그리고 이 현재가 그리스도교 신앙에 의해서 종말론적 현재로서 파악될 때 역사의 의미는 실현되는 것이다.", "항상 현재 속에 역사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너는 그것을 방관자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너의 책임적인 결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매 순간 속에 종말론적인 순간이 되는 가능성이 잠들고 있다. 너는 그것을 깨워야 한다."(Bultmann,195f.) 즉 역사란 이순간들의 연속이므로 매순간 인간이 하나님의 하늘나라를 향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결단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불트만은 이처럼 종말론을 각자의 현재에서의 실존적인 만남(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결단)으로 철저히 전환시켰는데, 그는 바울, 특히 요한의 철저한 종말론의 현재화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그는 제4복음서 속의 미래적 종말론(시간과 관련된 종말론)을 후대교회의 개작이라고 추측했다.

 3. 칼 바르트(K. Barth)와 폴 틸리히(P. Tillich)의 변증법적 종말론

 1)초기 바르트(변증법적, 초월적, 가치론적 종말론)

 "하나님의 통치가 시간의 의미라고 한다면, 그것은 시간 속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물들과 나란히 있는 시간적 사물도 아니다. 시간 속에 있는 것은 죽음의 한계에 아직 이르지도 못했고 하나님에 의해 장악되거나 통치되지도 않는다. - 마지막 나팔의 소리가 들리고 죽은 자들이 일어나며 살아있는 자들이 변화되는 순간, 이러한 시간의 순간, 물론 시간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 그 종말, 그 무시간적 목표와 끝 - 그리스도의 부활 혹은 그의 재림, 이것은 시간적인 사건이 아니다. - 새 시대의 도래, 그때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 올 것의 통치, 이것이 부활이다."(Biblische Fragen, Einsichten und Ausblicke ; 1920) "어떠한 시간 속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그분의 출현,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시간의 신비, 지양, 기초 및 영원이기 때문이다."(Ro-2,402)-"

 시간이 영원과 같이 되었고 영원이 시간과 같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바로 그 때 이 가능성이 생긴다. 그것은 '순간의 인식' 속에서 일어난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간들 사이의 한 '순간'이며, 결코 시간 속의 한 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 속의 모든 순간이 이러한 순간의 완전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 순간은 과거가 물러가고 미래가 다가올 때 과거와 미래가 멎게 되는 영원한 순간, 지금이다. 시간은 그 신비를 노출한다."(Ro 2, 481) 여기서 시간의 전환이 종말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순간에 '시간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수직적으로 개입하는 창조적인 하나님의 행동이다. 모든 현실을 포괄하는 종말은 이미 현존하고 있다.

 미래는 곧 현재이며, '부활의 미래'는 '영원한 순간'과 동일시된다. 영원한 하나님 안에서 종말론은 태초론과 동일하다. 여기서 종말은 초월과 같은 뜻을 의미한다.(N.T, Bakker, In der Krisis der Offenbarung,39) 역사의 종말은 모든 시간과 그 시간에서 일어나는 것의 근거가 되는 원역사(Urgeschiche ; Overbeck)와 동일시되었다. 시간의 한계는 모든 시간의 한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기원이다. "참된 종말에 관해서는 매 시간마다 말할 수 있다. ; 종말은 가까이에 있다! 그것은 어제, 오늘 그리고 일에 관해서도 원칙적으로 해당된다."(Die Auferstehung der Toten, 1924, 61f) 바르트가 시간에 대해서 불교와 유사한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 주었다. 어쨌든 바르트의 종말에 대한 통찰이 그중 나아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의 개입이라는 표현을 깨달음 또는 각성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면 예수의 진리에 더 가까울 뻔 했다. 그러나 서구학자들이 흔히 하듯이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수사들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고 오직 성서속에만 하나님이 계시되어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면 그의 사유는 궁극적이지도 정밀하지도 못하다.

 2) 폴 틸리히(영원한 지금, System. Theo.Ⅲ)

틸리히도 역시 종말론의 문제를 영원과 시간의 변증법적 개념으로 생각하였다.

"우리의 시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현존'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시간을 끝없는 흐름으로 생각하면 '현재'는 없다. 현재의 수수께끼는 시간의 모든 수수께끼 중에서 가장 깊은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시간을 포함해서 그것을 초월하는 것, 즉 영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답이 없다. 우리는 현재에 산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위하여 언제나 새로운 '현재'로 갱신된다. 이것은 시간의 모든 순간이 영원한 것에 도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를 위하여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것이 영원한 것이다. 이 현재는 우리를 위하여 일시적인 '지금'을 마련하는 영원한 '지금'이다. 모든 시간의 소모된 힘을 뛰어 넘는 오직 하나의 힘은 영원이다. 그는(예수는) 전에 있었고, 현재도 있으며, 앞으로 오실 분- 처음이며 나중이다. 그는 '그'의 영원한 '현재'에서 우리로 하여금 쉬게 하신다."(영원한 지금, 139ff) 과거와 미래는 현재 속에서 만난다. 둘 다 영원한 '지금' 안에 포함되어 있다. 종말(eschaton)은 그 미래적 차원을 상실하지 않고서도 현재적 체험의 일이 된다. 우리는 '지금' 영원의 얼굴 속에 서 있다. 역사의 완성은 영원히 현재적인 역사의 끝에 놓여있다(하나님의 나라의 초월적 차원: 영생). 역사의 끝은 시간이 영원으로 이끌려 올라가는(고양되는, 초월되는) 것이다.(System. Theo.Ⅲ. 359f.)

시간과 영원, 종말에 대한 폴틸리히의 사유도 전통적인 신학자들의 것 보다는 뛰어나지만 과거와 미래 역사의 끝과 영원을 나누는 것을 보면 진리의 문 앞에 거의 도달해서 서성거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최고의 통찰속으로 밀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4. 판넨베르크(W. Pannenberg)의 보편사적 종말론(선취된 종말론)

판넨베르크는 라트(G. von Rad)의 구속사 개념을 확대하고(역사는 전통의 전승과정이고, 신학은 역사의 해석이다 : 구속사 신학), 묵시론적 역사 이해에 근거한 보편역사와 예수의 출현(특히 부활)의 종말론적(예기적) 성격에다가 헤겔적인 계시이해(역사의 종국과 완성에서 역사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사고 : 역사철학)를 종합함으로써, 보편사적 역사와 계시의 이해, 보편사적 종말론을 전개하였다. 판넨베르크는 그의 논문 '역사로서의 계시'에서 바르트의 말씀 계시(하나님이 말씀하셨다. Deus dixit)에 반대하고, 또 다른 한편 불트만의 실존적 계시이해(객관화할 수 없는 인간의 자기의식에서 증명되어지는 하나님, 실존의 의미성 속에서 하나님이 계시됨)에 반대하여, 하나님의 계시가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행동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판넨베르크는 라트의 구속사 신학을 수용, 발전시켜서 역사를 하나님의 보편역사의 관점에서 보았다.

역사는 인류의 창조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이르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에 의해 그 정점에 도달하는 전체로서의 역사로 간주되었다. 하나님의 계시는 이러한 보편사적 지평 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판넨베르크에 의하면 계시는 계시의 역사의 처음에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 마지막에 일어난다. 야웨의 신성은 계시의 사건들이 완전히 종결될 때에 비로소 증명된다. 묵시록의 역사표상에 따라 판넨베르크는 세계의 전 역사가 마지막까지 이르는 종말사건에 의해서 비로소 하나님의 최종적 계시(신성의 인식)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판넨베르크는 유대교의 묵시록이 이러한 보편사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한 하나님 인식은 역사의 종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계시는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에 의해 인식될 수 있다고 판넨베르크는 주장했다.

그러므로 판넨베르버크는 호프만(Hoffman), 쿨만(Cullmann)과 같이 역사를 세속사와 구속사로 구분하지 않고 역사를 보편사로 간주하여, 신앙을 지참하지 않고서도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판넨베르크에 의하면 역사의 종말은(즉 하나님의 신성의 보편적 계시는) 나사렛 예수 안에서 미리 앞당겨 일어났다. 예수의 지상적 선포는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예기(prolepse)였고, 예수의 부활은 세계 종말시에 일어날 부활의 선취(先取) 행위이다. 물론 예수의 역사 속에서 최종적으로 일어난 계시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선취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는 그 선취적 형식에서 최종적인 계시이다. 예수의 출현은 종말론적 성격을 지니고, 그의 운명은 종말론적 성격을 지닌다. 그의 인격 속에서 모든 시대의 종말에 나타날 하나님의 신성의 최종적 계시가 먼저 사건이 되었다.(Vorwegereignis : 선취(先取)적 종말론) 예수는 종말적 하나님의 계시자이고 예수의 부활은 종말 자체의 도래(여명)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항상 이미 역사종말의 선취로부터 살고 있다.

판넨베르크는 그럴듯한 사유의 이미지들을 솜씨좋게 짜깁기 했을 뿐  진리에 대한 통찰로부터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하나님을 역사에 개입하며 행동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역사계시라는 신조어도 그럴듯 하지만 하나님이 역사를 통해 계시한다는 발상 자체가 하나의 코메디이다. 역사가 무엇인가? 역사는 실체가 있는 것인가? 하나님이 역사를 통해 계시 한다면 어떤 사관을 통해 계시하는가? 왕조사관인가? 귀족사관인가? 민중사관인가? 인류사관인가? 아니면 동물사관이나 자연사관인가? 역사란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비추어 보는 인식의 틀에 불과한 것으로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인식의 틀로 보는 가에 따라 그 평가와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주 코메디같은 예를 하나들어 보자 한 때 배우 김명민이 주연한 역사 드라마“불멸의 이순신”이 인기를 끌었을 때 여의도 순복음교회 게시판에 “왜장 고니시는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이었는데 만약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이 조선을 정복하였으면 기독교가 더 빨리 조선에 들어올 수도 있었으며 임진왜란이 하나님의 선교사역의 일부일 가능성도 있다”는 어느 순진한 처자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대는 아마 어이없는 웃음을 짓겠지만 오히려 이 처자는 판넨베르크가 말하는 역사계시를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분이라면 그와 같은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또 한가지 예를 들면 한국전쟁은 한국기독교인들에게는 슬프고 비극적인 하나님의 계시이지만 오히려 일본인들에게는 무너진 국가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복된 계시가 아닌가? 마치 베트남국민들이 전쟁으로 죽어나갈 때  베트남참전을 통해 한국경제가 회생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진짜 하나님의 계시인가? 일본이 누리는 복인가? 아니면 한국의 비극적인 전쟁인가? 마치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에 대해 한 사람은 반 밖에 차있지 않다고 부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어떤 이는 반이나 차있다고 긍적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역사란 보는 시각, 처한 입장,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알겠는가? 판넨베르크는 역사에 대한 인식부터 제대로 했어야 했다. 역사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아니라 단지 인간이 그렇게 볼 뿐이다. 역사의 실체가 없는데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를 통해 계시를 한다는 말인가?

또한 ‘예수의 부활은 세계 종말시에 일어날 부활의 선취(先取) 행위이며 야웨의 신성은 계시의 사건들이 완전히 종결될 때에 비로소 증명된다. 묵시록의 역사표상에 따라 세계의 전 역사가 마지막까지 이르는 종말사건에 의해서 비로소 하나님의 최종적 계시(신성의 인식)가 일어난다’는 판넨베르크의 주장도 터무니 없는 것이다.

예수의 부활이 세계의 종말에 일어날 부활의 선취라니 예수가 마지막날 일어날 부활을 미리 경험하거나 보여주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말인가? 그래서 “너희들도 종말에 가면 예수처럼 부활할테니까 희망을 가지고 살아라”라고 하나님이 계시했다는 말인가? 그러면 예수가 보여준대로 어짜피 그대들은 종말에 가면 부활할테니까 죽을 때까지 대충 살거나 막 살아도 된다는 말인가? 이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않는 그저 '책상물림신학'일 뿐이다.

5. 몰트만의 종말론

 1. 종말론의 의의와 출발점(J. Moltmann : Theologie der Hoffnung/ 희망의 신학,1964)

 몰트만에 의하면 기독교의 종말론은 기독교의 희망론을 의미한다. 종말론은 올바른 신학의 마지막, 부록이 아니라, 그 시작이다.

"기독교는 다만 부록으로서만 종말론이 아니라, 전적으로 완전히, 앞을 향한 희망, 전망과 진군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는 또한 현재의 변혁과 갱신이다. 종말론적인 것은 기독교에 덧붙여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기독교 신앙의 매체이며, 모든 소리가 집중되어 조율되는 원음(原音, Ton)이고,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기대되는 새날의 여명의 색깔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래도록 종말론을 '마지막 일들에 관한 가르침'이나 '최후적인 것들에 관한 가르침'으로 불러오면서, 이 마지막 일들을 언젠가 마지막날에 세상, 역사 및 인간 위로 돌입해 올 사건으로 이해했다.

 이 사건들은 역사의 피안에서부터 차안으로 뚫고 들어와서, 모든 것들이 일어나고 움직이는 장소인 역사를 끝장 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러한 사건들이 '마지막 날'로 연기됨으로써, 그것들은 종말의 이쪽에서 역사 속에서 영위되는 모든 날들을 위한 그 지시적, 고무적, 비판적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기독교 신앙이 전수해 준 성서적 증언은 이 땅을 위한 메시야적 희망으로 넘쳐흐르는 것인데, 자신을 지탱하는 이 미래의 희망을 그 삶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이 희망은 곧장 교회로부터 벗어나가게 되었고 결국에는 희망의 왜곡된 형태로서 항상 교회를 대항하면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말론은 본래 기독교 교리의 한 부분일 수가 없다. 오히려 모든 기독교적 선포, 기독교적 실존, 전 교회의 특징은 종말론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신학은 오직 하나만의 실제적 문제, 즉 미래의 문제만을 가질 뿐이다. 왜냐하면 희망에 관한 성서적 증언들 속에서 우리에게 타자로서, 즉 우리가 주어진 세계와 기존 경험으로부터 고안하고 묘사할 수 없는 자로서 다가오는 것은 새로운 것의 약속,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은 세계 내적인 하나님이나 세계 외적인 하나님이 아니라 '희망의 하나님'(롬 15:13), '미래를 존재의 속성으로' 가지는(E. Bloch) 하나님이다.

 2. 오시는 하나님(J. Moltmann, 오시는 하나님)

 "오시는 하나님"에서 종말론은 "계속 진행되는" 역사가 모든 종말론을 삼켜버리거나, 언제나 현재적인 영원이 모든 역사를 폐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미래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종말"(Eschaton)은 시간의 미래도 아니고, 무시간적인 영원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의 미래(Zukuft)와 오심(An-kunft)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미래의 강림절적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성서가 보도하는 하나님의 역사와, 하나님의 경험과 기다림으로부터 생성된다.(57)

"중단"(Unterbrechung)이 종말론적인 것의 범주가 아니라, "전향"(Umkehr)이 그 범주이다. 중단은 사물들의 정상적인 과정과 자신의 일들의 목적을 방해한다. 종말적인 것이 시간의 과정들을 "중지시킬" 때, 시간의 과정들은 철저하게 변화한다. 예언자들은 당분간 "중지시키지'" 않고, 백성들이 시간의 과정을 전향시키도록 요구한다. 전향과 새로운 생명으로의 거듭남은 시간과 시간의 경험을 변화시킨다. 현재화된 미래는 역사적 가능성들의 새로운 조건들을 창조한다. 단순한 "중지"는 방해할 뿐인 반면, 전향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다.(57-58)

 1) 오시는 하나님

요한계시록 1:4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장차 오실 그분의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미래는, 그가 과거에 계셨고, 지금 계신 것 같이 장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그가 활동 가운데 계시며 세계를 향해 오신다는 데 있다. 하나님의 존재는 되어감(Werden) 속에 있지 않고, 오심(Kommen) 가운데 있다. 종말론적인 오심 속에서 하나님과 시간은, 하나님의 존재가 세계 안에서 종말론적으로 이해될 수 있고, 시간의 미래가 신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결합되어 있다. 희망의 하나님은 오시는 하나님이다.(사 35:4, 40:5) 하나님이 그의 영광과 함께 오실 때, 그는 온 우주를 그의 영광으로 가득 채울 것이며, 모든 사람이 그를 볼 것이며, 그는 죽음을 삼켜 버릴 것이다. 이 미래는 역사에서 하나님의 존재방식이다. 미래의 힘은 시간에서 그의 힘이다. 그의 영원은 무시간적 동시성이 아니라, 모든 역사적 시간에 대한 그의 미래의 힘이다.(60-61)

하나님의 오심으로써 새로운 인간됨이 가능하게 된다. 가까운, 도착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는 미래에 대한 인간의 전향(회개)을 가능하게 만든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4:17) 하나님의 향하여 오심과 인간의 회개의 이 통일성이 "성취된 시간"(막1:15)이다. 요한일서도 인간적이 된다는 것과 하나님의 오심을 결합한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와 같이 될 것임을 압니다."(요일3:2) 여기서 뜻하는 것은 재림의 그리스도이다. 오시는 하나님의 종말론은 인간의 새로운 역사를 생성한다. 그것은 지나감(Vergehen)이 없는 과정이요, 하나님의 오시는 현재 속에 머무는 존재로의 힘이다.(61-62)

‘희망의 신학’, ‘오시는 하나님’을 노래한 몰트만의 수사또한 화려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변죽에 머물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앞으로 도래할 것이기에 그대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으며 자신을 갱생하고 회계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현재 진행형으로 오시고 계시다는 것이다. 그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서 오시고 계시단 말인가? 하나님이 어디 바캉스 여행이라도 떠나셨다가 다시 오신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대가 살고 있는 세상 말고 다른 돌봐야할 세상에 갔다가 그대가 있는 곳으로 온다는 말인가? 그리하여 그 하나님이 도래하면 그대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일시에 풀려버린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희망으로 지금 그대의 고통스런 삶을 희망으로 지탱하고 고난을 극복해 가라는 말인가?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희망을 주고 어려움속에서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힘을 주는 말이지만 이 또한 임시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이처럼 서구신학의 역사는 곧 변증의 신학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불교가 시대와 지역마다 여러 가지 다른 형식과 변주의 가르침을 펼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다양한 것은 불교의 진리가 변증되고 진화되어간 것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마다 그 문화에 따라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눈 높이에 따라 진리를 설하는 과정에서의 변화이지 진리론 자체의 변화가 아니다. 그러나 정통 서구신학의 그 모든 변주들은 진리론 자체에 대한 변주이다. 이것은 예수가 말하고자 하는 진리를 제대로 꿰뚫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 것이다.

그러면 종말이란 과연 무엇인가? 예수의 부활과 크리스챤 그대들의 영생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종말을 논하기 전에 시간이란 무엇인가지부터 알아보자. 시간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과거, 현재, 미래란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이란 개체로서 분리된 인간이 뇌가 발달한 후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의 일부일 뿐이다. 시간이란 자신과 분리된 대상들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즉 변화를 전제로 인간이 추상적인 개념을 설정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인간의 관념의 산물일 뿐이다. 그대가 시간을 의식하지않는다면 시간은 그대에게 무엇인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도 시간을 바탕으로한 인간의 관념적 설정일 뿐이다.

따라서 현대 정통신학자들이 말하는 종말이란 직선적인 추상적 시간개념을 바탕으로한 인위적 작업가설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추상적 작업가설을 바탕으로 종말을 사고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선적 작업가설을 바탕으로 종말을 미래에 도달할 세상이나 하나님의 임재로 볼 수도 있고 순환적인 작업가설을 바탕으로한 인간의 존재론적 변화를 종말로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전부 실체가 없는 인간의 추상적 관념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종말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그대의 사유의 종말로부터 온다. 즉 깨달음이다. 그대가 이세상의 실체를 문득 깨닫는 날 그대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것이 곧 그리스도의 임재요. 하나님의 도래요, 부활이다, 쪼개고 분석하고 나누고 구별짓는 차안으로부터 문득 깨어날 때 삶과 죽음의 분별이 있는 세상에서 풀려나 그대는 영생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그대가 삶은 이런 것이고 죽음은 이런 것이라고 구분하고 정의 내릴 때 삶과 죽음이 그대 앞에 나타나지 않는가? 그러나 그대가 삶과 죽음을 정의하거나 구별짓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말해보라 그대가 구별짓지 않는한 그대 앞에 삶과 죽음은 나타나지않는다. 그대의 사유가 모든 세상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러니 예수가 말한 종말이란 그대의 사유의 종말이요 부활과 영생이란 그대에게 깨달음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알게된다. 이 모든 우주와 존재의 실체를......

그러므로 지금까지 서구의 정통신학은 변죽만 울려댔을 뿐이다. 종말의 신학도 아니요, 말씀의 신학도 아니요, 역사계시의 신학도 아니요, 희망의 신학도 아닌 깨달음의 신학의 빛이 서서히 떠어르고 있다. 이것이 예수가 2천년전에 세상에 주려했던 검이요, 지피려 했던 불이다. 이제 이 불이 서서히 타오르려 하고 있다. 그대는 이 불길이 느껴지는가!!!!

II.예수, 그는 누구였는가?

자 그런데 문제는 크리스챤 그대가 꿈에도 오매불망하는 예수일 것이다. 예수 그는 과연 실존인물이었던가? 근 20년 동안이나 역사적 예수의 궤적을 추적했던 사람이 시카고 드폴대학의 성서학부 명예교수인 존 도미니크 크로산이다. 물론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는 크로싼이전부터 있어 왔고 크로싼이 역사적 예수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해 동원한 신학, 고대 철학, 고고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문헌학, 심리학, 인간행동학 그리고 각종 논문들뿐만 아니라 그의 학문적 엄정성, 정밀성, 합리성, 객관성 그리고 그의 학문적 진지함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그가 성서에만 천착하지 말고 다른 종교 경전들의 생성, 변화과정을 추적한 연구논문들도 참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어쩌면 그는 역사적 예수의 실체성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덤으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정도로 역사적 예수에 목매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독교의 교리 자체가 역사적 예수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핵심교리는 무엇인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유일회적 사건 그리고 세상종말에 그의 재림, 이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 양심과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수가 실제로 역사의 한가운데 실존했던 인물이며 부활사건이 실존했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예수의 유일회적인 부활사건과 종말론적 구원을 주장하면서도 크로싼이나 예수세미나계열들의 노력과 성과들을 애써 외면하려는 자들이 있다. 이것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닌가? 이와 같은 확인 작업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부활신앙을 팔아먹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냥 믿어라’하는 맹신의 그늘아래서 일반 신앙대중들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유지하고 싶어 하는 불량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자 어쨌든 이런 오랜 추적과정을 거쳐 크로싼이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바로 ‘유대 농민 견유철학자’이다. 그의 결론을 보고나서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정확히 예수의 실체를 파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 ‘견유철학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걸까? 그의 논증은 이 결론에서 멈춰 섰다. 오히려 그는 여기서부터 더 큰 결론으로 나아가서 ‘유대인 농민견유철학자’의 의미를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독자에게 변론했어야 했다. 견유철학 그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견유철학이란 그리스말 키니코스를 말하며 ‘큐니코스(개와 같은)’에서 나온 말이다. 견유철학자들은 한마디로 개(犬)같은 철학자들이란 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디오게네스이다. 그대는익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손으로 물을 떠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엔 물을 떠먹던 컵마저 버렸고 단벌의 옷과 지팡이만 가지고 통나무 안에서 살았다. 그는 낮에 등불을 들고 참 사람을 찾아다니는 방랑교사였다. 그는 그 무시무시한 알렉산더마저 귀찮은 파리처럼 쫒아 버렸다.

누구와 비슷하지 않은가? 인도 작은 부족의 성자, 고타마와 너무 닮아 있다. 고타마는 기원정사와 죽림정사를 중심으로 바리떼 하나와 천조각을 이어붙인 너덜너덜한 가사만을 걸치고 구걸로 연명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수행하며 가르침을 펼친 전형적인 길위의 방랑교사였으며 길 위에서 죽었다. 고타마는 인도의 깨달은 견유철학자였고 디오게네스는 그리스의 깨달은 붓다였다. 인도에 고타마 붓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이나교의 마하비라 붓다도 있듯이 그리스에는 견유철학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스토아학파도 에피쿠로스학파도 있었다.

이들은 불교의 가르침이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졌던 것처럼이 그 형식이 다르지만 같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주의로 알려져 있지만 그 쾌락이란 ‘아타락시아’ 즉 내면의 평정이며 중국 선불교의 조주선사가 말한 “평상심이 도다”와 같은 것이다. 이 평상심은 깨달음을 통해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예수는 깨달음을 설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