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비난은 어떤 면에서 정당합니다. 부활의 경우에 부활의 의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이 부활이 사실이라는 것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오늘날의 교회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활이 신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부활로 인해 신자의 삶이 어떠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이 없습니다. 부활을 믿어야만 한다는 입장만 난무합니다. 이는 한쪽 면만을 강조하는 잘못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모습이 손가락은 아무 의미가 없고 달만 보면 된다는 입장을 정당화시켜 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또한 한쪽으로 치우진 잘못된 모습일 뿐입니다.

손가락과 달은 다함께 중요합니다. 부활이라는 사실이 없었는데, 부활을 이야기하였다면 그것은 명백히 거짓입니다. 복음이 거짓 위에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됩니다. 이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각양의 여러 신들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든 신을 섬겨서 필요를 채우고자 했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신을 만들고 섬기는 우상 숭배와 복음을 동급으로 만드는 처사입니다. 그러면서 복음 안에서 살겠다는 것은 신을 만들고서 섬기는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대인들이 신을 만들고서는 그렇게 만든 신을 섬기며 사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합리적인 지성을 말하는 이들이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활이 없으면 죽음으로 끝입니다. 죽음을 이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죽음의 권세 아래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죽음의 권세가 깨졌습니다. 죽음이 그 힘을 잃었습니다. 죽음이 아닌 생명의 아름답고 힘찬 노래가 울려 퍼질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부활 안에서 부활한 사람들은 그분 안에서 아름답고 힘찬 생명의 노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입으로만이 아니라 그 인격과 삶으로 생명의 노래를 힘차게 불러야 합니다. 부활의 의의를 그 인격과 삶에 제대로 접목시켜서 구현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손가락만이 아니라 달도 함께 보고서 자신에게 적용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손가락이나 달 중의 어느 하나가 아니라 양자를 모두 중시하며 삶에 적용하여야 합니다. 부활의 의의와 신자의 삶에 나타나야 모습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성경해석 잘해야 부흥이 보인다’(박창진, 영교회), 239-252쪽에 있습니다.

과학지상주의의 문제

성경에 기록된 이적,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을 넘어서는 일들에 대하여 신화 등으로 말하는 것은 과학지상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경은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그 일을 행하셨다는 것입니다. 과연 하나님께서 그러한 일을 행하실 능력이 없으실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면 그러한 일을 행하실 이유가 없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 일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제자들이 아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일을 제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치부합니다.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에 의하면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입장에 있는 이들은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이 성경의 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지라도 말입니다. 그것을 현대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합리적인 지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사실됨을 부인하는 그 모든 일을 행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 일들을 행하셨고 그것을 겪은 이들을 통하여 기록으로 남기셨습니다.

과학지상주의는 앞에서 제기한 바와 같은 반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 체험도 없이 그렇게 변화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못합니다. 야고보의 급격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하였는가에 대해서도 답변을 못합니다. 그런데도 부활은 사실이 아니라고만 하는 것은 억지일 뿐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이적은 그 앞의 상황과 뒤의 상황을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다가 하나님께서 행하신 열 재앙을 통하여 탈출하였습니다. 이집트의 입장에서 그렇게 중요한 노동력을 그냥 내보내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열 재앙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집트 탈출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바로와 그 신하들이 갑자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서 보내주었다는 식의 설명이라면 너무나도 비합리적인 것입니다. 열 재앙보다도 더 큰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 재앙 중에 앞의 아홉을 하나님의 직접적인 역사가 아니라 자연 재해로 설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재해 복구를 위하여 평소보다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로 인해 종살이를 하는 이스라엘의 필요는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내어보냈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집트의 군대가 창칼로 무장하고 복수하기 위해 좇아오는 상황에서 홍해를 건넌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물을 끊어 벽을 쌓게 하시고 바람을 통해 땅을 말린 후에 건너게 하셨습니다. 만약 썰물과 밀물의 차로 인해 땅이 드러나서 건넌 것이라면 이집트 군사들도 동일하게 건너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군사들에 의해 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집트 군사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모두 죽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종살이를 하였던 민족으로서 전쟁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전쟁으로 무장된 가나안의 여러 민족들과 싸워서 자력으로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오직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시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기록된 이적이 아니면 그 이전 상황에서 그 이후 상황으로 넘어가는 일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앞뒤의 상황은 수용하면서도 이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열 재앙으로 인해 이집트를 탈출하게 되었음은 비과학적이지만 합리적입니다. 열 재앙을 당시의 일반적인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려고 함은 과학적이지만 비합리적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한 이적으로 홍해를 건넜음은 비과학적이지만 합리적입니다. 썰물과 밀물의 차로 인해 육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하려고 함은 과학적이지만 비합리적입니다.

합리적 지성이란 과학지상주의의 테두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합리적 지성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을 적용시켜 모든 사건을 이해하려고 하면 비합리적이 될 뿐입니다.

진화론이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사고인지는 다음에 밝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