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13:1~3

어느 유명한 탤런트가 15년 연상의 배우자를 맞게 되었답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참새 입을 가진 사람들이 일제히 지저귀듯이 뭐라고 해대면서 잔뜩 흉을 보았답니다. 그러나 그 탤런트는 그런 소리에 조금도 끄덕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들을 가소롭다는 듯이 지그시 바라보면서 아주 간단히, 힘들이지 않고 이렇게 응수했답니다. “너나~... 잘 하세요.”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으면 그 순간에는 자신이 상대방을 눌러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땅바닥에 내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향하여 아무렇게나 날린 자존심 파괴용 화살들이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꽂혀서 상대방은 꼼짝도 못하고 순순히 항복할 것 같습니까?

단언하건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날린 화살들은 그 즉시 곧바로 튕기듯이 되돌아 날라 와서 자신의 자존심을 더 크게 부서뜨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성으로 가득 찬 인간 삶의 보편적인 현상은 자기의 자존심을 최대한 지켜가면서 상대방을 비참하게 무너뜨리기 위해 갖은 술수를 다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지요.

본문은 바로 이런 죄성으로 가득 찬 인간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의 자존감의 영역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다운 성경적 품격을 갖추고 자신의 신앙적 인격의 품위를 스스로 유지하고자 힘쓸 때 그것에 비례하여 자신의 자존감을 넉넉하고 풍성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본문을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나갈 때 지키고 유지해야 할 우리들의 영적, 신앙적인 자존심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들의 신앙적, 영적인 자존심을 성경적으로 잘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해 “그리스도인 자존심의 최후 보루로서의 ‘그리스도인 품격 갖추기’ 문제”를 생각해 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잘 할 때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품격이 나타나게 되므로 신앙인의 자존심을 잘 지키게 됩니다(1절)

대인관계에서 자존심이 상하여 그 감정이 휴지조각 구겨진 것처럼 비참한 꼴이 되었다는 자괴감, 자멸감,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수치심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런 감정을 갖게 만든 사람과는 더 이상 만나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그런 인간에 대해서는 꼴도 보기 싫다’면서 감정적으로 뾰족해진 각을 세우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런 것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이란 뜻입니다.


• 감정이 상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감정현상과 성경의 가르침

이와 같은 인간세상의 보편적인 감정현상은 자신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밟아버린 상대방이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매우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상대를 흉보고 비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소기의 목적은 쉽게 달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그 세기는 더욱 강하져서 서로 끝도 없이 비난의 화살을 날리게 되지요. 그와 동시에 마음 한 쪽으로는 더 이상 자신이 추해지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서로 안 보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서로 만나지 않으려고 하게 되지요. 만나야 유익도 없으니 만날 이유도 없게 되는 겁니다.

이런 악화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서 중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중보자가 되시는 그리스도를 전혀 닮지 않은 것이 되므로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게 됩니다. “예수 믿고 달라진 게 뭔데?” 라고 따지고 든다면 그것으로 그리스도인의 자존심은 끝없이 무너지게 되고 말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예수 믿으나 마나 그 나물에 그 밥” 꼴이 되므로 “너나 잘 믿으세요. 당신이 믿는 예수 난 믿고 싶은 마음이 쥐꼬리만큼도 없네요.” 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 본문이 말씀하는 ‘형제사랑’이란?

이런 인간보편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본문 1절은 “형제사랑하기를 계속하라”고 말씀합니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좋은 말씀이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자존심을 있는 대로 모조리 좌~악... 다 짓뭉개놔 버린 그 인간존재, 그 얼굴을 볼 때 지난 저녁 음식물이 채 소화가 되지도 않아 그것을 모두 토해 낼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마는 저 징그러운 인간을 어떻게 계속 형제같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성경은 지키지도 못할 말씀이나 나열하는 책일까요? 아니면 이런 가르침의 성경말씀은 지킬 수 없는 교훈으로서 지나쳐 버리면 그만인 것일까요?

본문이 말씀하고 있는 ‘형제사랑’이란 단어의 뜻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그리스도인을 서로 간에 혈육지간의 형제처럼 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에서 ‘형제’라고 말할 때 그 ‘형제’라는 말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를 호칭하는 말’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녀평등을 당연시하는 오늘날에는 교회로부터 받은 직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청년부에서 남자청년들이 여자청년들을 지칭할 때에 ‘자매’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형제자매’라고 말할 때 그 말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간에 상대방을 부르는 말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1절의 ‘형제사랑’이란 말은 “그리스도인들 서로 간에 나누는 형제자매의 사랑”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형제사랑’이 1절 뒷부분의 ‘계속하라’는 말로 인해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문법적으로 볼 때 ‘하라, 마라’는 상대방에게 직접 ‘이래라 저래라’고 요구하는 명령이지요? 하지만 헬라어 성경 원전에 나타나는 ‘계속하라’의 명령형은 본문을 대하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제 3삼자에게 하도록 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1절의 뜻은 ‘형제사랑하기를 계속하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형제사랑하기를 계속 하게 하라’, 혹은 ‘[다른 그리스도인들 서로 간에] 형제사랑이 계속되게 하라’의 뜻입니다.


• 중간자 역할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의 품격

그렇기 때문에 본문 1절의 말씀의 뜻은 “여러분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간에 친형제자매를 사랑하듯이 계속 사랑하십시요”라는 뜻이 아니라 “여러분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간에 친형제자매의 사랑이 계속되게 하십시요”라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1절 말씀을 통해 받게 되는 교훈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좋은 대인관계를 갖도록 하십시요”라기 보다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좋은 대인관계를 갖게 [중간 역할을 잘] 하십시요”가 됩니다. 그러므로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잘 지내도록 그리스도인들은 다리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중간자’의 기능을 하라는 말씀이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말씀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그들 사이에 서서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벽같은 상한 감정의 벽, 메꾸기 어려울 만큼 깊이 패여 있는 극한 감정대립의 도랑, 나아가 서로 원수시할 정도의 적대적 감정의 절벽들... 그래서 한이 되어버릴 만큼 극도로 상해 버린 심령의 골짜기들... 바로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함으로서 감정이 상해버린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풀고 화해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여전히 혈육지간의 형제자매지간과 같은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잘 하라는 말씀인 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에게 맡겨진 사명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1절이 말씀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들 서로 간에 형제자매와 같은 교제를 나누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이 상해버려 교제가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중간자의 기능을 계속적으로 온전히 잘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일을 감당하도록 ‘너는 형제사랑이 끊임없이 나누어지게 하라’고 명령하심으로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잘 지켜 그리스도인다운 자존심을 지켜내라고 사명을 주신 겁니다.


• 형제사랑이 계속되게 하라는 말씀에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

그런데 이런 일을 잘 감당해야 하는 그리스도인 본인 자신은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서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얼마나 신앙적으로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이런 말을 들을 정도의 신앙 인격이나 혹은 이런 정도의 품격을 지닌 수준이라면, 이런 수준 갖고 어떻게 서로 간에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이들의 중간에 서서 ‘형제사랑이 계속되게 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믿음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서로 간에 혈육지간의 형제자매를 사랑하듯이 해야 마땅한 데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다른 그리스도인을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인간적인 자존심뿐만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 된 자로서의 신앙적인 자존심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신앙적인 자존심은 우리들 스스로가 지켜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 신앙인들이 지켜야 할 신앙적인 자존심의 최후 보루로서 그리스도인다운 성경적 품격을 갖추도록 힘쓰되 말씀이 주시는 교훈에 따라 영적, 신앙적 품격을 잘 갖추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바라기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서서,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서서 중보자가 되신 그리스도의 모습 그대로 그리스도인 친교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도록 서로 중간자 역할을 잘 수행하시는 저와 여러분의 믿음이 되길 소망합니다.


2. 사람을 친절하고 후하게 대할 때 그리스도인의 품격이 나타나게 되어 신앙인의 자존심을 잘 지켜내게 됩니다(2절)

우리나라 사람들, 저 역시 한국 사람이지만 참으로 무뚝뚝하기 그지없습니다. 낯선 곳에서 지나가는 어떤 아저씨한테 길 좀 물어 보면 턱으로 가르칩니다. 어떤 아주머니에게 길 좀 물어보면 ‘네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하듯이 거기에 왜 가려는지 이유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20대~30대에게 길을 물어보면 나무에서 떨어진 벌레 보듯 몸을 움찔하면서 경직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모른다는 표시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을 쭉 뻗고는 “저 쪽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라고 확실하지 않은 말로 대답해 줍니다. ‘가 봐서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만이고... 나도 잘 몰라요’ 뭐... 이런 식이지요. 가르쳐 달래서 가르쳐 주기는 하는데 자신도 자세히 모른다 이런 뜻입니다. 이래서 저 역시 같은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 사용하는 배달민족이지만... 참..., 길 물어 보고 싶지 않아 대충 어림짐작으로 헤아렸다가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 적, 여러 번 있었습니다.


• 연배가 앞선 처음 보는 목사들 앞에서는 절대 미소짓지 않으리라

소정의 진급과정을 다 마치고 준회원 목사안수를 받기 위한 마지막 과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자격심사라고 해서 일종의 면접에 해당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때 면접을 담당하신 아버지뻘 이상의 높은 연배의 목사님들에게 가능한 한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사전교육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미소짓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같은 값이면 웃는 얼굴에 점수 더 준다는 교육 내용에 따라 면접 당시에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 묻는 말에 잘~도 대답했었지요. 그런데 면접이 끝나갈 무렵에 들은 말이 무엇인줄 아시나요? 모르시겠지요? 당연하지요. 그 때 그 자리에 여러분은 계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 전도사,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왜 실실 웃는 거야. 우리가 그렇게 같잖게 보여? 자네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렇지 어른들 앞에서 왜 그렇게 실실대?” 그 순간 전... 내 평생에 다시는, 나보다 연배가 높은 목사들 앞에서는 절대로 미소짓지 않겠노라고 결심했었습니다! 어른을 대할 때에는 절대 미소를 짓는다거나 생글생글 웃어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인의 예절이라는 데야 어쩌겠습니까?


• 잊혀지지 않는 길 안내 친절

그렇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사 안수 갓 받은 어느 때에 대전 충남대 병원에 심방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12인승 승합차량에 열 명쯤 태우고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길 안내 표지판을 열심히 살피면서 충남대 병원을 가리키는 표지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대전시청 방향으로 직진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갔는데도 이정표가 나오지를 않아 신호대기 중일 때 옆 차선에 있는 트럭 기사에게 길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 기사... 어땠을까요? 큰 소리로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더니 신호를 넘어서자 길옆에 차를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트럭 뒤에 차를 대고 멈췄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차에서 내려 옆으로 다가와 웃으면서 저 앞에 보이는 신호등에서 좌회전하고 가다보면 다시 한 번 좌회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왼쪽에 병원이 보일 것이라면서 초행이신 것 같은데 잘 다녀가시라며 아주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후로 누군가가 길을 물어 보면 아주 친절하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누구 저한테 길 한 번 물어 봐 보세요.....


• 일본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다는 한국의 친절 수준

국제적으로 “친절”...하면 일본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친절교육을 어릴 때부터 몸에 배도록 배운다고 합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에서는 반드시 자기의 신발을 뒤로 돌려 반듯하게 놓고 들어가도록 훈련받아 습관을 들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이 훨씬 더 많은 우리나라...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친절’ 이야기 나오면 유구무언입니다. 어째 그리 한결같이 아이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고 잘라 놓은 나무토막처럼 뚝뚝한지... 먼저 말을 걸어 뭣 좀 물어보면 물어 본 제가 다 머쓱해집니다. 어느 때 누구한테 뭣 좀 물어 보려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자들이 매너 좋고 친절한 남자들한테는 조건 없이 뿅~ 간다나 어쩐다나, 그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사형언도를 받은 어느 살인자는 유독 여자들한테 그렇게도 친절했다는 군요.


• 2절의 “손님 대접하기를”이란 말은 사람을 “친절하게 후히 대하라”는 뜻

2절 앞부분의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는 표현에서 “손님”이라는 말은 헬라어 원전에 없습니다. “손님”이라는 말이 없이 “후하게 대접함, 후한 접대, 환대, 친절” 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만 있습니다. 이를 영어 성경에서는 ‘낯선 사람, 처음 보는 사람, 방문자’라는 뜻의 단어를 추가해서 번역했고 우리말 성경도 ‘손님’이라는 말을 추가해서 번역하였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다른 성경들은 ‘손님’이라는 말 대신에 아브라함과 롯이 부지중에 대접하게 되었던 천사들이 ‘나그네’의 모습으로 사명을 이루기 위해 지나가다가 그들의 환대를 받았다는 창세기의 내용을 두고 ‘나그네’라는 말로 바꿔서 이 구절을 번역했습니다.

그러므로 2절 앞부분을 헬라어 성경에 따라 번역하면 ‘여러분은 친절하게 대하고 후하게 대접하는 것을 잊지 마시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누구를 친절하게 대하고 후하게 대접하라는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성경과 우리말 성경은 아브라함과 롯의 경우를 들어 ‘손님, 나그네, 처음 보는 사람, 방문자’라는 단어를 넣어 번역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 신원미상의 정체가 의심스런 사람들에게도 후한 대접을 하라는 의미인가?

그러면 이 때, 정체가 의심스런 사람들에게도 최대한 친절을 베풀라는 뜻이냐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절 뒷부분에 아브라함과 롯이 천사를 대접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뒤이어 나오는데 이 구절의 관련 본문인 창세기의 내용을 보면 아브라함과 롯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원불명의 나그네를 대접한 것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롯이 대접한 사람들은 아브라함과 롯에게 그들의 정체를 은연 중 드러내고 있었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비록 아브라함과 롯은 처음 보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은 그 나그네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아보고 대접하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창18:3을 보면 아브라함이 나그네들의 정체를 알아보았음이 나타납니다. 또, 창19:1~2도 롯이 나그네들의 정체를 알아보고 그들을 극진히 대접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본문 2절이 말씀하는 의미는 정체불명의 신원미상인 사람들에게도 후한 대접으로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씀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요삼 5~8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요한삼서의 말씀을 기록한 하나님의 사람은 편지를 받는 이들을 칭찬하였습니다. 칭찬의 내용을 보면 “나그네 된 형제들에게 베푼 호의”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그네 된 형제들”이란 “처음 보는 사람들, 낯선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 간에 피차 ‘처음 대면하는 낯선 사이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요한삼서를 받아 읽는 사람들은 이 나그네들을 친절하게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하므로 감동을 주었던 겁니다.

그러면 대접을 잘 받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나그네들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한 형제자매가 된 믿음의 사람들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7절을 보면 이들은 바로 무임 평신도 선교사들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주의 이름을 위하여 나갔다’는 말은 바로 복음을 위한 평신도 사역자들로서 복음사역을 위해 여행했던 것임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나그네’라는 말은 정체불명의 신원미상의 여행객이나 그저 지나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이긴 하지만, 낯선 사람이긴 하지만, 그들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된 믿음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이 말씀하는 ‘손님, 나그네, 낯선 사람, 처음 보는 사람, 여행객’ 등은 하나님의 은혜로 주 안에서 서로 한 형제자매가 된 믿음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일반 세상 사람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바람직한 태도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일반 사람들을 불친절하게 대해도 된다는 말씀일까요? 아니지요.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지요. 사람을 대할 때에는 그가 누구이든지, 어떤 사람이든지 사람이 사람을 상대할 때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동류의 사람으로서 대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을 대할 때 그가 누구냐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동등한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그리스도인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려 앉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총기소지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기총으로 의도적인 살인을 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들 중에 나이기 훨씬 어린 직원이 버릇없이 반말을 했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갖고 있던 공기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우리나라에만 존대말과 평말, 반말이 있어서 생겨나는 현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 관점으로 볼 때 누구나 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존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대할 때에는 주님을 대하듯 하는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옛적부터 상하관계가 확고하게 질서잡혀 오고 있는 나라가 아닙니까?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입장에서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상대를 무시하면 그리스도인 자신의 자존심도 그 만큼 무너지게 된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따라서 “나그네를 친절하고 후하게 잘 대접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본문의 말씀은 믿음의 사람들이 세상의 사람들을 대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임을 전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위에 서서 믿음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더 혈육지간의 형제자매를 대하듯이 서로에게 친절한 호의를 보이고 서로를 후하게 대접하라는 말씀이란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천사를 맞아들이는 복도 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 그리스도인 자존심의 최후 보루를 지켜내는 방법-최소한의 품격 유지

이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켜내야 할 최후의 자존심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잘 대접하는 형제자매 된 삶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통해 세상이 감동받도록 해야 하고 그 결과 세상으로 하여금 그런 삶의 모습을 부러워하도록 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이 이렇게 천국확장 사역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감정적인 대립만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스스로 포기하고 무너뜨리는 일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주로 믿는 믿음 안에서 한 형제자매 된 사람들을 대할 때에는 최선을 다해 친절하고도 후하게 대접을 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저와 여러분의 삶 속에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고도 풍성하게 나타나므로 부지중에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천사를 맞이하고 대접하므로 하나님의 준비된 복을 감당하시는 놀라운 일이 있게 되길 바랍니다.


3. 다른 이의 삶의 아픔과 그 과정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 신앙인의 품격이 높아져서 그리스도인의 자존심을 잘 지켜내게 됩니다(3절)

자유로운 삶이 극도로 제한받는 곳이 바로 감옥입니다. 그런데 대체로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하면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범죄에 의해 벌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징벌을 받는 차원에서 수감되는 경우와는 달리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서 집권자들에 의해 수감되는 경우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에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악성 범죄로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짐으로 인하여 경제사범이라는 이름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경우도 있음을 볼 때 자유를 제한당하는 감옥생활이 반드시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형사법적 죄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런 고난과 고통을 마치 ‘내가 당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당하고 있는 아픔과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동정할 줄 알 때 세상과는 구별되는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갖추게 되며 그에 따라 그리스도인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이 다른 그리스도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싸다. 싸... 그런 고난을 당하는 것은 마땅하다’며 고소해하고 잘 된 일이라고 할 때 그와 같은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스스로 자신의 신앙적인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과는 도무지 구별되지도 않을 뿐더러 세상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 제일 좋은 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깊이 듣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

폭행혐의로 구속되어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부인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연결되어 그 내외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분과 함께 그가 수감되어 있는 ㅁㅁ구치소로 같이 면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미리 몇 차례 면회를 갔던 분의 경험으로 볼 때 면회 시간은 정확히 10분이므로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분을 면회하자면 앞부분의 상황을 좀 알아야 한다면서 그 분이 어떤 사정으로 수감된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경제적인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앞에 놓여 있는 재떨이를 집어 던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재떨이를 상대방을 향하여 직접 던진 것이 아니고 오디오가 있는 곳을 향해 내던졌기 때문에 재물에 피해가 있었을지언정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고의적인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극구 부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식 재판 때에는 분명히 승소 쪽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치소에 도착할 때까지 들려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그의 부인이 면회신청을 하였고 예약된 시간이 되었을 때에 구치소 안에 있는 면회실에서 그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형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형사법으로 구속 수감된 상황이어서 그런지 구치소 직원이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면회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부인은 면회실에 들어오지 못했고 같이 간 분과 함께 들어가 그 분의 소개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창살을 가운데 두고 앉아야 했기 때문에 악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 같이 동행한 분이 수감되어 있는 그에게 ‘여기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요약해서 미리 해드렸으니 마음속에 있는 말만 드려도 될 것’이라고 하자 저를 보면서 들으신 이야기가 어디까지인지를 알아야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들은 이야기를 핵심적으로 요약하여 “경제문제로 상대방을 찾아가 빌려간 돈을 갚아 줄 것을 요구하자 상대방은 도무지 성의를 보이지는 않고 화만 나게 하길래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앞에 있는 재떨이를 집어 벽에 있는 오디오를 향해 던졌는데 상대방은 그것을 자기를 향해 던진 것이라고 주장하여 폭행혐의로 수감된 것이라고 하더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가 화를 참아야 했는데 화를 참지 못한 것은 아이와 집사람의 사정까지 이야기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재떨이를 던질 때 그 사람을 향해 던진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는 둘이 탁자에 가까이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떨이를 집었다면 재떨이를 집은 채 상대방을 내리치려고 하지 저 벽에 있는 오디오를 부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바로 그 점을 강조하면서 상대방이 거짓으로 폭행누명을 씌우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들었을 뿐인데 거의 1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2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으로 면회를 마쳐야 했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뿐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사람과의 인연으로 이 지경이 되었음을 주께서 살펴보시고 해결해 주실 것을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감되어 있는 000씨의 부인이 왜, 그리고 저와 함께 이곳을 면회 온 분은 왜 예수님을 믿는 것인지를 수감이 풀릴 때까지 깊이 생각해 보고 앞으로는 생명을 주관하시는 주님을 통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기쁨으로 감당하므로 남부럽지 않는 복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을 기원했습니다.

기도가 끝나자 면회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벨이 울렸습니다. 그 때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은 눈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억제하기 힘든 눈물이 계속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가 구부러져라 인사하고 뒤돌아서서 면회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면회실을 나왔습니다.

그는 그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것에서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당장 급한 것은 구치소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앞으로의 소망을 같이 나누는 친구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확신입니다. 그런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에게 폭행죄의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자에게서 받은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과는 달리 좋은 사람들도 곁에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 새로운 인생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있는 곳에 이와 같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나가는 일이 계속 생겨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 자신의 그리스도교적 자존심을 더욱 더 잘 지켜 나가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신앙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 품격을 갖추어나가야 됩니다. 그런데 신앙품격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관계성 중재를 잘 할 때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타나도록 사람을 친절히 대하며 후하게 대접할 때 그리스도인의 품격이 높아지므로 자존심이 수호됩니다. 나아가 사람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알아주는 이해심 풍부한 그리스도인이 될 때 그리스도인의 품격은 고도로 향상되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잘 지켜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인간적으로만 자존심 상했다고 감정적으로 식식대지 마시고 주님의 이름으로 성경말씀에 따라 신앙품격을 한 단계씩 높여나감으로서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리시는 저와 여러분의 삶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