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찬국 교수님을 깊이 애도하며 과거를 회고함

김성복목사(샘터교회 담임목사)

지난 8월 19일 김찬국 교수님의 부음을 접하면서 올 해에는 정말 많은 스승님들이 떠나가는 해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찬국 교수님에 이르기까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시었다.

필자가 연대 신학과를 입학하였을 당시에 교수님은 해직 상태이셨다. 1977년부터 기독학생운동KSCF에 참여하였던 터라 그 당시 종로5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개최되던 금요기도회에 참석하였다. 금요기도회는 목요기도회를 이어받아 긴급조치 하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인권문제를 비롯하여 시국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열심히 참석하였다. 물론 김찬국 교수님도 거의 빠지지 않으셨다. 그 때마다 인사를 드렸고 교수님은 “이룰 성(成)자에 복 복(福)자”하시면서 나를 기억해 주시었고 제자처럼 관심을 가져주시었다.

박정희가 시해되고 이어 1980년 서울의 봄이 왔을 때 교수님이 복직되시었다. 캠퍼스 안에서 뵈올 때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교수님께서는 여러 권의 책을 안고 수업을 위해 교실로 향하시며 입가에 미소를 보여주셨다. 5월13일 전두환 퇴진과 계엄철폐를 외치며 학교 밖으로 진출했다가 조선일보사 앞에서 제2기동대에 검거되어 엄청나게 얻어맞고 남대문서로 연행되었다가 계속 각혈을 했기에 세브란스병원으로 입원 조치되었다. 그 때에 직접 오셔서 손을 잡아주시며 걱정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5.18 광주항쟁이후 교수님은 다시 해직되셨고 필자도 무기정학을 당하여 거리의 낭인 신세가 되었다. 81년 시청 전철역 길거리에서 우연히 뵈었는데 중국집으로 들어가자고 하시며 식사를 마친 후 봉투를 주시는데 부의금 이었다. 80년 겨울에 필자의 부친이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루었는데 그것을 기억하시고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셨다. 자상하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1983년 감리교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샘터교회를 개척했을 때, 여러 번 방문하여 설교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었다. 민중신학을 가르쳐 주셨던 서남동 교수님과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 책을 권해주시며 공부할 기회를 주셨던 김찬국 교수님 등의 가르침을 받들어 목회를 한지 벌써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 교수님의 발자취를 따르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김 교수님! 하늘나라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옵소서! 그리고 부활하여 하나님나라에서 다시 뵙기를 원합니다. 이 땅에서 마지막 호흡을 하는 그 시간까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