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는 가톨릭 내부에 토론의 물꼬를 트는 공간이 되길 꿈꾼다. 스스로 기치로 내건 '교회에 약이 되고 세상에 밥이 되는 언론'을 소망한다.

가톨릭 최초로 대안 언론이 탄생한 배경은.

가톨릭 내부에 대안 언론 대두한 지는 오래다. 잡지 <창조>를 계승하는 잡지 <공동선>에서 5년 동안 편집장으로 있었다. 교회와 세상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정론지가 되기를 원했으나 잡지라는 특성상 가독성이 떨어졌다. 한계를 느끼던 중 2007년 봄에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온라인 언론을 만들자는 사람들이 모였다. 9월에 포털의 한 카페로 시작해 필자와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준비 시간을 거친 후 2008년 11월 30일에 홈페이지를 개통하고 2009년 3월 정식으로 창간해 언론사로 등록했다.

똑같은 사안을 다루더라도 가톨릭 교단에 속한 기자들은 우리가 어떻게 쓸지 궁금해 한다. 일종의 대안 언론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대안이라고 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편향된 시각을 가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기준은 하나다. '교회가 교회다운가'다. 교회가 성서에서 말하는 복음을 얼마나 수행하는지를 잣대로 세운다. 그 기준을 사회에 들이대면 정치, 인권, 노동조합과 기업 관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1891년에 교황들이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노동 문제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회칙이다. <지금 여기>는 거기에 비추어 세상을 비판한다. 정의구현사제단도 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비리를 폭로하는 예언자 직분을 수행한다. 사회에 대는 잣대를 교회에도 대야 한다. 사회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외치면 교회는 민주적인가 살펴야 한다. 세상을 복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도 복음화되어야 한다. 이중적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도 비판의 대상이다.

교회에서는 이런 것들을 껄끄럽게 여긴다. 주교 중 일부는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사회 집권자는 구성원들이 뽑지만 교황과 주교는 하늘에서 점지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답변한다. 이러한 입장이라면 교회가 사회 가치에 50년 100년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교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눈이 많아 주교들이 말하는 것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교회가 쇄신해야 하고 교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기독 대안 언론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회를 비판하면서도 사랑해야 한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복음도 있는 교회는 흠 있는 은인 같다. "너는 다 좋은데 이런 점은 아쉽더라"는 태도로 말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이런 사람인데 이런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태도여야 소통할 수 있다. 소통할 수 있어야 덕분에 서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 기독 언론은 이성이 아니라 영성이 기본이 되어야 할 수 있다. 

기자와 필진들은 어떤 사람인가.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8명의 이사가 있다. 현재 기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이다. <지금 여기>에서 첫 인터뷰어였던 형제가 지금 기자로 일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영등포구치소에 복역하고 가석방한 날 인터뷰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주로 주말이나 저녁에 취재하거나 급박한 상황에는 회사에 휴가 내고 지방 취재를 가기도 한다. 자원 봉사로 기사를 쓰는 분이 8명에서 10명 정도다. 대전과 대구 등 지방에 계신 분들도 있다. 평화 운동․여성 운동․농민 운동․노동 운동 등 현장 활동가들에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기사로 만들라고 한다. 현장 활동가면서 기자 활동가로 살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을 폭넓게 확보하려고 한다. 그들에게도 기자로 활동하는 데 의미가 있다. 자기 운동을 홍보하고 사회에 알려서 더 많은 사람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지금여기>가 활동 매체를 제공하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글을 쓰면서 자기를 성찰한다. 글을 쓰면서 자기 운동을 성찰하는 것은 운동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필자들도 있다. 이찬수 교수, 최형묵 목사 등 개신교 목사도 고정 필자로 참여하고 있고 최은숙 선생도 개신교 신자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도 이전에 같이 활동했던 단체다. 필자들이 꼭 가톨릭 신자여야 한다는 것은 없다. 불교 등의 종교를 가진 필자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 없다. 가톨릭 아닌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중요하다. 개신교나 불교 신자, 무신론자에게도 배울 게 많다. 교회가 제대로 못 살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느끼는 사람이 교회를 떠나는 법이다. 종교 자체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생각이나 견해나 삶에 복음을 담고 있는지 여부가 새롭고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 한상봉 편집장이 "<지금 여기>가 교회 안에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나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다. 교부들이나 주교 회의에 있는 사람, 교회 안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논란거리가 된다. <지금 여기>가 역할을 다한다면 교회에 더 논란을 일으킬 것이고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교회 안에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뒤에서 욕하기보다 건강하게 토론하고 대화해서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가톨릭 관련 언론으로 유일한 독립 언론이다. 교계 지원을 받지 않아 재정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의미 있는 존재라면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재정이 어려워 문을 닫는다면 하느님이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해서 하는 거다. 그럴 땐 과감하게 문을 닫아야 한다. 내가 끌고 가는지 하느님이 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느님 일이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하고 있는 일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인지 끊임없이 식별하고 성찰해야 한다. 언론의 건강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주주 한두 명 있는 것보다 소액 후원자가 많은 게 언론으로서 건강을 지키고 재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가톨릭교회에 반향 일으킨 사례를 소개해 달라.

여성 사제직 논의와 사제 독신제 폐지 등에 대해 기사를 썼다. 교회 상업화도 지적했다.

사회 흐름은 양성평등이다. 무조건 흐름이 옳다는 게 아니라 공동 식별, 집단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여성이 대통령된다. 교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성직자, 주교, 교황인데 교회법에는 여성이 성직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막달라마리아도 최초 성직자다. 여성을 성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작년에 교황청에서 '여성 사제직'을 주장하는 자는 자동 파문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밀스럽게 여성 사제를 임명하고 있다.
 
사제 독신제 역시 역사의 결과물일 뿐이다. 교회 명령이 아니기에 역사가 변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독신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 부분도 공동 식별을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낙태도 찬성과 반대로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교회가 미리 단정하고 안 된다고 금지하는 것은 문제다.

교회 상업화도 신도들을 불편하게 한다. 건강한 사제 중에는 이런 것들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고 아예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다. 교회가 변하기 위한 자극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여기>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를 주눅 들게 하지 않는 사회다. 관계 문제다. 권력 있는 사람이 권력 없는 사람을 차별해서 문제다. 차별 당하면 주눅 든다. 강의하든 농사하든 무슨 일을 하든 똑같은 인격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 현실적인 생활수준도 비슷해야 한다. 기질과 능력, 직분은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톨스토이는 "쓰레기를 나르거나 뒷간을 청소하는 게 아니라 동포에게 그것을 나르도록 쓰레기통과 뒷간을 채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허름한 신발을 신고 손님으로 가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고, 고급 구두를 신고 신발 없는 사람 곁을 손님으로 지나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시국이나 최근 일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땅에 머물면서 땅을 만들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더러운 손을 가진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 구두와 허름한 신발로 차별하고 주눅 들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게 아니다. 허름한 신발은 작업할 때 역할 차이일 뿐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외적인 기준이나 어떤 판단의 잣대 때문에 주눅 드는 것이 철폐되는 사회, 만인이 어깨를 펴고 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 도로시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터모린과 함께 <가톨릭워커>라는 신문을 만들어 노동자와 실업 문제에 대해 교회가 무엇이라 말할지 썼다.

도로시데이라는 여성 이야기로 논문을 썼다. 도로시데이는 1931년 가톨릭 일꾼 운동을 시작했다. '환대의 집'을 통해 일상적으로 운동한다. '환대의 집'은 노숙자나 실업자가 24시간 언제든 들러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옷 빨고 을 읽고 잠잘 수 있는 곳이다. 며칠 자든 상관없고 계속 머물러도 된다. 당장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찾아가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것을 <지금 여기>에서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 장애인을 위해서는 농경공동체를 운영한다. 시골에서는 농사도 짓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환대의 집'이 국에 생겼으나 '환대의 집'끼리 서로 지원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후원이 안 되면 문을 닫는다. 그렇지만 문을 닫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환대의 집은 독특하게 시작했다.

193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평화주의 입장에서 무기를 들지 말자고 했다. 도로시데이는 피터모린과 함께 <가톨릭워커>라는 신문을 내서 노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실업 문제에 대해 교회가 무엇이라 말할지 썼다. 신문에 기고한 글 중에 초기 교회 때 교부마다 있던 행려자를 위한 '환대의 집'을 소개하며 '환대의 집' 기풍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알려 달라고 찾아와서 들어오라고 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신문사가 '환대의 집'이 되었다.

<가톨릭워커>를 통해 생각을 공유했고 그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여기>도 <가톨릭워커>가 했던 역할을 하고 싶다. 언론이 필요한데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것이 인터넷이고 인터넷은 쌍방 대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작했다. <지금 여기>가 가톨릭 평화주의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도 폭력에 저항하며 세상에 자유롭게 깊이 들어가서 움직이면서 발언하려고 한다. 큰 신문사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경쟁하려는 생각도 없다.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괜찮다.

<지금 여기>의 계획을 소개하자면.

교회 상업주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교회가 기업처럼 변한 지 오래다. 이것을 축복이라 부르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는 2000년 대 들어서 그렇게 변하고 있다. 서울교구에서 세운 '평화드림 주식회사'가 있는데 교계에 들어가는 물품 중 종이 한 장도 이곳을 통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 건축, 장례, 자동차 보험까지 유통과 관련한 모든 것을 다룬다. 이로 인해 직거래 하던 곳은 끊어졌다. 교회와 거래하면서 생활하던 사람을 자른 것과 같다. 그들을 주식회사에 편입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사장이었던 사람이 부장이나 계장이 되었다. 반발하면 계약 기간을 들어 불안하게 만든다. 상업주의가 커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규모가 큰 편이다. 외국은 교회가 소유권만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병원을 성직자가 직접 운영한다. 서울성모병원 로비는 운동장이다. 공항대합실 같다.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병실은 하루 400만 원이다. 그것이 왜 필요한가. 돈 있고 쉬고 싶은 사람이 쉬는 거다. 교회가 상업주의화되는 거다.

가톨릭 학교인 동성고, 개성여고도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신청했다. 자사고는 귀족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교회가 거기에 편승했다. 교육이나 의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못 배운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었으면서 돈 되는 건 교회도 한다는 것이다. 교회를 움직이는 정신이 상업주의로 변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성지 개발도 마찬가지다. 성지를 유원지와 같이 개발해서 장사하려는 게 문제다. 개신교에서 기도원을 그렇게 운영하는 곳도 있다. 복음적 잣대를 들이밀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이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다. 어떤 신부가 "등에 칼 맞는다. 조심하라"고 했다. 돈 문제는 예민한 문제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 보는 개신교 문제가 무엇인가.

맘모스처럼 커져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축복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끔 씁쓸하다. 무엇이든 시스템화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기 역할 다하면 버리고 가야 한다. '예수의 작은 자매회'라는 수도회는 10명 이상이면 분가하고 '환대의 집'도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분가해서 나간다. 커지면 공동체가 아니라 조직이 된다. 조직은 자기 생리에 따라 움직인다. 조직으로 바뀌지 않도록 예방하는 장치들을 갖추어야 한다. 세상에 선한 사람은 능력이 없고 선하지 않은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권력도 그렇다.

팔 없는 예수 상을 보았나. 예수가 '나의 팔이 되어 주십시오' 하고 말한다. 수단도 없고 방법도 없고 돈도 없지만 예수가 원하시면 언제든 팔이 될 사람을 주지 않겠나. 고난과 어려움 겪으며 가야 건강하다.

<지금 여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