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손에도 그 못 박혀 있고/ 시장 바닥으로 하루 종일 종종걸음치는/ 어머니의 발바닥에도 그 못 박혀 있다/ 못 박혀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처럼/ 어머니 못 박혀 살고 있다"(정일근)

정연복   2011-10-22

"그에게는 한 권의 저서도 없으며/ 그에게는 아무런 지위도 없으며/ 그에게는 따뜻한 가정도 없으며/ 그에게는 대학의 학력도 없으며/ 그에게는 큰 도시의 견문조차 없으며/ 그의 여행은 기껏 200마일도 못되는 거리였다"(작자 미상)

정연복   2011-10-22

"붐비는 저녁 버스/ 잠든 엄마의 새까만 젖을 물고 두리번거리는/ 눈빛이 잘 익은 머루알 같은 아기의 맑은 눈 속에/ 그분은 와 계십니다"(이동순)

정연복   2011-10-22

"땅은 평화입니다./ 땅의 마음은 평화입니다./ 하늘보다 큰 마음/ 바다보다 푸른 마음/ 태양보다 뜨거운 마음/ 땅의 마음은 평화입니다./ 땅과 입을 맞추며/ 발바닥은 부끄럽습니다./ 냄새나고 더러운 것 무엇 하나 마다 않고/ 받아 마시며 피워내는 풀

정연복   2011-10-19

"하나 아프지 않고 유쾌하게/ 울창한 숲의 온갖 향기로 치료하는/ 하나님이 차려 놓은 이 거대한 병원,/ 맑은 물과 바람, 새들의 노래 소리에/ 몸과 마음 구석구석 때를 씻어 헹구고/ 비쭉비쭉 치솟은 웅장한 산봉우리들은/ 산 같은 용기를 가지라 외쳐대

정연복   2011-10-14

"세상의 악을 한데 모아서 태워 버리자/ 그런 손으로 이웃을 알고/ 그런 손으로 사람을 알자/ 웃는 얼굴로 믿음을 지키자// 그리하여 나의 사랑/ 행복한 땅이 바로 여기로구나/ 생수 가득하고 아름다운 실과가 가득한 곳"(이탄)

정연복   2011-10-01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

정연복   2011-09-29

"물질과 허욕을 좇고, 힘과 지혜를 겨루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덧없는 것인가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이 사랑하는 자손들은 인류만이 아닌/ 당신의 품에 안긴 모든 생명들인 것을 일깨워 주소서/ 그리하여 애초 당신이 지으신 대로/ 겸손하고 소박한 우애롭고

정연복   2011-09-28

"내 밖에도 그렇게 가득하고/ 내 안에도 그렇게 넘친 당신은// 이 아침 반짝이고 있도다/ 한 마리 잠자리의 날개 위에도"(임보·시인)

정연복   2011-09-28

"우리는 모두 다 병신이다 병이 난 신체....../ 허벅지 아래 두 다리가 없는/ 한쪽 무릎 아래가 없는/ 오른쪽 팔이 없는....../ 우리는 '절단장애인'으로 불리지만/ 실은 '단절장애인'이었다/ 세상과 담을 쌓은/ 가족에게도 바락바락 화를 내며

정연복   2011-09-27

"사람의 중심은 발바닥이다/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두 발바닥// 내 영혼이 깃든 발이 그리로 걸어갈 때/ 머리도 가슴도 마음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박노해)

정연복   2011-09-27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 그리하여 봄꽃들이 피면서 북상할 때/ 꼭 사람의 걸음걸이로 올라가고,/ 단풍이 남하할 때에도/ 꼭 사람의 속도로 내려옵니다."(이원규)

정연복   2011-09-27

"관심의 총량은 누구나 같은 것/ 다만 관심의 우선순위가 다를 뿐//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너는 무엇에 관심 갖는가// 너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너의 우선순위를 바로 하라"(박노해·시인, 1958-)

정연복   2011-09-27

"하늘은 이 잡초를 길러내셨으나/ 오늘은 내가 뽑아내고 있다/ 밭을 절반쯤 매면서/ 문득 나는 깨달았다/ 이 밭에서 잡초로 뽑혀나갈 명단 속에/ 아, 어느새 내 이름도 들어가 있구나!"(김종해)

정연복   2011-09-27

"사랑은/ 너희끼리 주고받아야 할 원죄이니라// 부르지 말라/ 부르지 말라/ 너희 몫의 아픔과 견딤을/ 너희 몫의 슬픔과 기쁨을// 나는 그저 무심한 하늘일 뿐이니라."((안성길)

정연복   2011-09-27

"내가 진정한 나를 보고,/ 그것을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아름다우심과 사랑과 비교할 때,/ 바로 그때 그분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 모든 선물 중에 가장 큰 선물은 하나님의 완전하신 사랑이다."(딕 디킨슨)

정연복   2011-09-26

"행복감에 도취해 남의 고통을/ 못 볼까 두렵기만 합니다./ 내가 행복할 때에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울적함을 느낄 때마다 당신을 마주하는/ 해바라기 꽃으로 피게 하소서"(어느 사형수)

정연복   2011-09-22

"막둥아 술 한잔 들어라/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아 그 김씨 할아버지가/ 내 앞에 앉아있다 한 손에 소총을 힘있게 들고/ 백발이 성성한 전사가 앉아있다/ 자 받아라 싸움은 이제 너희들 몫이다/ 나를 향해 휙 내미는 소총"(김해화)

정연복   2011-09-22

"내가 집이 없을 때/ 당신은 사랑으로 가득한 신의 집에 머물라고/ 내게 충고했소./ 난 당신이 날 당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 주길 원했소.// 내가 외로웠을 때/ 당신은 날 위해 기도하려고/ 내 곁을 떠났소./ 왜 내 곁에 있어 주지 않았소?"(흑인

정연복   2011-09-16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유자효)

정연복   2011-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