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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D교회가 안산시 기독교 블랙홀이예요!"
며칠 전, 개인적인 볼 일로 찾아오신 이웃교회의 한 젊은 장로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목사님, 저 오늘 D교회의 권사취임식에 참석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큰 일 났습니다. D교회가 안산시 기독교 블랙홀 같아요. ‘그 사람 어디 갔지?’ 하고 궁금했던 교인들이 다 거기 모여 있더군요. 우리교회 뿐 아니라 다른 교회 다니다가 출석교회를 옮긴 사람들마다 다 거기로 모여든 것 같아요. 이러다가 다른 교회 다 문 닫겠어요.”
대형교회를 비판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는데, 실제 대형교회에 가 보니 “이거 큰 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출석교인 100명을 넘겨본 적이 거의 없는 교회의 목사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교통형편이 좋아져 시내에서 오는 교인들, 또 최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들어선 아파트단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 덕에 ‘교인 늘어가는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교인 느는 재미!’ 참 좋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석교인 100명만 모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100명이 넘고 120명이 넘어가게 되니까 요즘은 “200명만 모인다면 못 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명이 되면 300명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300명이 되면 500명.....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입니까?
어디까지가 목사의 욕심이고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뜻인 것입니까?
가까운 곳에 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일 때부터, 교인들에게 큰소리 쳤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회마다 전도한다면서 경쟁이 붙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끼리 경쟁하는 듯한 모습은 덕스럽지 않습니다. 또 아파트 단지에도 교회가 많이 들어설 텐데 그 교회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몇 년이 흘러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었을 때, 저는 교인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도지를 돌리지도 않았고, 이삿짐을 날라준다고 법석대지도 않았고, 교회차를 빙빙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광고업자가 찾아와서 “광고수주가 안 된다”며 “싸게 해 줄 테니 주공 임대아파트 *단지 거울에 화정교회 이름 넣는 광고를 해 주십사” 하는 청을 이기지 못하여 엘리베이터 거울에 우리교회 이름을 넣은 건은 딱 하나 있습니다. 이것을 하고 나서 즉시 후회하긴 하였지만 말입니다.
과연 유난을 떨지 않아서인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도 ‘구경’하러 조차 오는 얼굴들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몇 주 전부터 어떻게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분들이 몇 주간 탐색을 하더니 하나 둘 등록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찾아온 분들은 모두 먼 곳에서 이사 온 교인이거나, 이사를 하면서 이참에 출석교회를 옮기려는 교인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다른 교회 교인이 우리교회로 이동을 하는 것이지요.
“이러다가 우리교회도 큰 교회 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입지조건이나 환경이 좋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김칫국부터 마셔봅니다.
교인들이 구름 떼같이 몰려와서 교회가 비좁아지게 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교인 늘어날 때마다 예배당을 새로 짓는 방법.
교회부지가 넓으니 예배당을 다시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예배당이 300석이니 300명 이상 모이면 500석 예배당을, 또 500명 이상 모이면 100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예배당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다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교회가 지난 2005년도에 ‘100주년 기념교회 봉헌예배’를 드렸는데, 그 때에 “이 집을 거룩하신 하나님의 집으로 드립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이곳에서 우리 자녀들이 결혼을 할 것이며...우리가 이곳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입을 것입니다.... 이 집을 성례하는 집으로 드립니다” 그 곳에서 그렇게 엄숙하게 맹세하고서는 교인수가 많아진다고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것은....
둘째, 더 이상 등록을 받지 않는 방법.
교인수가 사오백명이 넘어서 1부.2부로 나누어도 비좁아지게 된다면 그 때부터 등록을 받지 않는 방법이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교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될 의험성이 있어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셋째, 지교회를 세우는 방법.
일정수의 교인을 떼어 교회를 새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에 큰 교회들이 해 온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설립된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의 원주제일교회는 옛날부터 ‘분가’를 여러 번 하였습니다. 분가된 교회들이 부흥하여 지금은 원주 시내의 실력 있는 교회들이 여럿 되었습니다.
교인 수가 많아지면, 교인들을 떼어 지교회를 세우는 것이 과거 교회 수가 늘어가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리교회라는 공교회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경우를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대형교회를 지향하고, 마치 교회는 ‘큰 교회가 되는 것’이 주님의 지상명령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외에도 무슨 좋은 방법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런 것들을 위해 고민하며 논의해야 합니다.
“목사님, 대형교회가 블랙홀입니다!”며 탄식하던 장로님의 말이 아니어도 대형교회의 문제는 이미 한국교회의 커다란 숙제로 자리매김되었습니다. 목사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그에 따라 안수(ordain)용 교회도 늘어가고..... 우리 지방만 해도 34개 교회 중 20여 가까운 교회가 1년 결산 3000만원 미만입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회는 덩치 키우는 것이 지상목표가 아니라는 것.
교회 크기에 따라 하늘의 상급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하나님은 대형교회 작은교회 가리지 않고 찾아오신다는 것.
꿈꾸어 봅니다. ‘블랙홀 같은 대형교회’가 아니라 ‘퍼내고 나누어줘도 계속해서 새 물이 고이는 샘물과 같은 교회’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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