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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즐겁게 만든다나는 코알라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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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0월 26일 (수) 00:00:00 [조회수 : 2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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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온통 만족하고 즐거운 일뿐이라면 사람은 행복해할까?
오히려 사람들은 슬픔과 우울을 더 높은 등급의 가치로 삼을 것 같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 사람들 중에 자살율이 높고
찢어지게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율이 세계 1위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좋은 계절, 가을이 깊어질수록 문학과 시에 빠져 들고
감미롭고 애상적인 노래를 찾는 것도
그런 호사다마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어느 결에 올해도 가을을 탔나 보다.
나는 비감에 젖어 못 헤어날 그럴 위인은 못 된다.
뿌리혹박테리아로 질소를 만들어 내는 콩과식물처럼
웃음 바이러스를 창출해 내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기에...
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우리 반 교실을 종종 개콘이나 웃찾사 무대처럼 만들려고 한다.
스스로 망가지지 않으면 남을 망가뜨릴 수 없다는
웃음 철학을 체득한 후 나는 애머쳐 광대처럼 되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이나 방에서는 때론 무희도 된다.
스스로 웃기는 웃음 로봇으로 변신하는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직장인이
고단한 몸과 혼과 영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암울한 환경과 독한 스트레스에
생활이 얼마나 더 삭막하고 지겨워질 것인가?
그런데 내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지 몰라도
제자들 중에도 웃을 줄 알고 웃기는 기술을 터득한 녀석들이 있다.
시시로 행복한 어릿광대 짓을 은근히 전수받은 어린 천재들이
20평짜리 교실을 온통 웃음꽃 화단으로 만들기도 한다.
천연 웃음 보따리인 아이들과 웃고 웃기며 떠들며 놀다보면
어느 새 쉰세대인 나도 십년 남짓은 더 젊어 보인다.
이번 월요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사회 시간에 간단히 역할극을 해 보이기로 했다.
과거와 현대 생활의 차이를 가르치다가
옛날에는 결혼도 본인의 뜻이 아니라
부모가 친구끼리 술자리에서 맺어 주는 대로
얼굴 한번 못 보고 시집장가 가야 했음을 시연하기로 했다.
우리 반 회장 이신범더러 내 친구 역을 하라고 해 놓고는
"여보게, 신범이~ 자네가 딸을 낳으면 내 아들에게 주게나."
그 녀석에게 기대한 대답은 뻔한 것이다.
"그러세. 우리 두 집안 대대로 친구로 지내세."
라거나
" 좋네. 이 사람아. 자네 아들이나 잘 키우게."
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뚱딴지 같이 내 귀에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았다.
"야! 짜샤, 너한텐 내 딸 안 줘."
순간, 황당했으나, 교실은 웃음 바다가 되고 말았다.
선생님이 배꼽을 잡고 웃으니 아이들이 안 웃을 리 없다.
너무나 어이 없고 웃겨서 내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다.
나는 하루하루 많이 웃게 해 준 어린이들을 더 칭찬해 준다.
집사람이 학교에서 막 제대하고 복직한 남교사에게서
들었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가 군대에 복무 할 때 상관이 다가와 물었다고 한다.
"자네, 선생님 맞지?"
"예. 그런데요?"
"내 소원 한 가지 안 들어 줄래?"
"뭔데요. 말씀하시죠."
"응, 자네 뺨 한 번 때려보고 싶어.
내가 학교 다닐 때 꼭 한 번 선생님의 뺨을 때려 보고 싶었거든."
" ............ "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반항해 보고 싶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 다르다.
결국은 그 교사는 애꿎게 뺨을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내 제자들 중에도 나를 때려 보고 싶은 놈들이 있을까?
때마다 아이들 하고 손잡고 게임을 하면서
밀치고 당기고, 넘어지고 넘어뜨리고, 업히고 업어 주고,
무등도 태워 주고, 손을 잡고 헬리콥터도 돌리며 놀아준다.
내 손등이 멍들 정도로 꼬집는 민주 같은 아이도 있다.
그렇다고 버릇 없이 굴거나 엉겨 붙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엄할 땐 눈물 쏙 빼 놓고, 때론 웃겨서
내 기분을 감잡기 어렵게 하여
학습에 집중을 시키는 게 내 특기이다.
내가 아이들과 노는 것은 동심의 세계를 알고
그들과 교감하기 위한 것이고, 스킨쉽은 그 도구이다.
억눌리지 않아야 아이들이 거침 없이 발표도 하고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으며,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컴퓨터 그림판에서 그림을 그릴 때 보면,
시키지 않아도 내 얼굴을 캐릭터로 그리며 웃는다.
내 코가 코알라코라며 우스꽝스럽게 그려 놓고는
내 손을 자기 컴퓨터로 끌고 가 먼저 보여 주려고 경쟁을 한다.
아이들이 다가오는 돌고래 같이 되자는 게 내 컨셉이다.
선생님이 나이 들어 싫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내 은사님 뺑코처럼 친근하고 다정한 이미지의
코알라코 선생님으로 나도 기억되고 싶다.
2005-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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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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