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날’ 논평>
누구를 위한 ‘세계인의 날’인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지난 2007년 5월 17일 제정된 이후 매년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각 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미 이주민 100만 시대를 넘어 다문화사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인의 날’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시대라는 다양성 속에서 문화와 전통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다문화사회를 마련하는 정부차원의 다문화정책은 당연한 시대 조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현 이명박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인권적 차원에서 철저한 통제와 배제로 시대 요구에 역행 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동화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서도 이주자를 체류 자격별로 제한(합법적 체류자 중 결혼이민자 내지 전문 인력, 유학생 등 20% 이하 국한)하고, 이 과정에서 70만이 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은 사업주 손에 달려 있고, 사업장 이동의 제한 등과 같은 독소조항이 법률적으로 엄연하게 존재하는 한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에서 다문화사회에 편입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우선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환경으로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단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위법적인 단속관행을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명문화하려는 획책을 즉각 중단하고, 인권 지향적인 ‘비구금화 원칙’에 기초한 자발적 귀환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선회하여야 한다. 이러한 전제 없는 현재와 같은 다문화 정책은 회칠한 무덤과 같다.

또한, 결혼이민자 지원방향에 있어서도 동화주의적이고 일회적인 정책을 버리고,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신중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결혼이민자 일개인의 ‘한국화’가 아닌 전 방위적인 사회적 지원과 사회적 통합을 통해 다문화사회 마련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중앙 정부 역시 획일적 정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자체의 특성과 역할을 고려한 결혼이민자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민관 협력을 통해 현실성 있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혼재되어 있는 부처 간의 결혼이민자 지원정책을 일원화하여 총괄적인 결혼 이민자 지원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러한 토대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다문화사회는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다문화사회의 기본인 다양성의 인정, 상호 존중과 이해가 바탕이 되는 다문화 사회 구현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은 필수적이다. 또한 결혼이민자의 동화주의 정책은 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 통합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다문화 정책은 통제적 관념이 아닌 인권지향적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가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라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제2조와 같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2009.5.20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