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 돈오점수는 불교용어입니다. 전자의 말은 한번 깨닫고 나면 더 닦을 것이 없다는 뜻이고 후자의 경우는 단번에 깨달았다고 할지라도 아직 악한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습성을 닦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 즉 한번 구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성화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불교에서는 이런 두 가지의 수행 흐름이 있는데 돈오돈수론은 성철스님으로 대표적이고 돈오점수론은 보조지눌 국사입니다. 이 두 파의 대립은 마치 교회의 진보냐 보수냐의 대립처럼 불교의 해묵은 논쟁이자 대립이라고 하겠습니다.

돈오(頓悟) 란 단번 깨닫는 의미인데 이를 기독교의 의미로 풀이 해보면 예수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그 순간, 구원의 감격으로 이해 할 수 있겠습니다. 보수교단 특히 어느 교단에서는 이런 구원받은 때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돈오의 의미를 중요시 여기는 교리를 자신들의 주 메뉴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점수(漸修) 란 한번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전 과정에 점점 그 깨달음을 닦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어느 한가지를 고집할게 아니라 이 두가지 모두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의 날개가 두 개인 것처럼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모든 방면에서 균형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게 생태적인 원리이기도 합니다.

비록 돈오돈수(頓悟頓修)적으로 구원받고 진리를, 복음을 깨달았다고 인간의 죄성이 단번에 고차원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동기부여를 할 뿐입니다. 돈오돈수의 대표적인 인물이 사도바울이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미 수많은 돈오돈수의 깨달음에 의해 복음이 확장된 사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발전은 돈오점수의 깨달음의 보편화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틴루터의 종교개혁이 바로 돈오돈수적 깨달음의 전형적인 예라면 또 다른 종교개혁자 칼빈은 돈오점수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두 가지가 혼용될 수 있는 성질도 있지만 칼빈의 개혁주의 교리는 오늘날 개신교회가 있게 한 돈오점수적 공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우리나라의 복음이 전래된 이후 학교의 설립, 병원의 설립, 사회복지기관의 설립이 돈오점수적 보편화의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오돈수, 돈오점수 이 두 가지는 상호보완적이며 따로 분리 할 수없는 성질의 진리 깨우침의 방편이므로 기독교적 가치로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성인들께서는 먼저 깨닫고 후에 차츰차츰 진리를 닦으며, 그 닦은 바에 따라 진리의 경지를 넓혀 나갔습니다. 교회역사에 깡패가 돈오돈수적 깨달음에 의해 단번에 목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오점수적 목사의 수행에 실패한 경우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개신교회의 척추교리인 칼빈의 전적타락교리에는 그 누구도 비켜 갈 수 없습니다. 인간의 죄성을 이보다 더 압축적으로 표현한 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목사는 전적타락 교리에 자유로운 듯 활보를 하고 있습니다. 돈오돈수이면 됐지 돈오점수 따위는 상관없는 마케팅 복음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자본주의와 손잡고 교회만 성장시키면 된다는 돈오성장(頓悟成長)돈오부흥(頓悟復興)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날마다 성화의 길로 거듭남의 변화의 길로 가야 하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길이 우리 앞에 있기 놓여 있기에 우리는 결코 한눈팔지도 말고 교만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필자 역시 인간의 죄성을 늘 발견하고 넘어지는 죄성의 골짜기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발자국 걸을 때 마다 복음의 점진적 수행이 성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십자가 복음으로 돈오돈수(頓悟頓修)의 깨달음만 중요 한 게 아니라 돈오점수(頓悟漸修)적 복음의 항구적 수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이걸 간과하고 있습니다. 돈오돈수의 시기를 중요시 여기는 교파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구원의 신비와 깨달음의 과정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