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어요, 안녕!”
“다음에 또 만나요.”
“잘 가세요, 연락드릴께요.”
관광버스 속에서 아쉬운 이별의 인사를 하였건만 내려서 창문을 통해 한번 더 인사를 나누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도토리 섬이 처음 만나는 젊은 남녀들을 하룻밤을 통해 만리장성을 쌓은 관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명월아~, 타령해서 번 돈으로 시원한 맥주나 사 거라.”
“대비마마~, 오라버니(OB)로 할까요, 큰 오빠(CROWN)로 대령 할까요?”
“조마마에게 물어 보아라.”
“조마마, 선택 해 보시지요.”
대비마마 희조, 마마 영이, 명월 상궁 은주 삼총사는 큰 길에서부터 웃음꽃을 피우면서 전 의원 자택으로 가는 길의 슈퍼마켓 앞에서도 맥주타령으로 한바탕 웃음꽃을 터뜨리는 것은 20세의 처녀들이 웃음꽃을 피우지 않으면 할미꽃이라도 웃어야 할 정도의 좋은 날씨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 의원 댁으로 가는 것은 강원과 춘원 그리고 밍키는 외갓집에서 부모의 신혼여행 3일 간을 지내기로 했기에 키퍼와 삼총사가 집을 지켜 주기로 약속이 된 것이다.
“은주야, 키퍼가 아이스크림 몇 개나 먹었어? 나는 한 개만 주었는데, 영이는?”
“2개”
“은주는?”
“셋~ 그리고 네 개 더”
키퍼는 차가운 병맥주를 양쪽 허리의 자루에 잔뜩 싣고 은주의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연신 빨고 있었다. 키퍼의 기발한 모금작전으로 맥주까지 대접 받으니 왈가닥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아주머니, 아저씨, 집 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너희들도 안녕!”
1박 2일 동안 전 의원의 직원이 가족들과 이 집을 지켜주었고 이제는 영이 일행과 교대를 하는 것이다. 아침식사도 하고 몸도 씻고 잠도 더 자야 하지만 도토리 섬의 기분을 더 간직하고 싶은지 모두들 소파에서 움직일 생각들을 않았으나 그래도 제일 배가 고픈 은주가 계란을 구워 빵과 오렌지주스를 가져 왔다.
노른자가 그대로 유지된 채 구워진 계란을 보자 영이는 싱긋이 웃으며 은주 옆으로 다가 앉았다. 한 보좌관이 아내의 젖가슴을 훔치던 이야기를 하려고 은주의 가슴에 손가락을 대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영이의 손가락에 노란T셔츠의 감촉이 다른 것이다.
“은주야, 너 브래지어 안 매었어?”
“아차! 내 젖 마개~”
은주는 자신의 젖가슴을 문지르며 큰 한숨을 쉰다.
“언제 벗었는데…?”
“어제 낮에 치마 저고리를 입고 타령을 했더니 답답하고 땀도 채였기에 서원 담 구석의 빨래 줄에 널어 놓았지, 깜빡 했소이~”
희조는 은주의 엉뚱한 말이 재미 있는지 소파에 누워 두 발바닥으로 박수를 치며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희조 언니, 그 줄에 멋쟁이 연분홍 실크 팬츠는 누가 임자일까요?”
소파에서 누워서 깔깔대던 희조가 갑자기 ‘꿍~’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올해는 목감서원에 때아닌 마개바람이 불어 익으려는 연분홍 감들이 많이 떨어 지겠네.”
간단하게 잠 자고, 밥 먹고, 몸 씻기를 마친 경비소대는 마당의 테이블에 둘러 앉았는데 물론 몸 씻기만 생략한 키퍼도 참석을 하였다.
“영이야, 철수 전도사님, 요새도 그릇 열심히 씻고 계시지. 내일 점심은 그 쪽으로 행차를 해 볼까?”
“와~, 은주 언니도 교회 다녀요?”
“죄인 오라 하시는데 이 몸이 빠질 수 있나, 게다가 모태신앙의 신분으로….”
학원가의 마당발은 라합교회까지 알 정도이니 확실히 서울은 지방과 틀린다는 생각이 굳혀지는 것이다.
“서울모태와 시골모태, 오늘 잘 만났네.”
영이는 모처럼의 셋의 자유시간을 도토리 섬에 증거품을 남기고 온 두 친구에게 회개(?)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은주 언니는 어느 교회에 출석하는데요?”
“기장교회 즉 한국기독교 장로교.”
“영이 언니, 혹시 부산 근처의 기장에 박장로가 세운 교회가 서울에도 있는 모양이네요? 우리 마을에도 이 교회 사람들이 전도하려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쫓겨 났어요.”
“은주는 운이 참 좋은 여자야. 칼뱅이 은주를 하나님 품에 딱 예정을 해 놓았어. 라합교회가 무슨 교파인지 아니?”
영이와 은주는 서로를 번갈라 쳐다보는 것은 교파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철수 전도사는 예장 즉 대한예수교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나온 분이야. 그런데 교파를 초월한 계몽신학과 대중신학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야~, 희조 언니, 한번씩 중요한 것을 흘려서 탈이지, 진짜배기 마당발이네.”
“명월아~, 죄인끼리 흉보면 머 하노. 부잣집에 왔으니 냉장고에서 시원한 과일이나 가져 오고, 힘이 좋으니 오는 길에 서재에서 성경책이나 3권 들고 오게나.”
“대비마마~, 통촉 하소서. 교회도 안 다니는 집에 무슨 성경책이 세권씩이나 있겠습니까? 강원이 어린이 성경으로 만족하시지요.”
은주는 더 중요한 것을 흘린 희조가 서울에 산다고 시골 출신을 깔보는 것 같아 기회를 엿보다 강한 맹공을 퍼부을 자세이다.
“발칙한 년! 벌로 서재에 있는 성경책을 모조리 다 갖고 오너라. 영이야, 미안하지만 과일은 너가 갖고 와 줄래.”
은주는 6개월 이 집을 드나들면서 부엌은 왕래가 많았지만 서재는 구경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희조는 서재에 한번도 들어가 본 일이 없는데 어떻게 서재에 여러 종류의 성경책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게 생각을 하며 서재로 향했고 영이는 과실과 과자, 쥐포, 음료수까지 분주히 운반하였다.
“대비마마~, 이 년을 죽여 주옵소서, 성경책이 너무 많아 미제는 못 가져오고 국산만 10권 가지고 왔나이다.”
성경 10권이 투포환보다 더 무거운지 끙끙거리는 은주 자신도 놀래는 표정으로 10권의 성경책을 테이블에 놓으며 강아지가 꼬리를 떨구듯 신음을 토한다.
------------------------------------------------------------
성경은 책 중의 책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대부분의 교단이 개정판을 공식예배에 사용하게 됨은 늦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읽고 이해할 수가 있는 번역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가방끈이 긴 자들이 양보를 하지 않을 듯 합니다.
힘든 한자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영어가 우리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영기업체나 대기업에서 영어 성적이 얼마나 합격을 좌우하는지… 이런 현실에서 한글 운운하는 것은 또 다시 현실을 모르는 외눈이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역설적으로 영어 성경을 공식예배에 사용을 하자고 해 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