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1. 국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대통령을 자칭한 이명박 대통령은 747공약, 즉 경제성장률 연 7%,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7년 내에 이루겠다고 공약했으나, 집권 1년 만에 이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가는 급등하고 정리해고자는 늘어났으며 대학 졸업자 10명 중 9명이 일자리를 못 구해 취업대란이 발생하는 등 실업자가 4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1%의 강부자와 99%의 서민으로 갈라지면서 계층 간 위화감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2.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권을 극도로 유린하고 있다. 지난 1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용산철거민'에 대한 경찰의 의도적인 과잉 진압으로 6명이 불에 타죽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는커녕 진상 규명도 안 되고 있다. 정책 전환이 없는 한 이 같은 사건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백골단의 부활과 최루탄의 재등장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다시 숨 막히는 유신과 5공시대의 군사독재로 후퇴시킬 것이다.

3. 소위 MB악법을 밀어붙여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눈과 귀를 틀어막아 정권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탄압하려 하고 있다. 공영성이 생명인 언론 특히, KBS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이미 정권에 의해 장악되었으며, 방송법 개정으로 재벌이 언론을 합법적으로 장악할 수 있도록 계속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검열, 휴대전화 도청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4. '한반도 대운하' 정책이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거짓 포장하여 추진하고 있다. 하나님이 창조질서인 아름다운 강산을 '돈'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파괴하는 일은 하나님 앞에 큰 죄악임을 망각한 반(反)신앙적인 행태이다. 후대에 미칠 재앙을 생각하면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5. 초등학생까지 성적경쟁에 내모는 기초학력평가와 같은 MB식 무한경쟁의 교육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영어몰입교육으로 파장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성적중심,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인성의 계발과 공동체 정신의 함양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교육정책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양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식 교육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6. 지난 10년 동안 남북정상 간에 이루어진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은 이명박 집권 1년 만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150만 명에 달하던 금강산 관광은 이미 끊어졌고, 개성공단도 대부분 철수하였다. 6‧15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던 인사가 통일부 장관에 임명되고, 국방부 장관은 북에 대한 무력사용까지 서슴지 않고 언급하였다. 북측은 이에 맞서 "대남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할 것이며 서해 군사충돌이 전면전으로 변할 위험성에 대하여 거듭 경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반도 상공에는 전쟁의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7.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농업부문 협상 결과는 우리 농축산물 시장의 완전개방을 뜻한다.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모두 철폐되고,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ASG) 발동도 없어지게 된다. 한미 FTA만큼 예외품목 없는 FTA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미국은 쌀 농가소득의 약 75%를 보조하고 있으며, 연간 20조원 안팎의 보조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어서 공정무역(fair trade)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을 상대로 한 무소신하고 부도덕한 협상은 민족농업을 말살시키는 위험한 도박이다.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과 다원적 기능,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에 대해서 협상단은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식량위기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는 이 때 식량자급율 26%인 우리나라의 대비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소농, 가족농을 기본으로 삼으면서 기업농, 전업농, 북한과의 통일농업 정책을 병행해야 민족농업의 장래를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한국교회의 성공 및 성장지상주의적 목회관과 반공 이념의 대결적 풍토 속에서 나온 '교회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명박 정권의 타락과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그를 옹위하고 있는 뉴라이트 세력, 줄을 댄 대형교회 목회자들, 탈역사적인 한국교회 지도자들, 반민주, 반통일 인사들, 시장만능주의 투기금융재벌들,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경고한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4:17).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약5:1)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결코 원치 않는다. 그의 실패는 정권만의 실패가 아닌 교회의 실패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가 낳은 아들이다. 어머니격인 교회는 기도하면서 국정운영을 쇄신하도록 예언자적 비판과 애정 어린 권면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진실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섬기는 정치를 구현해 나아갈 것과, 독선과 고집을 버리고 초당적 인물을 모아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급변하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민족경제의 활로를 찾아나갈 것을, 정의와 평화, 사랑과 섬김의 실천자로 오신 주님의 이름으로 당부하는 바이다.

2009년 2월 28일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회장 김정운 목사 외 임역원 일동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증경회장단 일동

<증경회장단>
심상봉 목사, 임인수 목사, 김병균 목사, 한종현 목사, 한경호 목사
이인수 목사, 한기동 목사, 윤구현 목사, 김선우 목사, 한철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