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산천경계가 생명의 기운을 머금고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은 '작은 것일지라도'라는 곡으로 시작된다. 볼프의 가곡집 중 가장 먼저 작곡된 것이 아니면서도 이 곡이 제일 먼저 실린 까닭은, 아무리 작은 것에도 귀중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곡의 내용을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벨리우스는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의 것"이란 말을 했다.

하나님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드리는 애절한 기도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고 심오한 존재의 밑바닥에서 울리는 가장 낮은 목소리이다. 그러나 이 애원성(哀願聲)이야말로 어둠 속에 잠든 삼라만상을 첫새벽의 여명(黎明)이 되살려 내듯, 하나님의 무한하신 자비를 나의 내면에 생명의 빛으로 쏟아 붓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나의 스승 예수는 언제나 '작은 것'에 관심을 두셨다.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고 하셨다. 내가 많이 가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웃과 나누지 못한 것이 불행이며, 내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느 것에도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늘 목이 마르고 불안과 초초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이 보일 때가 많다.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호사스럽게 잘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정신적으로 늘 초라하고 궁핍해 보인다. 크고, 좋고,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도 참 많이 있다. 살뜰함과 사랑스러움, 고마움을 늘 잃어버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 햇봄, 여린 싹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멀쩡한 예배당을 부수고 더 크게 짓고, 차를 많이 세우기 위해 근처의 땅을 야금야금 주차장으로 사들이고, 그리고는 평일에는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게 교회 문을 걸어 잠근다. 경치 좋은 데는 부동산 업자를 끼고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서 용도변경 하고, 산림을 훼손하여 기도원을 짓는다. 동네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작아지려고 하지 않는다. 겸손의 덕목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가난의 영성'에 대해 관심하지 않는다. 교회의 첨탑은 점점 높아져 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교회는 이 사회와 멀어져 간다. 그리스도와 관계없는 복음이 선포될 뿐이다.

그동안 25년 가까이 교회를 섬기면서 느끼는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 자신부터 그렇다. 작은 것을 소중히 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가난의 영성이야말로 예수를 선포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국제신문 <아침의 명상>코너에 연재되는 박철 목사의 칼럼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