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독인 일동은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언론 방송법을 개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시도가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아 큰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합니다.

1. 언론방송관련법 개정안과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어 있는 언론방송 법은 총 7개(정보통신망법·방송법·신문법·언론중재법·전파법·멀티미디어법·DTV전환법)입니다.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1) 방송법 : 방송사 지분 제한 규정을 변경하여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운영 참여를 전면 허용하고 방송법 시행령에 두었던 자산규모 10조원 미만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재벌의 방송 소유를 허용한 것
2) 신문법 : 신문·방송 겸영 금지 규정을 폐지한 것
3) 정보통신망법 :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 것
4) 언론중재법 : 신문지원기관 통폐합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기관장 임면권, 언론진흥기금도 정부에서 임의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
5) 멀티미디어법 : 신문 방송 교차 소유와 지배주주 1인 소유제한 상향조정
6) DTV 전환법 : 외국 자본의 방송진출 허용 등입니다.

이 중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기업의 방송참여를 지분의 20%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신문기업의 방송 겸영을 허용하며, 케이블 방송에 보도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을 추가 혹은 신설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대기업(KT와 SKT, CJ 등)과 신문사(중앙일보의 J GOLF, 히스토리채널 등)는 케이블 방송, DMB, IPTV 등 뉴미디어 산업에 진출하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사실상의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상파 방송에 이들의 진출을 허용할 것인가’이고, 둘째, ‘이들에게 YTN 같은 뉴스전문채널, 또 드라마, 오락, 뉴스를 다 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할 것인가 입니다.

핵심 쟁점 중에서도 현재 가장 예민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은 주요 일간신문인 조/중/동이 방송법이 바뀐 뒤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하고, 케이블 방송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확보하면, SBS, KBS1.2, MBC, EBS에 이어 또 하나의 전국적인 방송채널을 갖게 될 가능성! 바로 그것입니다.

조/중/동은 기존 신문시장의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절대적 여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에 추가하여 뉴스전문 채널, 특히 종합편성 채널을 가진다면, 이는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 통폐합 이상으로 여론 형성의 독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2.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방송법은 정권과 보수 세력의 완전한 여론 장악 시도로 보입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KBS사장 교체를 강행하였고, YTN 사장에 대선특보인 구본홍 씨를 내려 보냈으며,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최시중 씨를 임명하였고, MBC에 대한 민영화 압박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권력의 방송 장악과정 중에도,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정병국의원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론이 독과점으로 가서는 저는 안 된다고 보거든요. 지상파 자체도 지금 독과점이라고 해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같이 겸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고,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나경원 의원은 MBC의 100분 토론에서 신문에게 지상파 방송까지 참여시키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공개 발언한 바 있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도 신문에게 "너무 종합 편성하는 이런 것들을 다 준다든가, 지상파 방송까지 할 수 있는 이런 것을 준다든가, 이런 것은 좀 곤란하다고 보고요" 라고 공개 발언함으로써 신문의 지상파 방송 참여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주무 부처에서는 공론 형성 과정에서는 신문의 방송참여와 종합편성채널 허용을 분명하게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별도의 논의나 합의 과정 없이 현재의 개정안을 상정한 후 그 통과를 위해 강행하고 있습니다.

사태의 이 같은 진전은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이루어온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의 본질을 훼손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악몽을 부활시키는 조치로 보여 질 뿐만 아니라, 그 의도가 재벌과 주요 신문에 뉴스편성권까지 부여하여 여론 형성을 권력과 기득권층의 구미에 맞게 획일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 현 정부의 언론방송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핵심 쟁점인 대기업의 공중파 방송 진출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63.8%로 찬성한다는 의견 28.0%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신문의 공중파 방송 진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63.3%로 찬성한다는 27.7%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우리 기독인 일동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여론획일화 시도를,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온 건전한 시민들과 함께 깊이 우려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합니다.

3. 신문의 방송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이 고용을 창출하고 미래세대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절대 다수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국민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방송법 개정을 포기하기 보다는 신성장 동력과 고용창출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여론을 역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시도는 경제위기로부터 탈출하기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에 언론 방송법 개정을 편승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 특히 신문과 방송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언어권역 인구가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결정합니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그 대상이 4500만으로 한정된 한국 사회이기 때문에, 16억의 중국 언어 권역이나 20억 명의 영어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영미 미디어 산업에 비하면, 시장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반도체나 조선업처럼 세계로 진출하여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SBS>가 설립된 후 20년 동안 창출한 고용 인력은 정규직·비정규직, 자회사까지 다 합쳐도 2천여 명이 채 안됩니다. “2004년 이후 방송시장이 연평균 10% 성장했지만 고용인원은 오히려 줄었으며, 한나라당 법안대로 규제를 완화하고 KISDI가 사용한 계산방식을 활용해 고용증가 여부를 산출할 경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 산업의 일자리가 1만2693개 증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3021개 줄어들었다”며 정부·여당의 일자리 창출효과 주장을 반박한 자료도 나와 있습니다(문종대 동국대 교수). 방송 규제를 완화시켜 국민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그 화려한 수사만큼이나 근거가 빈약한 주장입니다.

4. 정부와 한나라당에 드리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금은 정부·여당 및 일부 편향된 계층만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할 때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합의할 수 있고,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어 그에 진력해 주기를 바라며, 전망이 불확실하고 논란이 가중되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경제 회생 시도는 중단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 자유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신문방송 겸영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거대한 언론매체가 출현하여 여론을 독점적으로 형성할 가능성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경우, 헌법재판소도 신문의 방송 겸영 금지를 합헌으로 인정한 바 있고, 신문과 방송이 불안정하게나마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현재의 방송관련법을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법 개정 시도를 멈추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3) 우리 사회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권력이 신문이나 방송과 사투를 반복해온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양심과 전문성에 입각하여 권력에 대하여 우호적일 수도 있고 비판적일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언론과 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이 보장되고 유지되는 것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과 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중장기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가 언론과 방송을 관장하게 하고 정권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해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09년 2월 10일 
언론 방송법 개악을 우려하는 기독인 일동

강경민, 강도영, 강형구, 고상환, 구교형. 권미, 권연경, 길형준, 김경미, 김경천, 김기현, 김기정, 김동춘, 김동한, 김민선, 김명환, 김병로, 김선식, 김성욱, 김성학, 김세진, 김승무, 김승미, 김신곤, 김애희, 김영진, 김영환, 김유나, 김은석, 김인홍, 김정훈, 김종미, 김종환, 김종희, 김창일, 김하아람, 김한중, 김형국, 김형원, 김회권, 나원주, 나지윤, 남기업, 남오성, 문무, 문세진, 박득훈, 박운양, 박정석, 박종운, 박준규, 박태순, 박찬주, 박창수, 박철수, 방인성, 배기찬, 백인주, 백종국, 서형석, 성석환, 손기화, 손철화, 송광섭, 송봉진, 송현훈, 신기록, 안기홍, 안동규, 안종철, 양수빈, 양정지건, 양지영, 양진일, 양희송, 우상범, 우영호, 원재천, 윤찬우, 윤환철, 윤희윤, 음장복, 이건호, 이경석, 이광하, 이국운, 이문식, 이방욱, 이상석, 이성식, 이세훈, 이승균, 이승민, 이승희, 이용성, 이은창, 이재안, 이재웅, 이정현, 이종연, 이준철, 이지영, 임완철, 임왕성, 임재현, 장은덕, 장정욱, 장현갑, ! 전병길, 전재중, 정광덕, 정민규, 정민희, 정성규, 정운형, 정원식, 정윤주, 정지웅, 정진영, 정진웅, 정현구, 조정화, 조영민, 주건일, 주재일, 주재환, 진원명, 차은석, 최갑주, 최성욱, 최영신, 최은상, 최철호, 최호윤, 추유진, 표종록, 한경호, 한병선, 한승헌, 한원희, 허태욱, 황병구, 황영익 (이하14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