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의 표지

눈을 의심했다. 책을 잡고 단지 세 쪽을 넘겼을 뿐인데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가 나왔다. ‘배타적인 개교회주의를 극복해야 교회가 산다’는 제목을 단 1장부터 심상치 않다. 설마, 그럴 리가? 아니 목사가 정말 이런 말을 했단 말인가? 그래도 목사란 자가? 나로서는 책의 내용을 옮기는 것 자체가 살 떨리는 일이다.

옮길까 말까 갈등하다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2005년 1월 22일자 <뉴스앤조이>는 책 14쪽과 똑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 옮겨본다.

2005년 1월 대구의 한 집회에서 전OO 목사는 충격적인 설교를 했습니다. … 문제가 되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성도가 내 성도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 친구들로부터 “목사들이 다 그러냐?” 또는 “너도 그렇게 설교하냐?”라는 말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14쪽)

<뉴스앤조이>는 좀 더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라고 했다고. 덧붙여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인 나를 위해 죽으려는 자가 70%이상이다. 내가 손가락 1개 펴고 5개라 하면 다 5개라 한다. 자기 견해 없이 목사를 위해 열려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맞아죽어도 싸다

이 정도라면, 목사가 이 정도라면, 맞아죽어도 싸다. 목사 아니라 천사라도 맞아죽는 게 맞다. 근데 왜 안 맞아죽는지 그걸 모르겠다.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이하 <교회비판>), 책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그래서 한편으론 거부감이 있었다. 책 팔기 위한 상술 같은 제목이라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받으면서 함께 왔던 책들 중에 하나다. 내가 목사라는 걸 안 <오마이뉴스>의 배려다. 그런데 그 거부감 때문에 몇 달을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었다. 그건 책읽기를 좋아하는 원래의 내 습관하고는 전혀 다른 행태였다.

그러던 중 어제(2일) 아내가 미장원에 가잔다. 미장원에 가면 시간죽이기용 무엇인가가가 있어야 한다. 내 머리를 깎는 시간과 그녀가 머리를 마는 시간은 천지차이가 나니까. 아내가 머리를 다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는다. 그게 우리 내외가 맞추며 사는 방법 중 하나다.

내가 시간죽이기용으로 들고 간 책이 바로 <교회비판>이다. 그러나 내용은 제목의 선정성과는 딴판이다. 당연한 내용들이고 이미 나도 몇 번인가 말했을 것이 분명한 그런 내용들이다. 단원의 제목만 봐도 무엇을 말하는지 상큼하게 들어온다. 조금은 강한 표현들이긴 하지만.

배타적인 개교회주의를 극복해야 산다/ 교파를 폐쇄해야 교회가 산다/ 술, 마셔도 된다/ 성전건축 미명 아래 자행되는 교회건축을 중단하라/ 점핑보드(Jumping Board)설교를 중단하라/ 기도가 달라져야 한다/ 주연의식을 버려야 예수가 산다/ 돈을 극복하지 못하면 하나님을 섬길 수 없다/ 기복주의 사상은 십자가 복음을 소멸한다

돌에 맞아 비틀거리는 한국교회

지금 한국교회는 세인들에게 돌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이 한국교회 안에 흑사병처럼 번지고 있는 타락증후군을 퇴치하는 치료약이 되기 바랍니다.

책 뒤표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한국교회가 비틀거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고 돌 던지는 사람이 잘못 된 거라는 억지를 쓴다는 게 문제다. <교회비판>은 내가 하고자하는 말들을 쏟아내 줌으로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저자가 이미 썼던 <엘리트 크리스천이 되는 16가지 비법>을 기반으로 깔고 새롭게 불거진 문제들에 대한 지적과 진단, 그리고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나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점이 카타르시스로 다가오긴 하지만, 반대로 나의 잘못됨을 지적하기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다 아는 얘기다. 근데 그 다 아는 얘기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그런 말을 나는 못했기 때문이다. 남은 물론 내 자신에게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을 누가 귀 기울여주느냐는 게 그 첫째 이유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일 것 같은 게 그 두 번째 이유다.

가슴을 파고 들어오는 속속들이 옳은 말들을 단숨에 읽으며, 이젠 정말 죽지 않으려면, 맞아죽지 않으려면 교회의 잘못을 비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교인에게 맞아죽느니 같은 교인들이 비판하여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게 더 낫지 않겠는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성경 요한계시록 9장 20, 21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손으로 행한 일을 회개하지 아니하고 … 또 그 살인과 복술과 음행과 도둑질을 회개하지 아니하더라

그렇다. 심판의 재앙이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회개할 줄 모르는 무리가 있다. 이게 성경 안에서 만의 이야기이겠는가. 지금도 이 말씀은 그대로 교회 안에서도 적용되는 것을. 그러기에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인 <교회비판>을 읽으며 가슴이 저리도록 공감하면서도 이 책 또한 허공을 치는 꽹과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메어졌다.

맞아죽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다 알아듣고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고 믿기에 복음을 전하는가? 아니다. 그 중에 들을 귀 있는 자를 위해서다. 마찬가지다. 회의적이고, 긴가민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맞아죽을 각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엘 박 목사가 누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고맙다. 그런 점에서 나서줬으니.

“돌 맞기 딱 좋은 기독교인이 여전히 설쳐대고 있는 참담한 현실”(19쪽)이지만, “자신 교회의 목회자만 진짜 목회자이고 다른 교회의 목회자를 인정하지 않는”(21쪽) 배타성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 찾아가듯 자신의 배경이 되어 줄 좋은 교회(대형교회?)를 찾아 들락거리는 ‘철새교인’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맞아죽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교회는.

“압력밥솥, 라면, 커피포트, 심지어는 냉장고와 TV 등의 상품을 미끼로 걸고 총도원주일에 오면 무조건 주겠노라고 선전”(49쪽)하기도 하지만, “‘늑대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어요!’, ‘흥, 이번에도 속을 줄 알고?”(62쪽) 이 시큰둥한 반응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쯤은 배타주의와 교파주의, 배금주의를 버리는 것이 살길이라고 말해야 한다. 교회는.

일부 보수교회에서 술을 마시면 천국 갈 수 없다고 협박하는 게 현실이지만, “믿음으로 1억 원 작정하실 분 손 드세요!”(108쪽)라며 강제적으로 건축헌금을 갹출하는 부흥회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종교적 세계관을 거부한 채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식으로 행동”(112쪽)하는 몰지각한 교회 지도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맞아죽지 않으려면 성전이 아니라 예배당만 짓고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말해야 한다. 교회는.

“설교를 시작하기 위해 성경본문이 필요하지만 일단 설교가 시작되고 나면 성경본문은 전혀 쓸모가 없어지는”(122쪽) 인본주의적 ‘도약대식 설교(Jumping Board Sermon)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도 문제지만, 지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설교도 똑 같이 문제”(132쪽)며, 모두가 일등을 하려는 교계 지도자들, 기복주의에 정신 줄을 놓은 교회가 문제라는 걸 말해야 한다. 교회는.

저자가 말한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교회를 비판하는 게 아니고, 맞아죽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교회를 비판해야 한다. 비교인이 돌 들고 달려들 때를 기다릴 게 아니고(이미 그러고 있다), 교회가 맞아죽기 전에 교회비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빨리 본래의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 조엘 박 저, 도서출판 박스북스 간, 2008년 4월 1일 발행,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