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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0월 05일 (수) 00:00:00 [조회수 : 30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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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게 지어진 오래된듯한 시골집은 윤이 날 정도로 깨끗하였고 넓은 마당의 한쪽에는 돼지들이 쿨쿨거리며 놀고 있었고 집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며 마루 기둥에는 프랑카드 대신 ‘은주야! 식구들 논에 있다. 나오지 말고 손님들과 쉬고 있거라.’고 쓰여진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삼총사는 짐을 풀고 우물에서 대강 씻은 뒤에 작업복으로 갈아 입었다.
“은주 언니! 언제 왔남.”
은주와 붕어빵이며 체격이 더 큰 여고생이 마당에 들어섰다.
“바로 내 밑에 고 2인 은미야. 언니들에게 인사를 해라.”
“먼 시골집에 찾아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올해는 비가 적게 와서 가뭄이 들어 모두 논에 물 대러 나갔어요. 저는 참을 가지려 왔는데 제가 제일 먼저 인사를 드리네요.”
은미는 은주와는 다르게 표준말을 쓰며 또렷한 음성으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생김새도 같은데 성격마저 같으면 딸 부자집 부모는 정말로 붕어빵 장사가 되기 때문일까?
“은주야, 우리가 가져온 족발과 아나고 회로 논에 일하시는 동네 분들에게 참으로 돌리면서 인사를 하면 어떻겠어.”
영이 어머니가 지금 시골에는 가뭄으로 바쁘니 참 시간에 먹을 것을 돌리면서 인사를 드리라는 당부를 했기 때문이다.
“좋지요. 집에 양념들과 상추와 고추는 많이 있으니 잘 되었군만요.”
은미는 밥과 반찬이 담긴 큰 플라스틱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앞장을 섰으며 은주는 족발 박스를 다시 이고도 양 손에 막걸리 주전자를 들었고 희조와 영이는 다시 아나고 박스를 같이 들고 한 손에 냉수 주전자를 쥐고 곧 영양탕이 될듯한 누렁이와 같이 논길을 걸어 갔다. 부산에선 바닷물에 몸을 담구는 피서객의 함성이 들렸지만 논에는 땅이 갈라질 정도로 벼들이 물을 애타게 찾는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여름의 벼는 활동적인 젊은이처럼 뜨거운 태양을 한껏 받아 알통을 만드는데 물이 충분치 못하면 속이 빈 알통이 되는 것이기에 보는 사람까지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다. 은주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두 조로 나뉘어 개천이나 우물에서 퍼 온 물을 논에 수동식으로 대고 있었는데, 논에 쭉 늘어선 사람들이 릴레이에서 바톤을 주고 받듯 물통을 받아 조금씩 벼에 물을 적시며 창과 찬송가를 부르며 전진을 하는 것이다.
부산에서 공급된 맛나의 위문품으로 사람들도 달구지도 경운기도 잠시 쉬며 담소하며 참을 즐기는 모습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은주의 비결의 원천이었다. 위문품을 전달한 봉사대원도 한 주민이 되어 벼에 물을 주는 작업을 도왔는데 그냥 입에만 들어온 쌀이 이토록 정성을 다한 열매라 생각을 하니 꼭꼭 씹어 먹으라던 국민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진실임을 알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설거지를 마친 후에 마당의 평상에 모여 앉아 기도회를 가진다. 비를 본지도 벌써 20일 째나 되기에 비를 내려 주기를 간절히 간구하는 것이다. 이대로 10일을 더 가면 잘 여물어 가던 벼들이 알을 채우지 못함은 물론이고 개천이나 우물마저 바닥을 보일 판인 것이다. 밭농사는 그런대로 가뭄에 잘 견디나 논농사는 어항의 물 속에 갇힌 붕어처럼 물이 없으면 헛일인 것 같았다.
물주기와 기도회를 갖는 연속의 시간이었지만 영이와 희조는 도무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는 것은 눈 앞의 다급한 현실에 다른 것은 생각할 틈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이 없는 삶이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나 당사자들은 이것이 편한지도 모를 일이다.
“영이 언니! 이 말린 물고기들의 이름이 무엇이예요?”
은주의 여동생들이 첫날부터 제일 궁금해 한 것이 영이 어머님이 두 친구의 가정에 선물로 따로 보낸 마른 생선이었다.
“이 놈은 꿈틀거리는 바다 장어를 말린 것, 요 놈은 깔치를 말린 것, 저 놈은 꽁치를 말린 것, 마지막으로 넙떡한 친구는 가재미를 말린 것 입니다.”
영이의 설명에 은주네 가족은 신기한 듯 다시 한번 만져 보고 입에 넣어 씹어도 본다.
“바다 생선도 말리니 이렇게 날씬해 지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에서 벌거벗고 말리나 보지요.”
“밥 다 먹었으니 물이나 잽싸게 떠 오소이~.”
은주 식구가 뚱뚱한 원인의 원천인 은주 어머니가 딸들이 날씬해 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을 명석함의 원천인 은주 아버님이 현명한 대답을 한 것 같았다.
“지는 예배당의 우목사입니더. 우리 동네 머리 좋은 딸 부잣집에 서울과 부산서 온 친구들이 오늘 간담응요. 고생만 하고 가니 마음이 안따까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물 한 빵울이라도 얘껴 논에 주라고 나중에 우께요. 가뭄이 매년 오는 것이 아니당께. 한가한 겨울에 한번 더 오시요잉. 마을회관 아랫목에 모셔두고 한국역사나 이야기 함시롱 즐거운 시간을 보냅시다. 잘 댕겨 가이소.”
마을회관을 겸하는 교회 십자가의 스피크에서 주일날 비가 오게 해달라는 눈물의 기도를 하신 목사님이 온 동네가 들리도록 큰 소리로 이별을 고한다.
“고마워요, 목사님이 그만 우시라고 꼭 비가 올꺼예요. 안녕!”
삼총사가 교회를 향해 손을 흔들자 십자가에 잡혀있던 꼬마들의 연이 탈출을 하면서 긴 꼬리를 흔들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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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세계적으로 바람이 강타하여 물이 넘쳐 나는 사고로 홍도 목사님이 곤혹을 치루는 시절이며 한국은 매년 여름에 홍수로 인명피해를 보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전에 유엔에서 물이 부족한 나라로 지적된 대로 석유걱정과 물 걱정을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좀 더 가뭄에 대해 애틋한 사연을 적고 싶으나 가을바람에 맞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되어 성의가 부족함을 사과 드립니다. 다행히 사할린은 가을이 10월 한 달이니 곧 회복이 되리라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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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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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洪濤) ? |
큰물 洪
넘칠 濤
이렇게 말씀하신 건가요?
메마른 땅에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게
넘치시길 빕니다.
남을 탓하기 보다는
누구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널리 기도하는 홍도(弘禱)가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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