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란 이런 것

열심히 낙엽 쓸어버리고, 애써 단풍구경 간다.

문명이란 이런 것

보이는 땅마다 시멘트로 다 발라버리고, 애써 흙을 밟겠다고 찾아 나선다.

문명이란 이런 것

내리는 눈마다 다 치워버리고, 애써 눈썰매 타겠다고 먼 길을 떠난다.

요즘 나는 새삼 우리가 사는 가을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낙엽도 단풍도 이토록 아름다운 줄 새삼 느낀다. 그런데 내가 사는 아파트를 드나들다보면, 매일같이 경비아저씨가 열심히 낙엽을 쓸어버리느라 고생이다. 아저씨께 물으니 주민들이 싫어한다며 위에서 치우라고 했단다. 여름 한철 푸른 잎으로 달려있을 때나, 가을에 수명을 다하여 떨어져 뒹굴 때나, 심지어 아무렇게나 뒹굴다 결국 썩어가면서도 나뭇잎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깔끔하게 떠나간다. 그러나 우리는 애써 청소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공쓰레기로 만들어 또 다른 흔적을 만든다.

나는 결코 문명을 거부하자거나 보존만이 능사라는 걸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분명 문명도, 개발도 하나님이 주신 재능의 산물이니 복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과도한 문명, 지나친 인간화는 오히려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겨울을 벗어나 봄을 지나서는 순간까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난방을 하며 조금의 추위도 느껴서는 안될 것처럼 버둥거린다. 그러나 봄을 지나 이제 초여름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엊그제의 난방이 무색할 정도로 금새 냉방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여름을 지날 때나 가을에 접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겨울의 난방은 오히려 더워서 팔을 걷고 옷을 벗어야 할 정도고, 여름의 난방은 오히려 추워서 뭔가 걸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 이런 모습은 사적 공간 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관공서, 기업체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만나는 일이다. 왜 그래야할까? 과도해서, 결국 불쾌한 친절. 이게 문명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삶이며, 지구온난화가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일지는 모르나 내 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현장이다.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니는 나는 우리나라 곳곳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늘 감탄한다. 그러나 오묘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는 바로 그 자리 곳곳마다에서도 어김없이 흉물스럽게 파헤쳐놓은 지나친 개발의 현장들은 존재한다. 정말 우리나라는 모든 국토가 공사 중이라는 말이 맞다. 약간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 길은 갈수록 늘어나고, 그로 인해 마을과 마을이 나뉘고 농촌의 집들은 자동차 길로 갈라져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외딴 섬처럼 홀로 살아간다. 변화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눈치 없는 가축들은 길을 건너다가 치어 납작해진 현장들을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보아오고 있다.

정말 참기 힘든 것은 또 있다. 얼마 전 분명히 농지였던 곳곳들이 몇 달만에 찾아가면 어느 새 다 묻히고 이런 저런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농지들은 정말 눈에 띄게 줄어들어간다. 도시민들의 눈에 논과 밭은 ‘버려진 땅’, ‘놀리는 황무지’, ‘아직 개발이 안된 미개척지’일 뿐이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지 즐기는 게 좋을 뿐이다. 공존을 생각하지 않는 문명은 죄악이며, 공해다.

인류의 타락이후 함께 죄악의 오물을 함께 뒤집어 쓴 피조물들(창 3:17, 18)이 지금은 비록 허무한데 굴복하며 탄식하지만(롬 8:19~21), 결국 보시기에 좋았던 조화로운 처음 세상(창 1장)으로 회복되고야 말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문명(창 1:28)이 곧 그러한 창조질서의 회복과 함께 풀어가는 숙제임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