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연합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게 되면서 연합교회의 행사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감리교회가 감독회장선거로 내홍을 겪고 있는 중이어서 나는 교단장이 참석하는 연합교회의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게 되었다.

연합교회에서는 감리교의 감독회장과 같은 직책을 Moderator 라고 불렀는데 총회장, 감독회장과 비슷한 위치이다. 연합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3년 임기인데 임기중에 지방을 한번씩은 순회를 하게 되는데 암투병중이라서 취임하고 1년차에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2년째부터 활동을 하신다고 한다. 연합교회의 구조는 감리교와 비슷한지 각 지역의 지방회와 각 주마다 10여개의 연회가 있다. (대도시가 많은 온타리오주에는 3개의 연회가 있다고 한다. - 2007년도에는 한국감리교회 신경하목사님이 오셔서 런던연회(London Conference)에서 인사도 하시고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이런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수장인 연합교단의 대표자인 의장이 지역을 방문하니 이곳에서도 역시 교회들이 다 모여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식사를 하고 각교회별로 활동한 상황을 사진으로 전시해서 그것을 둘러보고 총회장과 대화를 하는 순서로 진행이 되었는데 한국같으면 감독회장이나 총회장과 식사를 한다면 그 테이블에는 중견목사님들이 앉으시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아무나 막 섞여 앉았다. 나를 인사시키기 위해 테이블에 앉아있는 교단장을 일으켜세워서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시켜줬다. (한국에서 감독회장을 모시고 100여명쯤 목회자와 장로님들이 식사를 하는데 감독회장이 앉은 테이블로 시골전도사를 데리고 가서 대화중인 감독회장에게 인사를 시킨다는건 좀 상상하기는 벅찬일인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16년간 연합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캐네디언 목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왼쪽에는 16년간 목회를 했다는 목사님이 오른쪽에는 지방의 임원쯤 되는 목사님이신지 남들과는 다르게 명찰을 달고 있었다.

나 : 질문좀 하려는데 총회장은 임기가 몇년이고, 총회장이 자원봉사로 하는건지 월급받고 풀타임으로 일하는건지 알고 싶다

16년간 연합교단에서 목회했다는 목사님: 매우 좋은 질문이다(여기서는 대개 뭐 물어보면 약간의 오버액션으로 이런식으로 대꾸하며 말을 시작한다) 저 총회장이 돈을 안받고 자원봉사로 일하는지 월급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하는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 옆자리의 임원에게 다시 되 묻는다. "이봐 아무개씨 지금 여기 새로운 목사가 나한테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거든 우리 교단장이 자원봉사로 무보수로 일하는지 월급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하는지 알고싶어하는데 당신 혹시 아는가?"

이런 황당한 일이 한국에서는 16년이 아니라 16일을 목회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을...

무관심인건지, 그런일에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건지 나도 좀 이해는 안됐다. 그런데 그날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교단의 행정에 대해서는 대개가 옆자리의 목사님처럼 극히 무지(?)했다.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교단의 도움이나 행적의 영향력 밖에 있는건 절대 아니고 오히려 실무자들과 극히 밀접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옆에 앉은 임원: 교단장임기는 3년이고 돈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하지 임기가 끝나면 그가 목사였다면 목회현장으로 가고 평신도였다면 자기 직업으로 돌아가겠지(교단은 평신도나 목사나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나 : (옆에 앉은 목사님에게) 당신은 16년동안 오직 당신교회에 목회를 전념하느라고 교단일은 잘 모르나보군요
임원: 글쎄 내가 보기엔 전념하는거 같지 않은데
16년간 연합교단에서 목회했다는 목사님: 나 전념했어요

다같이 한바탕 웃었다.

또 임원은 연합교회의 월급도 설명을 해줬는데 워낙 소란스러운 분위기여서 자세하게 듣지 못했지만(그래 솔직히 영어가 딸려서 못들었다) 몇가지 등급이 있고 가족수나 뭐 그런거로 연봉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교단장도 그 월급의 카테고리에 적용이 된다고 한다.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거 같았다.

교단장은 그냥 자기 혼자 온거 같고 한국의 교단장처럼 무슨 실장이니 뭐니 해서 몇명을 대동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하기는 9년전 밴쿠버에서 교회 전도사님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열심히 런닝머신에서 운동하던 사람이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라서 누굴까 하고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보고 있으니 그 사람이 먼저 인사를 건넸는데 이름을 듣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주 수상이었더라는 것이다. 뭐 캐나다가 주 수상도 경호원이나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러닝머신에서 교회전도사님과 같이 뜀박질하는 분위기니 교단장이야 말할것도 없겠다. 물론 우리 한국의 정서와 캐나다의 정서는 많이 다른 측면도 있다는것을 염두에 두어야 겠다.

이번 연합교회의 행사에 참석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감리교회가 연합교회처럼 본부건물도 아담하고 몇명의 직원들이 자기 분야에서 가족수나 경력에 비례해서 일반목회자와 똑같은 연봉을 받고, 교단장 역시도 그러하다면 이렇게 치열하게 마주선 폭주기관차처럼 모든 것을 올인하면서 교단장을 하려고 하겠는가 또 직원들은 기도회다 뭐다 하면서 자기들의 업무를 등한시하고 줄서는 듯한 행동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리교회 원로목사님의 말씀도 새겨볼 만 한데...

교단장인 감독회장이 무슨 권한이 있는가? 예전처럼 어떤 서슬퍼런 영이 있는가? 영적인 권위가 있는가? 할 수 있는건 교단 재산 주무르는거하고 교단본부에서 자기 사람 자리 만들어주는 그 정도인데, 감리교 재산이 어디 좀 많은가? 다 재산이 문제지. 사실 목회하면서 그 큰 교회 얼마나 공간이 많은가? 거기에다가 감독회장 사무실 하나 만들고 거기서 행정관련일하고 광화문은 각국별로사무국일 보고, 출판국 교육국 선교국 국별로 몇명이 사무실 한개에서 행정업무만 보아도 충분하지 그리고 사업은 각 연회별로 일하면 되는거고...

어쨌든 감리교회도 좋은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서 최선의 선교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하나님의 축복된 날들이 속히 오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