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고상환 집행위원장이 이메일로 보내준 글이다.

최근 기감사태를 통해 본 교회법과 사회법 관련한 논쟁에 대한 의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2항에서 선언하는 바처럼 그리스도인들은 각 나라의 “건전한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가 한국의 민법을 특별히 적그리스도적인 것으로 선언하지 아니하였고, 대법원은 단지 교회를 특별히 취급하지 않겠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법이 달리 개정되지 않는 한 한국의 주권 하에 있는 교회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백종국 교수논문, 대한민국 대법원의 2006년 판결과 한국 개신교의 치리회 중)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 감독회장 선거를 통해 촉발된 교회법(정확히 말하면 교단의 내부정관인 헌법)의 논쟁을 지켜보며, 심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저변에 깔린 교회 지도자들의 몰상식하고 비논리적인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에 교단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먼저 이 논쟁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법적인 바탕이 필요하다.

교단(총회)의 법적 지위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민법은 속지주의를 적용하여 모든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는 국민은 민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한 민법의 권리주체로서의 권리능력자는 살아 있는 ‘사람’(자연인)과 일정한 사람의 집단 및 일정한 목적을 가진 재산의 집단 (법인)이라 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며 교회는 권리능력없는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교단은 교회의 상급단체로 보고 있을 뿐 이다.

다만 각 교단에서는 교단의 재산관리를 위해서 유지재단을 별도로 설립하여 재단법인의 형태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기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별도의 유지재단을 두고 있으나, 교단 총회자체는 사단이나 조합의 형태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법인의 한 형태로 보고 유추하여 법을 적용할 뿐이다.

정관의 효력은 어디까지인가?
법인은 최고의 내부규율로써 정관을 제정하게 되어 있으며, 각 교단에서는 통상 헌법이라는 명칭으로 정관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기감의 경우 「교리와 장전」이 정관이다. 그 안에 교리와 각종 규정과 규칙을 통하여 교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정관의 규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 것인가에 대하여는 헌법, 민법을 비롯한 일반 법률(사회법)의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는다고 보며, 또한 각 정관의 규정이 미비할 때에는 일반 적인 민법의 법인 규정을 준용한다고 봐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백종국 교수의 주장처럼 교회들이 한국의 법률을 배척하지 않는 한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민법의 조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정관의 규정자체는 유효하다. 결국 우리 나라 법 체계상 교단의 정관(흔히 지금 말하는 교회법)은 상위 법률인 민법의 하위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교회법 자체를 하나님 나라의 법이라 생각하고 상위에 두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대한민국의 법 체계상은 그러하다.

기감의 감독회장 선거에 있어서의 사회법과의 문제는 무엇인가?

1. 김국도 감독회장 후보 자격에 대한 가처분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카합2829호 후보자등록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은

가. 피신청인(기감 감독회장)이 2008.9.25. 실시할 감독회장 선거에 관하여 신청외 김국도를 후보자로 등록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
나. 피신청인은 신청인(고수철외2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신청외 김국도에 대한 후보자등록무효확인 청구사건의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위 감독회장 선거에 관하여 신청외 김국도를 후보자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 결정했으며, 가처분 결정은 본안 소송을 다투기 전에 취하는 사전적 조치로 본안 소송 판결확정시까지 처분을 금지하는 효력이 있다. 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한 김국도 목사의 후보등록은 무효가 되어 김국도 목사의 표를 유효로 인정한 선거관리위원장의 결정은 위법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 가처분 결정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의해 취소되거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유효하다. 이런 경우의 김국도후보를 제외한 선거자체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2. 이 가처분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의 문제
이 결정을 기감에서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김국도 목사가 당선되었더라도 사회법에서는 선거무효가 되는 사안이므로 결국 교회법에서 그를 당선자로 인정할지라도 절차상 하자가 발생하였으므로 법적인 대표자 지위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유지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기감의 법적인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이번 기감의 감독회장 선거에 대한 신경하 감독회장의 결정은 적법성을 가지고 있는 결정이었으므로 교회법을 핑계로 당선을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진정 김국도 목사 측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거 무효 등을 주장하면 되는 일이지 교단을 분열시키는 작금의 행태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법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을 지녀야 할 교회법이 사회법보다 더 비도덕적인 부분을 용인하는 것은 결국 사회로부터의 지탄과 멸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도피성처럼 교회법이라는 울타리를 가장한 도피는 결국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까지 왕따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부디 교회 자체가 하나님 나라이고 그 교회의 법이 하나님 나라의 법인듯 가장하고 모든 합리적인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들을 중지하기를 바란다. 법은 항상 보편적이고 평등하다는 법이념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상환,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