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탁발순례단  백선희,김영지,한종태,임현수님의 기록입니다. 생명평화결사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하며 5년째, 이제 서울지역을 걷는다
[9월6일-17일까지의 순례일지]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9월6일부터 3개월간 서울지역 탁발 순례 시작했다

[08/10/07/화/도봉/맑음] 초안산/생글도서관/덕성여대/작은음악회 = 걸은거리 : 12km = 일 정 : 창3동 어린이집 - 도봉구청(100대 절명상) - 방학역 - 시립창동청소년수련관 - 녹천역 - 초안산 - 초안산 골프연습장 공사부지 - 제일구장(점심) - 한일병원 - 생글도서관 - 덕성여대 - 쌍문근린공원 - 한살림 북부지부(100대 절명상) - 방학동 은행나무(작은음악회) - 한살림 북부지부(저녁/잠자리)   = 글쓴이 : 백선희(강릉등불)   도봉구청 앞 광장에 들어섰습니다. 도봉지역시민활동가 분들이 꽤 많이 모이셨습니다. 100대 절명상 구절구절 하나하나 음미하여 구청 앞에서 조심스럽게 도봉생명평화기원제를 올립니다. 기원제를 드리고 삼삼오오 모여계시다가 순례를 출발하였습니다. 방학역을 지나 시립창동청소년수련관, 서울외국어고등학교를 지나 녹천역 지하도를 따라 나오니 초안산에 듭니다.   초楚 안安 산山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고, 천천히 말없이 숲에 드니 어떠한 신비로움이 순례행렬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봉구와 노원구에 걸쳐있는 초안산은 조선시대 내시 부부묘가 있어 2002년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44호로 지었다고 하지요. 그 시대 내시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단초가 된다 합니다. 내시부부의 기운에는 역부족인지 초안산은 사유지가 70%인지라, 항상 개발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지역시민단체가 결합하여 초안산 주변 인공 공원화·골프장·25m 넓이의 관통도로 반대 등 수많은 개발이 적정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그것마저도 용납치 않는 지금은 무서운 세상입니다.   남쪽 월악산보다 서울이 꽃피는 시기가 더 빠를 정도로 도시열섬현상이 진행되지만, 초안산의 기운은 주변온도를 낮추어주고 생기를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경숙 초안산 해설가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 청명한 박새 소리가 귀를 뚫고 지나갔습니다. 주변 자동차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살아가는 새들, 동식물들이 그저 기특하게만 보였습니다. ‘자연 그대로 두는것이 공원이지!’ 하시는 방학골 복지관 사회복지사님의 메아리가 마음속에 울려 퍼졌지요.   근처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체육센터로 개발동의를 얻었다가 골프연습장으로 변경했던 업주도 있었습니다. 도봉구청과 지주, 대책위가 민원을 협의 중이지만, 협의가 안 된다면 골프연습장 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대책위 윤호중님께서 구구절절 설명해주시니, 다시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연실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도법스님은 이럴 때 이렇게 말씀하실까요? “자유·정의·평화·안락한 삶, 내세우는 가치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자기중심적인 면이 나에게도 있는지, 너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 사회를 이렇게까지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또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제일구장 공원 한켠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동북여성민우회 생협에서 탁발해주셨습니다.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고 밥을 두 그릇이나 먹으니 잠이 솔솔 몰려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도봉구 주민이라는 김근태 전 국회의원과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님이 오셨습니다. 도법스님과 함께 순례하는 활동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낮의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순례를 출발했습니다.   창동고등학교를 지나 쌍문역, 쌍문역을 지나 한일병원, 한일병원을 지나 쌍문초등학교 옆에 있는 생글도서관에 도착합니다. 말만 들어도 생글생글 생기가 돌 것 같은 작은 도서관이었습니다.   처음 1년 전에는 모금으로 책을 마련하고, 정부지원 없이 자원 활동과 순수회비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어른과 아이들 누구나 와서 책을 보고,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20평 남짓한 도서관 한켠에 동그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어찌나 흐뭇할런지요. 이 근처 주택과 빌라에 사는 아이들과 신창동 공장지대, 방학1동과 도봉1동의 저소득층 동네에 이런 생글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창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렵지만 어렵지 않게, 작지만 작지 않게, 만남이 행복한 생글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미리사의 혼이 깃든 덕성여대   효문중학교 맞은편에 덕성여대가 있었습니다. 들어서기 전에, 효문중학교 담벼락에 걸린 ‘꿈이루리 방과후 공부방 운영’이라는 현수막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특기적성 명목으로 방과후 공부방을 하는데, 그런 일환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무엇이길래 방과후 공부방에서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보충학습은 아닐까? 학교 안팎에서 교육과 꿈 성취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아이답지 못하게 만들고, 아이들을 스스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인성교육마저 무색해진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의 무거워진 책가방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대안을 마련하여 함께 나아가야하겠지요. 그것이 또한 순례자의 몫이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덕성여대 안으로 들어가자, 빨간 벽돌의 낮은 건물이 듬성듬성 세워져있었습니다.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의 인품을 그대로 닮은 듯하였습니다. 덕성여대는 차마리사 기념 주간이었습니다.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   차마리사의 문구가 강렬히 전해져 오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이것은 답을 구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 확인하여 마음에 새기는 과정이지요. 넓은 잔디마당 민주공원에서 지은희 총장님과 교수님들을 만났습니다. 차마리사는 1920년에 여성인권교육을 시작하여 전국 67군데 강연을 다닐 정도로 열성을 가지고 독립운동을 하였고, 그 가운데 ‘근화실업’으로 덕성여대를 처음 시작하였다 합니다. 차미리사의 전기를 보고 감명하여 덕성여대에 오게 되셨다는 지은희 총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 시대 여성상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지은희님은 여성부장관을 지내셨고, 덕성여대 총장으로 와서 ‘지역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야외카페, 주말개방 등 대학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봉시민사회단체들과 덕성여대가 주관한 인문학 강좌에 참여한 주민이 250명이 된다는 이창림님의 말씀이 이 지역이 인문학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요.   서울에 있는 대학 중에서 등록금이 가장 싸다는데, 여기도 등록금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총장님은 ‘괴롭다. 그러나 교수충원과 연구비용을 맞추어야 하는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하시며 83% 이상 대학진학률을 가지며 의무교육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에서 국립대만 재정지원을 하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토로하셨습니다. 정책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고, 학생들은 나름의 요구를 가지고 배움의 값을, 대학의 문턱을 더 낮추어 달라하니 서로의  접점을 찾는데 더 공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은희 총장님과 교수님들, 직원 분들의 마중과 편안한 환대에 감사했습니다. 삼각산 자락이 보이는 잔디마당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다시 길을 나섭니다.   쌍문동길, 우이동 솔밭공원을 마주하고 걸었습니다. 오대산 월정사 서울포교원을 지나 쌍문근린공원에 도착하였습니다. 한살림 곽금순님께서 구청에서 다목적건물과 카페를 지으려던 계획을 주민들이 생명의 숲과 함께 나무를 심어 공원을 가꾸었다 하시며 자랑해주셨습니다. 주민들의 전면적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1호 공원, 서울에서 유일무이한 주민들에 의한 생태공간이라 하니 주민 스스로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한살림 북부지부에 도착하여 100대 절명상을 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830년된 은행나무의 노래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1호로 지정될 만큼 오래된 은행나무 앞에서 생명평화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은행나무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속속 모여들어 은행나무 앞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플롯연주, 클래식 기타연주, ‘도보순례’ 시낭송, 김진규님의 아쟁산조까지 재주를 가지신 주민 스스로 음악회의 흥을 돋구었습니다. 북한돕기를 위해 가지고 있었던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 사람으로 돌아오신 최종수신부님의 구구절절한 북한이야기와 서로 함께 만나자는 ‘직녀에게’노래, 직접 지으신 시를 들으며 서정적인 분위기로 행복한 밤을 보냈습니다.   도법스님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오래된 은행나무, 그 속에 깃든 역사가 없었다면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역사 덕택에 더 의젓해지고 품위 있어지고 당당해지는 모습, 역사가 얼마나 우리를 풍부하게 하는가? 그러나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역사들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주민들에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600년 전 파평윤씨 일가가 자연부락인 원당마을에 정착하면서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었다는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원당샘의 물결이 퍼져 올라 은행나무에 의지한 사람들의 기운을 촉촉이 적셔주는 듯 하였습니다. 나무가 소리 내어 우는 것인지, 사람이 나무에게 들려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가득한 울림이 마음속에 맴돌아 도봉의 밤을 빛내주었습니다.   별빛을 살아가는 사람들                                   최종수(전주 신부) 우리에게는 은하수처럼 많은 꿈들이 있습니다 별빛이 잠든 낮에도 우리는 별들의 노래를 바람과 함께 부릅니다 도시는 매연에 야위어 가도 사람들의 별빛은 영혼을 잃어가도 우리는 별들의 노래를 길동무와 함께 부릅니다 새벽하늘 샛별같은 눈망울로 별들의 꿈을 살아가는 이들이 생명과 평화의 길을 나섰습니다 지리산 푸른 숲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섬진강 은어들의 노래를 부르며 삼만리를 굽이쳐 도봉산 팔백년 은행나무 앞에 섰습니다 빌딩 숲에서 아이들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먹물처럼 흘러가는 자동차들의 헐떡이는 부르릉 소리도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그래서 가슴에 피멍이 들었습니다 그늘에 눈부신 햇빛이 들 때까지 두 줄기 눈물 속에서 함박꽃 움음이 피어날 때까지 우리는 걷고 또 걷겠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이 들판 저 들판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저마다 아름답게 피어날 때까지 생명평화의 세상이 올 때까지 별빛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그 위대한 영혼들의 탁발순례, 강물처럼 걸어갈 것입니다 = 글쓴이 : 김영지(대구 청소년)   아침에 초안산을 처음 순례코스로 갔다. 음- 우리 동네의 형제봉같은 느낌이랄까? 작은산 만의 멋이 물씬 풍기는 산이었다. 서울에 있는 산들이 거의 그렇듯, 그 산도 지금 인간에 의해 개발당할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아직 순례를 한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인간의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보게 된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도 있고, 남은 순례기간동안 열심히 걸으며 여러 사람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해야겠다! * 오늘 830년된 은행나무 아래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신부님의 시·노래·춤 3종 세트도 즐거웠고 ‘솔바람’이 준비한 노래를 듣는 것도 즐거웠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다. 도담이 언니와 내가 추워서 덜덜거리니 스님 曰 ‘추운 것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껴야해’ b.b 싐은 지금 눈사람이래요~ ** 함께한 사람들 = 도법, 장경훈, 이성구, 이도담, 최성진, 이상환, 김경찬, 정수영, 백선희, 김영지 = 김낙준/이창림/유기훈(도봉시민사회복지네트워크), 김영림/홍은정(동북여성민우회), 강은경/박숙희/심문선/김종현(동북여성민우회 생협), 곽금순/김윤희/김정화/여대운/현영숙/조명숙/이미례/조정희/유명자(한살림 북부지부), 한상진/김영주/서민영/김영희(방학골 복지관), 송건(도봉자활센터), 성지윤/이명승(민주노동당 도봉구위원회), 박은희/조용민/김경숙/박윤주/송경희/하현미(도봉시민회), 권영근(도봉구/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김근태,김선혜(도봉구), 지승환(강북구), 홍봉구(강북구/하늘씨앗교회), 윤호중(초안산 골프장반대대책위) 외 2명, 남충진(생글도서관), 지은희/정계섭/김정호/김순규/한경희/장영수/최윤혜(덕성여대 총장/교수/비서실/총무과). 총 47명 ** 감사합니다! 순례안내(곽금순/이창림), 점심식사(동북여성민우회 생협), 과자/음료수(덕성여대), 저녁식사/잠자리/뒷풀이(한살림 북부지부)

  진정성을 위하여

  어제 하지 못했던 공부를 오늘아침에 합니다. 절명상 41~28번 문안입니다. ‘본래 한몸 한생명 공동체임을 망각한 이기적 삶, 자연·이웃 나라·이웃 종교·이웃 가족·그대를 가볍게 취급해온 내 나라·내 종교·내 가족 중심의 왜곡된 집단중심의 삶을 참회하고, 소유와 힘의 논리·경쟁과 지배의 논리로 살아온 왜곡된 자기사랑의 삶을 참회’하는 내용이었지요.  
  진리는 휘어진다는 니체의 말, 세계는 보이지 않는 끈의 진동, 진정한 함께함은 무엇일까? 이기적 삶에 대한 참회와 주체적인 사실 확인, 과연 이기적인 것이 뭐냐? 극복할 수 있고 버릴 수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오갔던 공부시간이었습니다.


  몽양 여운형의 정신

  우이동 솔밭공원에서 100대 절명상을 시작하려니, 한분 두분 오늘 순례를 함께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솔밭공원은 개발바람에 아파트단지화 될 뻔하다가 시민들이 지켜내었다 합니다. 이 소중한 소나무밭을 잘 가꾸어 동네문화를 꽃피우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공원 안에서 산책하는 시민들의 시선을 받으며 100대 절명상을 하고 경쾌한 분위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 때,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좌우익에 치우치지 않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치신 몽양 여운형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였습니다. 새정치연대 장기표 님께서 여운형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민족·나라·정의·평화·생명에 대한 굳은 사랑과 의지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열정으로 그 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 속에서 묻어나던 그의 삶은 해방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 그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고 이승만·김구와도 합작한 통일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하였다가 결국 암살당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시대 김구도 암살당하여 결국 미국에 의한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소련에 의한 조선인민당 정부수립으로 한민족 한국가를 되찾으려 했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던 아픔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얼핏, 여운형은 현재 역사에서 친일파와 공산파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기 양심의 소리를 깨우며 정체성을 갈망하였던 그들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한 민족의 혼이요, 한 생명의 소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마음에 담고 있었던 그 시대의 아나키스트 이회영 선생의 독립정신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었지요. 참배를 하고 나오는 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3.1운동의 산실, 봉황각

  여운형 선생의 묘소 얼마멀지 않은 곳에 손병희 선생의 묘소이자 3.1운동의 산실이었던 봉황각이 있었습니다. 박충남 원장님의 안내로 봉황각을 둘러보았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나라를 되찾으려 의암 손병희 선생이 3.1운동이 일어나기 7년 전(1911)에 이 건물을 짓고 483명의 천도교인들에게 49일 수도를 시켜 3.1 만세운동을 주도하던 민족지도자로 길러냈으며,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33인을 길러냈던 곳이라 하였습니다. 봉황각이 담고 있는 정신은 수운 최제우 선생의 ‘인내천(하늘이 곧 사람이다)’ 사상을 바탕으로 한 천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상해에서 귀국한 김구 선생의 증언에 의하면 “천도교가 없었다면 중앙대교당이 없고, 중앙대교당이 없었다면 상해임시정부가 없고, 상해임시정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독립이 없었을 것이다”할 정도로 천도교는 3.1운동 독립선언서와 3.1독립운동 기본계획과 자금, 해외독립운동의 군자금까지 지원한 독립운동의 자금줄이요, 정신적 지지였다 합니다.

  의암 손병희 선생 묘소에 참배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박충남 원장님도 함께 순례길에 동참하셔서 하늘이 곧 사람에 이르는 인내천 사상과 생명평화적 세상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주셨습니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마음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일 것이고, 생명의 뿌리인 자연·진리에 근거한 삶에 바탕을 두려는 마음일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내려왔습니다. 

 


  우이령, 서울의 마지막 흙길을 밟다.

  우이령보존회 이수용 님께서 우이령을 안내해 주십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개 중에서 서울한복판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 그 공원의 한켠에 우이령이 있었습니다. 15년 전부터 포장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이령보존회와 시민들이 앞장서서 비포장으로 보존하도록 독려한 곳입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흙길이라 하니, 우이령을 오르는 발길은 더 겸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이령길 입구에서는 전경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북의 김신조 일행이 청와대를 습격했던 그 옛날의 사건 때문에 산 속에는 전경부대가 살고 있었고,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땅 아끼기를 어머니 살처럼’ 하던 손병희선생의 글귀를 생각하며 맨발로 경건하게 우이령을 올랐습니다. 함께하던 순례자들도 맨발로 땅을 디디며 저마다의 생각으로 말없이 숲길을 걸었지요.
  고개를 넘어서니 도봉산의 오봉이 보입니다. 저 멀리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이 큰 바위에서 저 큰 바위의 경계를 줄로만 의지해서 위태위태하게 건너가는 사람들. 그 스릴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처럼 보였으니까요. 이수용님께서 자연 그대로 생겼다가 소멸되게 하는 것이 국립공원의 원칙이라 말씀하셨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자연그대로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맨발을 정성스레 땅에 의지하고 내려오는 길, 우이령은 말없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상장능선을 바라보며 삼각산(북한산)의 숨결을 느끼는 순례길이었습니다.




  섬김과 나눔의 반대말

  원불교 봉도수련원 법당에서 다함께 절명상을 하고 마음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순례단은 여정을 풀고, 저녁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도담이의 절명상 49~54 발제로부터 시작되었지요. ‘우주의 법칙에 따라 섬김과 모심의 삶을 사는 것, 자연과 이웃나라와 이웃종교와 이웃가족과 만나는 상대를 내가 속한 집단 또는 나의 삶의 하나님으로 대할 때 비로소 평화로운 진리를 만날 수 있다는 생명평화 인간상’ 속에서 ‘섬김과 모심’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지요. 기치료를 받으셨다가 뒤늦게 들어오신 도법스님께서는 소년의 모습으로 경청하셨습니다.
  자연과 인간 모두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보편적 진리에 근거한 모심과 섬김, 상대를 하나님으로 대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연실 터졌고, 나의 관점으로 상대에게 개입해야 되는 문제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에 대해 판단하는 분별력과 진정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니다.
  섬김과 모심, 현실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상대와 극단적인 상황에 부딪쳤을 때에 부당한 행위를 받았다 할지라도 주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여 인격적으로 대하는 섬김과 모심의 기본자세를 가질 수 있기를 서로의 마음깊이 되새겼습니다. 섬김과 모심이 내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고민하는 열띤 공부시간이었습니다.

  여운형 선생부터 손병희 선생, 그리고 맨발로 우이령을 밟던 순간들까지 마치 민족의 혼을 이어받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그 정신을 아로새겨 내 안의 양심을 깨우고 혼심을 다해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순례길 이었습니다.

= 글쓴이 : 김영지(대구청소년)

  오늘은 여러모로 재미있었다. 아침공부시간에는 봄(정수영)이 니체이야기를 꺼냈다가 스님께 따발로 공격을 받았고 도선사에서 재밌는(?) 추억도 만들었다.
  일정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우이령이다. 설명해주시는 분께서 여기가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흙길이라고 하셨다. 지금 내 얼굴은 모기 자국으로 아스팔트가 되었다.(크흑! 40마리가!) 침낭을 얼굴까지 덮으니 너무 답답해 얼굴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서울의 마지막 흙길을 보며 서울 땅이 불쌍해졌다. 숨통을 좀 틔어주고 싶었다. 이대로 더 가다간 이 땅이 질식해버리지 않을까? 오랜만에 맨발로 땅을 밟기도 했다. 모든 생각과 집중이 발로 가는 느낌! 정말 최고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사람이 아이가 뛰어다녀 땅이 울리는 걸 보고, 땅을 사랑한다면 조심해서 밟을 것이고 그럼 비오는 날 신이 젖지 않을 것이다. 오늘 신을 벗고 걸으며 위의 말이 생각났다.
  솔직히 난 땅을 사랑했기 보단 내 발을 사랑하여 살살 걸었긴 했지만. 오늘은 공부시간에도 잘 참여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08/10/04/토/서울성곽/맑음] 독립문공원/인왕산/북악산서울성곽/낙산공원 = 걸은 거리 : 10km = 일 정 : 삼각산재미난학교(아침) - 독립문공원(100배절명상) - 인왕산 - 북악산서울성곽 - 국시집(점심) - 낙산공원(100배절명상) - 도선사(잠자리) = 글쓴이 : 한종태(서울등불)   오랜만에 순례에 참여해봅니다. 마음은 늘 순례단을 향해 있지만 마음만 향해 있을 뿐 몸이 함께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주말은 오롯이 순례단과 함께 보내며 그리웠던 마음을 조금은 달래보려 합니다.   오늘 순례는 서울의 성곽순례입니다. 저는 순례에 앞서서 어리둥절 하였습니다. ‘서울에 성곽이 있었던가? 아니 남한산성과 같은 성곽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 도심의 한가운데에 성곽이 존재하였던가?’ 이러한 의문을 지닌 채 순례에 참여해봅니다. 그리고 저는 순례 내내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서울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많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조금 더 저의 읽어보시면 알 수 있으실 거에요.   독립문공원에서 절명상을 하며 순례를 시작합니다. 절명상도 참 오랜만입니다. 순례가 아닌 일상의 삶에서도 절명상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절명상이 반가웠던지 미처 반이 지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무릎관절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다리에 통증도 생기지만 반가운 징조라고 생각하며 계속하니 어느새 몸도 마음도 평안해짐을 느낍니다.   그렇게 평안해진 마음을 가지고 순례를 시작해봅니다. 순례의 첫걸음은 인왕산을 향한 발걸음입니다. 성곽순례라고 하였는데 왠 산일까요? 발걸음을 따라 인왕산에 올라보니 제가 가졌던 이러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됩니다. 산을 반쯤 올라 잠시 휴식을 하면서 바라본 세상의 저 한쪽에 웅장하고도 길게 이어져있는 성곽이 보입니다. 저는 ‘아, 저거였구나.’ 라고 탄성을 질렀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을 보았을 뿐입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둘러서 쌓여있는 성곽의 일부만을 보았던 것이지요. 서울이 개발되고 발전되어 가면서 역사적 유물들은 이제 거의 다 사라져버리고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역사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는 아스라이 아려오는 아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산에 올라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니 어느 한군데 빈 곳 없이 들어차 있는 수 없이 많은 집과 건물, 맑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스모그로 인해 어스름한 모습만이 보이는 서울이 보였기 때문이지요. 저는 끊임없이 ‘저 많은 집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누구 하나 고단한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모두 다 평화로운 세상을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려만.‘ 사람이 사는 곳에 나무 한그루 풀한 포기 보기 어렵도록 건물들은 빽빽하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인 것이겠지요. 모두들 그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대로 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 버텨내는 것인지요. 산에 오르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니는 안타까움을 생각해봅니다.   인왕산을 지나 도착한 곳은 북악산 성곽의 초입입니다. 서울 성곽을 정비하여 2001년에 새롭게 개방을 하였다고 합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오늘 많이 알게 됩니다. 인왕산 못지않게 가파른 성곽의 경사는 저희를 조금 힘들게 하였지만 즐겁게 성곽을 둘러봅니다.   순례단의 맨 뒤편에 서서 길을 걷다보니 재미있는 풍경을 발견합니다. 성곽을 따라 한 줄로 길게 길게 늘어져가는 순례단의 모습이 마치 지네나 뱀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런 것이 바로 생명평화경의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모두 한 몸 한 공동체이고, 너와 나의 다름이 없으며, 우리 모두 하나되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 저에게는 순례단의 모습이 그렇게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북악산 성곽을 따라 걸은 우리는 혜화문을 지나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오늘 점심은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탁발을 해주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오전 순례가 조금 시간이 지체된 지라 저희는 점심을 먹은 후 후다닥 서둘러서 다시 길을 떠나봅니다. 본래는 낙산을 지나서 동대문까지 가기로 하였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결국 낙산공원에서 순례를 마치고 절명상을 합니다. 절명상을 하며 오랜만에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해봅니다. 약간은 삶에 지쳐가고 있던 때에 오늘 하루의 순례는 저에게 활력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달님(김영지/대구청소년)의 일기   오늘 서울 성곽을 따라 순례를 했다. 성곽을 따라 간다 길래 소풍 겸 산책, 겸사겸사 간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그런데 점점 경사가 급해지는 것이 나중엔 등산이 되었다. =0=   오늘 이 순례를 하면서 스님은 ‘서울에 사는 이 인간들 때문에 이 서울 산들이 죽을 맛!’이라고 하셨고 도담 언니 엄마는 ‘인왕산 호랑이가 어디 갔나!- 생각하셨다고 한다. 난 오늘 걸으면서 뭘 생각했을까? 이렇게 걷는 것도 힘든데 이 산성을 쌓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은 정말 힘들었겠다고 생각했고, 인왕산으로 땡땡이치러 온 아이들이 부러웠다. 솔직히 땡땡이 장소가 부럽긴 했지만 그만큼 즐기는 대신 올라갈 때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별로...^^;; 오늘도 즐거운 순례길이었고, 오늘부로 순례단원이 되었는데 열심히 해볼 랍니다! ** 함께한 사람들 = 도법, 장경훈, 이도담, 최성진, 이상환, 김경찬, 정수영, 백선희, 양홍관 = 우원식, 박순희, 이영광, 김영미, 이경남, 장정희, 이연규, 보리심, 양 비안네, 김연숙, 윤재환, 임규영, 류경환, 이신열, 김용복, 박영란, 김현주, 김광수, 김은미, 이혜준, 이화순, 김순천, 유휘종(서울과 인천에서 오신 분들), 달, 물, 섬, 전민기, 김진환(대구에서 오신 분들) 한종태, 유선화, 정윤주 총31명   ** 감사합니다! 순례안내(민학회 부회장 김영복선생님), 고구마와 감자(삼각산 재미난학교), 점심식사(십시일반/순례에 참여하신 분들), 잠자리(도선사)

[08/10/03/금/강북/맑음]
4.19국립묘지/화계사/생명평화연대/삼각산재미난학교

= 걸은 거리 : 10km
= 일 정 : 하늘씨앗교회(아침) - 4.19 국립묘지(100배절명상) - 화계사(점심) - 생명평화연대 - 삼각산재미난학교(100대절명상/저녁/잠자리)
= 글쓴이 : 임현수(대구등불)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합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북적이는 순례단이 강북순례 둘째 날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전날 뒷풀이에서 무리한 순례단원들이 스님의 훈시(?)를 듣고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생명평화의 한마음으로 순례길에 서라는 예전 스님의 말씀이 저의 발길을 다잡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4.19 국립묘지에서 순례단원들과 삼각산 재미난 학교, 지역민들이 함께한 아침 생명평화 백대 절 명상이 진행되던 중 청원경찰들이 미리 허가되지 않은 단체참배라는 이유로 절 명상을 강력히 저지하고 나선 것입니다.



  결국 절 명상은 90배에서 중단되고 순례단은 묵념으로 마무리하고 묘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원입구에는 개와 인라인이나 자전거 등 출입금지라는 간판이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대리석으로 만든 높은 탑과 부조물속에 4월 혁명정신과 열사들의 한이 박제되어 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불과 50년이 지나지 않은 일이지만 4.19혁명은 그렇게 권위와 욕망의 그늘에 시름하고 있었습니다.

  쓸쓸히 돌아서며 점심탁발을 받기로 한 화계사로 향했습니다. 그나마 삼각산 재미난 학교 아이들의 경쾌한 걸음이 함께해서 위안이 됩니다.
  점심과 짧은 휴식후에 화계사 옆 동국대 연습림에서 한광용 교수님께서 숲 유치원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숲에서 아이들이 놀면서 교사와 교육과정이 없이 아이들의 타고난 야성성, 인지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인위적 개발로 몸살 앓는 서울의 숲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시 숨을 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집니다.



  이후 순례단의 발걸음은 북한산 자락 인수동의 생명평화연대의 공간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세상을 구한다는 신념으로 모인 100여명의 공동체는 젊은 열기로 후끈거렸습니다. 91년 작은 동아리에서 출발하여 신의 소명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다하되 서로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수동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저녁밥상을 함께 공유하고 서재의 책들을 한데 모아 도서관을 만들며 앞으로 먹거리 자체생산의 계획까지, 느리지만 긴 호흡의 걸음을 걷는 모습이 순례단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의견수렴과정과 신앙생활, 이웃과의 관계 등 질문이 쏟아지고 구자욱 총무님과 지역신문 ‘아름다운 마을’의 주재일 편집장님의 진지한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그 분들의 겸손한 설명에 스님께서는 진실하게 최선을 다해보라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생명평화연대를 만나 4월 혁명정신이 지역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며 오전의 답답한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젊은 마을 공동체가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삶으로 이어가는 진실된 자세를 다시 세워줍니다.

  다시 수유 3동 일대를 걸으며 그들의 삶터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름 붙였다는 ‘작은 숲 속’도 예사롭지 않은 정기를 품고 있었지만 개발의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을 거닐며 가을의 기운이 깊어져 옴을 느낍니다. 낙엽과 바람, 하늘과 사람들의 나른한 몸짓까지... 여름을 떼고 겨울을 딛는 걸음의 순간을 온몸으로 만끽합니다.
  순례단은 대안 초등학교인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 도착하였습니다. 순례단의 걸음과 똑같이 2004년 3월 1일에 개교한 이 학교는 지금 8명의 교사와 40여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살리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녁 간담회 능인스님의 걸쭉한 노래선물로 시작하였습니다. 40여명의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모인 강연회는 대표교사이신 이상화 선생님의 조용하지만 깔끔한 사회 속에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스님의 강연도 두서없이 편안하게 진행되고, 그래서 그런지 순례 자체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순례는 만나는 모든 것과 늘 함께 하는 길이고 그것이 실상인데, 흔히 사람들은 마음에 들면 함께 하고 아니면 배척한다면서 거기서부터 갈등과 싸움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순례는 삶과 같을진대 내 안의 갈등과 싸움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실상과 진리에 깨어있지 못한 모든 순간이 지금 여기 나의 삶이 되고 있음에 감사드리게 됩니다.
  참가하신 한 학부모님께서 순례하면서 가장 힘들 때를 묻자 스님께서는 바라는 것이 없으니 힘든 것이 없다고 하시며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이상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히 받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답답한 것은 사람들이 삶의 가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하실 때에 문득 스님의 표정에서 허한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 길에 서 있을 때 그나마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지만 가장 안타까울 때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까요. 한참 일지를 쓰는데 뒷풀이를 하던 순례단들에게 스님의 따끔한 훈시가 이어집니다. 스님의 마음이 순례단 모두의 마음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08/10/02/목/강북/맑음]
자활푸른환경/영훈중학교/돌산교회/강북평화의집

= 걸은 거리: 11km
= 일 정 : 우이동 솔밭공원(100대 절명상) - 여운형 선생 묘소 - 손병희 선생 묘소 - 도선사 가는 거리(점심) - 우이령길 - 원불교 봉도수련원(절명상/저녁/잠자리)  
= 글쓴이 : 임현수(대구등불)

  강북순례 첫째날입니다.
  대구에서 올라와 첫날밤을 보내고 나니 아침에 백대서원에 대한 공부가 정신없이 이어집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니 무언가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새롭습니다.

  오전 9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드림랜드 근처 번동 1단지 공원에서 생명평화 백대절명상을 마친 뒤 아파트 숲 사이 순례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 자활 ‘푸른환경’을 지나 11시경 최근 국제중학교로 지정예정인 영훈 중학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순례단은 교문에서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얼마 전 국제중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교육단체들의 농성도 있는데다, 모 재벌의 아들이 다니고 모 탤런트가 창문을 닦는다는 유명사립학교는 세상 속에 홀로 떠 있는 섬 마냥 외롭고 무뚝뚝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한 자락 남기며 점심식사를 탁발해 주신 돌산공동체로 향하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 공간이었지만 18년 동안 가장 낮은 자리에서 빈민들과 함께 해 온 흔적이 정갈하게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세입자들의 4년간의 투쟁과 4년간의 공동체 경험이 빚어낸 공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이지만 작은 십자가 하나만 드러내면 교회가 되는 곳, 스승들의 삶처럼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단순 소박함이 아름다웠습니다.

  오후에는 생명을 가르는 임대와 분양 아파트 사이의 도로분쟁 구역과 평화를 짓누르는 108번지 향기로운 미향마을 철거지역을 걸었습니다. 미향마을은 끊임없이 재개발 바람과 유혹과 시달리다가 공원을 만든다는 빌미로 철거된 곳입니다. 그곳에 살고 있던 7~8명의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에 나무도 심고 쓰레기도 치우며 마을과 산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지난 6월 5일 강제집행 당하고 말았답니다. 당시 총무를 맡으셨던 장정숙님의 눈가엔 욕망의 그늘이 아니라 마을에 대한 애정이 눈물로 그득하였습니다.

  똑똑히 보았습니다.
  하늘을 개발로 뒤덮는 아파트 단지들은 낮은 평화를 짓밟고 위로 치솟는 거대한 욕망의 바벨탑이었습니다. 농촌과 지방에서 쫓겨 온 생명들을 담보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또 다른 생명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습니다. 결국 한 생명일진대 스님의 말씀처럼 죽거나 괴롭게 살거나 더 이상 갈 곳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새로운 생명도 사람들 속에서 싹트고 있었습니다. 계속 쫓겨 다니던 빈민들의 삶은 강북 평화의 집이나 열린사회북부시민회 등 지역 풀뿌리 운동의 그물코와 함께 지역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탁아소, 방과후공부방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일자리 사업과 주민상담센터 등 공동체의 걸음은 계속 되고 있었던 겁니다.

  열린학교에서 지역 아이들과 어울리며 쉬면서 맛난 저녁식사도 탁발 받았습니다. 이후 교육생각이라는 지역교육을 고민하시는 분들과 함께 숙소인 하늘씨앗 교회에서 국제중학교 관련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광진구의 대원중학교와 함께 서울시 공정택 교육감의 공약으로 추진되려는 영훈국제중학교는 지역의 뜨거운 화재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이름이 나면 곧 지역발전이 될 것이라는 주민들과 결국 지역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지역의 교육적 소외만 심화될 것이라는 분들의 주장이 또다시 지역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국제중학교가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나 이를 반대하는 운동들이 이슈에 매몰되어 운동의 전부가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시며 국가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과 대중들을 상대로 싸우기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어른스럽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니 지역 분들의 얼굴에 적지 않은 고뇌가 번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한 평교사 고춘식님은 ‘결국 이러한 문제는 스스로 자신 있게 살지 못하는 학부모님들과 강남부자 아이들도 자신의 아이들로 안지 못하는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하시며 긴 목표를 가져야 희망이 남는다고 소중한 마음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욕망이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과정이 교육의 문제로 되고 있음을 보며 소중한 하루를 정리하였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이 나겠지요. 그것이 아침을 증명 할 테니까요.

  늑대에 의해 키워진 아이

  아침 누룽지를 먹고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절명상 27,28번 문안입니다.
  ‘인위적 질서를 극복하고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삶이 생명평화의 길임을 확신하며 절을 올립니다. 생명의 실상에 입각하여 설명한 진리의 세계관인 생명평화경을 음미하며 절을 올립니다’ 인위적 질서와 무위자연의 법칙, 그 사이에서 서로 상반되지 않고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삶이 생명평화의 길인가? 질문이 오갔습니다. 이성구님은 늑대에 의해 키워진 아이를 사회적 존재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질문하셨고, 도법스님께서는 소유하고 독점하고 군림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삶은 결국 권력·전쟁으로 나타난다 하시며, 자연적으로 자란 아이에게서는 생존욕구만 있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공회 나눔의 집 송민기님께 등불을 전달하고 길음시장 근처 공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피스 워커 일본분들과 지역분들과 함께 100대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절명상 한구절한구절 정스럽게 하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주원님의 안내로 발걸음을 옮겨 길음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재개발된 인근 아파트의 소비자층은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런지, 재래시장이 300m 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길음 뉴타운 위쪽 산동네는 판자촌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음 시장을 이용했고, 이 시장은 성북구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줄어들고 있는 길음 시장을 돌아 미아리 텍사스촌을 향합니다. 미아리 텍사스촌은 주변지역 개발로 인해 400여개 되던 낱낱의 텍사스가 40여개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텍사스촌이 있는 이 곳, 월곡동은 그 이름처럼 달이 계곡 안으로 숨어드는 현상을 보여주는 듯 하였습니다. 길음역 사거리를 돌아 골목길을 걷습니다. 골목어귀에서 만난 월곡교회, 마치 난장이가 살 듯한 작은 집이었습니다. 아이들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었고, 작디작은 교회당 안은 성령의 보금자리인 것만 같았습니다. 함석헌, 문익환, 제정구 등 당시 반체제 독재 투쟁하셨던 민주화세력들이 이 교회를 보금자리 삼아 재야활동을 했다던 장소, 십자가가 땅에 박혀있었습니다. 십자가가 하늘을 향하지 않고 땅에 박혀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하월곡동 모랫말 근린공원 근처에 있는 밤골아이 네 공부방으로 뚜벅뚜벅 길어진 행렬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에 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이 공부방에서 환영의 인사말이 걸려있었습니다. 조손가정·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저소득층 맞벌이가정 등 초중고 100여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며 가족적인 분위기의 대안가정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탁발순례단을 응원해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더래요. 현장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생활하고, 기도하며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김희경 수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월곡 산2번지, 꼬방동네 사람들

  방천시장입구 사거리를 돌아 산2번지에 오릅니다. 성북동 비둘기가 앉을 번지수도 없다는 그 달동네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러나 옛 판자촌의 풍경은 온데 간데 없고, 몇 십층인지 감이 안 잡히는 높은 아파트들이 우뚝우뚝 제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난곡동·월곡동·삼양동은 서울에서 가장 큰 판자촌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 곳 모두 개발이 되어 그 모습을 온데간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속에 생계를 꾸리고 터전을 이루며 살던 사람들은 인근 상계동·당고개·장계동으로 이사를 가야했습니다. 먹고 살 터전이 이곳에 뿌리내려졌으니, 그 터전마저 버리면 더 오 갈데없는 신세이기 때문이지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곡 산2번지에 살았다던 문정호님은 깡패들이 판자촌 사람들에게 마구 행패를 부리던 시절을 절절히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양한 폭력이 얼룩져있는 전면철거방식은 판자촌 사람들의 아픔이 깃들어 있어 <나눔과 미래>단체에서는 부분적 개발과 순환 재개발을 하기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에도 나오지 않았던, 영화 속에서만 얼핏 상상할 수 있었던 모습들이 현실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모습들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문정호님은 아직 개발조합이 설립되진 않았지만, 곧 아랫동네 밤나무골 시장도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다하여 세입자 상인들은 오갈데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세월을 보낸다 하셨습니다.
  산2번지는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었던 ‘꼬방동네 사람들’로도 유명합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빈민운동가들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 그 속에서 함께 했던 동월교회 허병섭 목사님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멋도 모르고 십년 전 사라진 동월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월곡 산2번지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로 얼룩져버린 아픔의 땅이었습니다.  

  언덕을 내려와 동덕여대를 지나서 대한불교 진각종에 도착하였습니다. 진각종은 밀교계통의 종교인데, 시방삼세에 하나로 계시는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로 하고, 부처와 종조의 정전인 육자대명왕진언(옴마니반메훔)을 신행의 본존으로 받들어 법신불의 진리를 체득하고 현세정화함을 종지로 한다고 합니다. 진각종 어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자연도 사람도 숨쉬지 않는 땅

  오후에는 장위골목시장을 들렀습니다. 이곳 장위동은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살아있는 동네인데, 장위시장이 살아있는 이유는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는 8만명 소비계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위초등학교를 지나 장위동 성당에서 쉬었다가 애기능터로 가는 언덕에 올랐습니다. 애기능터는 1907년 고종황제의 장자였던 안왕이 12세 때 일찍 세상을 떠나 묻혀있었으나, 곧 공주와 왕자묘가 있는 곳으로 이장되었다 합니다. 애기능터 앞에는 시야가 확 트였습니다. 의릉·한국과학기술원·예술고등학교·성북구의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내부순환도로가 속력을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품어 안고 있었습니다. 듬성듬성 산이 보였지만, 아파트촌과 그 위로 싸여진 뿌연 기체들 때문인지 ‘저 속에서 어떻게 살까’ 싶게 마치 죽음의 도시를 연상시켰습니다. 그 하늘 위로 제트기가 세상의 소리를 마음껏 빨아들이듯 엄청난 소음으로 저 멀리 날아가더니, 색색의 연기를 뿌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국군의 날입니다. 함께 순례하고 있는 피스 워커 분들은 이 풍광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하였습니다. 애기능터 뒤 공원에 둥글게 둘러앉아 오늘 순례를 마무리하는 100대 절명상을 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내 육신은 낡은 수레와 같다

  아침에 절할 때는 의미를 잘 몰랐는데, 계속하다보니 둥그렇게 모여 절하는 모양이 보석같아 보였다던 마까시님, 이야기로만 듣던 달동네와 판자촌은 사라졌지만 다시 세워진 건물 하나하나에 알게 모르게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꼈다던 길혜미님, 지역을 조직하는 게 쉽지 않았고, 국정감사기간·뉴타운재개발 문제 때문에 이리저리 바쁘셨다던 이주원님은 내일 순례할 강북 판자촌이었던 동네가 고향이시라며 기도해 달라 하셨습니다.

  ‘내 기계가 낡아가는 구나!’ 새삼 느끼시고, 생명평화의 화두를 가지고 지금여기 걷고 있지만, 내가 왜 걷는지도 모르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에 안타까워하셨던 천선혜님은 숲 사이로 포크레인 움직이고 길가에 철벽을 쌓아놓고 아파트를 짓는 뉴타운 개발바람을 실감하였는데, 애기능터에서 바라볼 때 풍광의 3/2이상이 아파트와 도로인 것을 보며 ‘이 세상이 왜 이러나’ 내 마음이 그것과 함께 어떻게 평화로워야 될까 고민 하겠다 하셨습니다.
  도법스님의 소감도 이어졌습니다.
  “요즘 우리가 ‘지구가 위험해지고 있다. 긴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얼마없다.’ 그런 얘기 들으면서 막연한 감이 있었는데, 서울순례를 하고 특히 오늘도 애기능터에서 조망한 것처럼 녹지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보이잖아요. 지구의 위험성이 그만큼이지 않겠나 생각하게 된다. 보이는 숲 언덕을 야금야금 짚밟고 가기도 하고 서울 스스로가 생명의 조건을 말살시키는 조건, 오늘 조망했던 이 모습을 지구에 적용하면, 지구가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은 숨을 쉴텐데 서울은 땅이 숨을 쉴 수 없도록 뒤덮고 있다. 꼼짝 못하고 죽든가 폭발하든가, 둘 중하나, 둘 다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숨구멍을 이렇게까지 막아 내리면서 사는 우리들의 삶은 괜찮은가?
  세 번째는 빈민운동이 활발하고 빈민에 대한 대책을 해결한다고 하는데, 왜 이 빈민문제는 반복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인가? 뭔가 다른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고 다른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답답한 순례길이었습니다.“ 하셨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공동작업장과 햇살놀이어린이집에 들러 주민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저녁 먹으로 식당에 가는 길, 시장골목에는 약속이나 한 듯,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마음속의 종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성북 선교본당에서 간담회를 했습니다. 주로 천주교 신자분들, 지역의 빈민사목하시는 수녀님들이 많이 참석하셨습니다. 어느덧 달빛이 동네를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오늘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유난히 힘들었던 순례 길이었습니다. 달빛이 순례자의 마음을 녹아들게 합니다.

= 글쓴이: 김영지(대구 청소년, 순례 참여자)

오늘 처음 순례에 합류했다. 순례단과 엇갈려 처음엔 같은 곳을 뱅뱅 돌았지만 시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니 그 재미도 꽤 쏠쏠햇다. 월곡교회에 갔었는데 교회가 정말 아담하고 예뻤다. 또, 월공동네에 갔다. 가파른 길을 끙끙거리며 올라갔더니 여기가 달동네란다. 난 월곡이란 이름이 맘에 들었다. 달(月)을 노래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달빛이 비치는 계곡이라고 한다. 오늘 순례는 내가 생각했던 ‘순례’의 이미지와 완전 달랐지만, 거기서 나름 재미를 느꼈다.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걸을 때는 골목을 걷는게 아닌 것 같았지만 막상 걷고나니 그것도 또 다른 공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은 색다른 하루였다. 남은 3일도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성 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며 동방봉 쉼터를 찾았습니다. 동망봉자락의 지하철 6호선과 지하터널공사로 인한, 상단부 주택철거잔존부지에 쉼터를 만들었다 합니다.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쉼터 가운데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심원보 청년등불이 씩씩한 모습으로 나타나 즐거운 기운을 보내주었지요. <나눔과 미래>사무국장이신 이주원 님의안내로 성북구의 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성북구는 아스팔트보다 골목골목 비포장도로가 많다고 합니다. 골목을 올라가는데, ‘축 사업시행인가, 보문 제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조합, GS건설/XII'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이 곳 보문 제3구역은 내년 2009년에 철거될 동네입니다. 골목은 건축 된지 40여년이 지난지라 길 폭이 1m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성북구에서 몇 개 남지 않는 동네이라 합니다. 땅주인들은 주민등록상에만 등록 되어있고 실제로는 거의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 인데, 그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경기도로 이주할 계획이고, 일부 사람들만 임대아파트로 가게 됩니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비탈진 아랫마을은 모두 철거대상이라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었습니다.




<주택재개발(뉴타운포함) 과정>
도시 및 주거환경 기본계획수립(5년마다)
← 정비구역지정요청(지자체/주민동의 3/2)
→ 정비구역지정(시행사:조합, 시공사:건설사)
→ 조합설립인가(주민동의 2/3 75%) (시공사 선정: 개정안요구중)
→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현행법)
→ 관리처분계획인가
→ 착공계발부(철거)
→ 준공  

  서울성곽 밑, 삼선4구역이라 불리는 비탈진 곳에 낙성공원 조성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은 이미 집들이 철거된 곳이었지요. 성곽에서 50m 이상 띄어서 건축을 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재개발조차 거부되어 공원화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마을에 일본의 마찌 쭈꾸리처럼 ‘마을만들기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녹색사회연구소/고려대 건축학과/나눔과미래/성북주거복지센터/주거권운동네트워크/한국도시연구소/한국해비타트과 공동주관하여 주민설명회를 하였으나, 70%이상 세입자인 관계로 무언가를 시도할 결정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가지고 있는 외부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 무언가 시도하는 것들이 탐탁치 않을 것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97세대 중 15세대만이 남았습니다.

  삼선공원으로 내려오니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재비새끼들처럼 종알종알 댑니다. 삼선공원은 원불교 서울교당이 세워졌던 최초의 터라 합니다. 한성대입구역과 성북동 주민센터를 지나 성북2동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가난한 달동네가 있다 하였는데, 대한민국 하위 10%가 사는 동네라 합니다. 서울시 363개동 가운데, 아파트가 없는 유일한 동네인 성북제2구역이었습니다.

  순례에 중간에 합류하신 유모차 엄마와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언덕을 오르지 않고 길상사로 돌아갔습니다. 작은 형제회 수도원을 돌아 길상사로 가는 길은 대한민국 상위 1%가 사는 곳이라 하였습니다. 부와 가난이 공존하는 동네. 이 이중성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인 길상사에 들어서니 까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몇 백명 줄줄이 서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금호그룹 회장의 장인 49제를 지내고 있다 합니다. 크게 영산제를 지내니 바라춤을 추는 여인이 고인의 혼을 달랩니다. 어느 스님은 길상사에서 11년 전에 한 영산제 말고는 이렇게 크게 하기도 처음이라 하였습니다. 앉아서 밥을 먹기 미안할 정도로 점심을 먹는 공양간이 북적였습니다.

  돈암체육문화센터와  아리랑고개를 지나 정릉4동 성당에 들어섰습니다.
  장위뉴타운 제15구역(장위1,2동, 상월곡동) 추진준비위원회 장희동 3차 뉴타운을 비롯하여 서울에는 26개 뉴타운이 개발확정 되어 있었습니다. 워낙 빠르게 개발하다보니까 부작용이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전면 재개발을 하지 않고 10년, 20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고 하지요. 더 빨리, 더 높게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걸음이라도 빨리 하여 월곡초등학교 언덕을 넘어서니 성신여대 근처 그 유명한 미아리 점성촌이 양쪽거리 100m 정도 늘어서 있습니다. 예전에는 점성촌을 이룰 정도로 번성하였다 하는데 점점 쇠퇴했다 합니다. 주로 여성 점술인 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 정릉시장을 지나니 북한산이 보입니다. 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걸음이 평화의 씨앗입니다.

  “매일매일 가는 곳마다 새로운 곳이지만 성북구는 재개발지역, 길상사 주변 대한민국 1%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진게 많으면 숨길게 많을까? 높다란 벽을 지나며 부와 행복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 정수영님
  “길을 헤매다 만나니 다들 부처님 만난 것처럼 반갑고 다정했어요. 순례를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였어요. 오늘 걸었던 곳 성북동이 제 본적지였어요, 우리가 걸었던 이 소중한 걸음이 평화의 씨앗입니다.” -. 안명옥님

  삼보정사에서 차를 마시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한불교 삼보회에서 생활불교를 선도하는 정법도량인 삼보정사는 참선과 명상을 하는 삼보선원, 교육과 포교를 하는 불교대학, 법문과 기도하는 삼보법회, 보육과 복지를 실천하는 어린이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합니다. 생명평화 로고설명을 하시던 도법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생활방식과 고대종교인들의 생활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시며 이 방식을 순례에 적용한 것이라 하십니다.

  송민기님을 만나서 성공회 나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성공회 성북나눔의 집은 저소득층 주거와 고용·의료와 교육 전반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지역품앗이와 공동노동, 생협과 공부방, 도서관 등이 그런 모형이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밝게 웃는 달동네의 아이들과 집 없이 천막 생활하는 이들 고된 노동일 속에서도 노래하는 이 곁에 나눔의 집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눔의 현장에서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이주원님의 마음과 발로 돌아본 오늘 순례길, 성북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성북구는 주택 재개발만 74구역이고, 4만 8천가구, 주택재건축 24만 명이 이주하거나 이주할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아침에 순례했던 동망봉, 보문3동 가파른 언덕길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홀로 사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를 덜 받는 이 동네에 <나눔과 미래>에서 주민들이 쾌적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좁고 가파른 길을 넓고 평평한 길로 만드는 일, ‘과연 누구를 위한 재개발 인가?’ 연실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담회 도중에 피스워커(Peace Walker) 분들이 오셨습니다. 일본이 군비를 가지자는 쪽으로 가는데, 무기를 소유하고 군비를 축적할 수 없는 평화헌법을 지키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일본 내에 평화헌법 안이 통과되었다는데, 2·3년 내에 최종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하였지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의식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본 내에서 청년들과 Peace line 해안평화순례를 하며 알리는 일도 하셨다고 합니다. 인간들의 전쟁이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하시며, 지금시대에 가장 큰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헌법구조운동을 해야 한다 말씀하셨습니다. 내년에 20~30대 한국의 청년들과 한반도를 걸어보고 싶다는 마사키 상. 간페이 상. 후지이 상의 간절한 바램을 들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무기를 버릴 수 있도록, 무기를 버리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하시는 도법스님께서는 세계로 퍼져 나가있는 일본 유학생들이 평화헌법 관련한 행동을 하면 이것이 언론에 기사화되어지고 일본 내에 영향을 줄 있다 하시며 언론의 영향력을 강조하셨습니다. 중요한 건 일본인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고, 한국이 독립운동 할 때도 일본에 있던 한국유학생들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미국은 한중일 군사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평화헌법을 버리길 바란다는 이야기, 평화헌법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언론은 보수적이라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피스 워커 분들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밤입니다. 평화를 위한 걸음, 평화를 위한 만남 그 간절함이 삶으로 무르익어가기를 바라며 길지 않은 밤을 보냈습니다.

  동향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순례단은 짐정리를 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도법스님과 안정선 님의 질문과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나는 다만 길을 가르쳐줄 뿐이다

* 하나의 질문
생명이라는 존재자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 왜 인간살이에 고통이 발생하는가

* 존재의 특성 3가지 : 끊임없이 변화하여, 끊임없이 불안정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괴롭고 힘들다(苦).

* 자연과 지구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소멸과정이 있는데, 사람들은 좋은 것은 영원하길 바라고 싫은 것은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생성 변화하는 자연스런 생명현상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행위에 의해 지구온난화 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가장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요구하지만, 단순소박한 삶의 방식으로 자신을 바꾸는 길이 희망이다.

* 성주괴공 : 이 세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지고 사라지고 또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현상
  인간의 몸은 생로병사, 인간의 정신은 생주이멸, 즉 나타났다가 변화해서 사라져가는 것.  
  이 사실에 근거해서 삶을 사실적으로 다루어가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다.

* 진리를 가르치는 자는 구세주 역할: ‘나는 다만 길을 가르쳐줄 뿐이다’
  그 길은 오로지 자신만이 선택하며, 아무도 대신 가주지 않고, 그 길을 가면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안정선님과 도법스님께서는 자연 속에서의 인간세상의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시며, 이 시대에 동서고전을 넘나드는 이야기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도대체 영성이 뭐야?

  오후에 순례단원 천선혜님께서 제주에서 영성공동체운동을 하신다는 박유진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제주에서 여러 영성공동체를 실험하고 계셨는데, 리조트를 운영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늘 궁금하셨던 도법스님께서는 영성에 대해서 물으셨고, 박유진님께서는 영성공동체를 ‘사랑과 진리의 생명공동체를 실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정의를 내리십니다. 영성은 신에 대한 이해, 믿음 이것이 근본이고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영성공동체는 사랑과 진리의 신을 중심에 놓고, 서로의 미성숙함을 정화하고 영적인 성숙으로 거듭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선혜님은 인간의 성정이 드러나고, 앎으로 이루어진 대화, 그것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지배구조에 대한 피해의식의 치유, ‘너 아름다워’

   “이 세상 환경 과 사람들 사는 데에서 가장 기본이 말이 의식에 대하는 태도가 무엇이냐. 그 중에서 제일 제대로 하는 것은 너 아름다워 라는 자세다. 그것이 나무를 살리며 사람을 살리며 그 모든 것에 핵심에 있는 아름다움을 봐주고 대하는 것이라”
   박유진님께서는 아직 제주 영성공동체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에 부딪쳤을 때 극복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인도신화를 보면, 온통 신들의 싸움이었고, 부처님이라는 탁월한 스승이 있던 당시에도 승가공동체가 분열이 되었다고 하고, 절집에서도 성인과 중생이 함께 살고 용과 뱀이 뒤섞여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현실이지만, 싸움엔 이유가 있듯이 늘 중심에 두고 살아야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나무가 없는 낙엽이 있을 수 없듯이, 썩는 낙엽이 있으면 나무가 있을 수 없는 관계성을 생각한다면, 추한 낙엽이 없는 멋진 나무가 어찌 있을 수 있으렵니까.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공동체 삶이라는 도법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대화의 자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등불을 전달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에게 안부를 묻는다.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교육관에서 성북구 지역활동가분들과 상견례를 하였습니다. ‘나눔과 미래’ 이주원 님의 사회로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이강서 신부님, 성북청년센터 조석진 님, 월곡교회 지역아동센터 양윤성 전도사님, 진보신당 서울시당 공동대표 성북구 위원회 위원장이신 박창환 님, 은총의집 김은미 님과 인사를 나누고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성북구는 72개의 개발확정지역이 있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동안 순례를 하며, 공존·협력·나눔에 대해 얼마만큼 느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