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건시(乾柿)나 곶감이나, 내리치나 메어치나,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 말은 같은 물건과 행위를 두고 각기 다른 표현으로 하는 차이입니다. 하나님이나 하느님의 표현이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그리스도교, 기독교나 성도나 교인이나, 예수교 장로회나 기독교 장로회나, 성결교나 침례교 등등의 수많은 교단, 교파와 혼재하고 있지만 동일한 성경과 찬송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더 나아가서 모든 교단의 명칭이 다를지라도 경배하는 신은 동일하지 않을까요? 모두 인간집단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교리적으로 위장전술을 하기 때문에 간판을 제 각각 다르게 단것에 불과합니다. 너무 형식적이고 교리적인 굴레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간과하면서 껍데기에 논쟁하고 ,체면치레 하고 과시하고 하는 인간적 허울을 중요시 하는 게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지금의 개신교가 종교개혁에 의해 출발하였다고 하지만 종교개혁의 정신은 실종되고 오히려 중세암흑의 종교시대로 회귀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어디하나 개혁적인 삶은 살지 않고 입만, 교리적으로만, 이론상으로만, 종교개혁의 당위성만 내세우고 있지 교회내부 실상은 중세시대의 교황적인 권력의 횡포를 하고 있어 빈축을 싸고 있습니다.

마치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자기는 안 그러겠다고 시집살이 개혁을 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못된 시어머니가 되어가는 형국이 지금의 한국교회 모습이라고 여겨집니다. 오히려 중세교회 없었던 일천번제 등등의 신종 헌금메뉴가 개발되어 성도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회시장은 소수의 브랜드 목사만 배부르게 하고 얼굴에 개기름이 끼여 거들먹거리고 감투타령만 하고 작은 교회 목사들은 사람과 돈에 허기에 지친 모습들로 낙심을 하게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불교에 호박범벅경과 국수경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비구니 스님이 하루는 암자에서 <나무애미 타불 관세암보살> 하며 염불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 비구니 속으로 비웃으며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 해야 할 염불을 나무애미타불관세암보살이라 하니 엉터리 땡초가 분명하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핀잔을 들은 이 비구니 스님은 화가 치밀어서 일생 동안 <나무애미타불 관세암보살>염불로 영험도 많이 얻었고 공력도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놀림을 받으니 자존심이 상하였습니다. 급기야 서로가 우기다가 두 스님은 심하게 다투게 되었고, 드디어 주지 스님께 어느 게 옳은지 다음 날 재판을 받아 흑백을 가리기로 하였습니다.

인간세상에 어느 곳에도 뇌물이 없는 곳이 없는지라 다음 날에 있을 판정이 걱정이 된 비구니 스님은 유리한 판정을 끌어 낼 심산으로 주지스님께서 좋아하시는 호박범벅 죽을 쑤어 뇌물(?)로 드리면서 관음기도는 관례상 <나무애미타불 관세암보살>이라 하는 것이 옳다고 자신의 팔을 들어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일단 주지스님에게서 맛있는 호박범벅 죽을 받아 다 드시고 알았다 하며 긍정을 했습니다.

이날 밤중에 또 비구니 스님이 역시 비밀리에 뇌물로 국수를 맛있게 말아가지고 주지스님께 가서 관음기도는 원칙인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 하는 것이 옳다고 자기의 팔을 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주지스님은 역시 좋아하는 국수를 실컷 드신 큰스님은 역시 알았다 하며 무언의 긍정을 한 후 돌려보냈습니다.

다음 날, 호기심 많은 신도와 스님들 앞에서 벌어진 재판은 양측 다 자신만만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미 로비정치를 다 해놓았기 때문에 주지 스님께서 나를 밀어 주기로 했으니 걱정없다 고 생각하고 있는데 주지스님은 묵묵히 계시다가 "에, <호박범벅경>에는 나무애미 타불 관세암보살이 맞고 <국수경>에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 맞느니라. 헛기침 에헴 한번 하시고는 유유히 방장실로 들어가시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사사 건건 하나님이 옳으냐 하느님이 옳으냐 하는식의 이분법적이고 흑백논리적인 논쟁에 익숙하여 해묵은 교리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창조주의 심정이 위의 주지 스님과 같은 심정이 아닐까요? 자녀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아버지에게 심판해 달라고 할 때 아버지는 껄껄 웃지 않을까요?

결국 두 아들 모두 다 옳다고 판정하시겠지요. 그게 아버지 마음이듯이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나님(아빠 하느님)도 야 이녀석들아 아빠 하나님이든 아버지 하나님이든 이름은 상관이 없으니 진짜 중요한 것은 아빠 공경이나 잘하고 아빠 시키는 일이나 잘 하여라고 책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는 일들은 개판으로 하면서 뭐 껍데기를 가지고 싸우고 있나? 하실지도 모릅니다.

성경이나 성서의 표현도 그러합니다. 마태와 마태오, 바울과 바울로, 알렐루야 할렐루야 여호와나 야웨, 이브 하와 등등 발음상의 차이를 두고 우리는 왈가왈부, 갑론을박 할 필요가 없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암보살도 그렇지만 나무아미 타불과 나무애미 타불의 발음 차이도 그렇습니다. 원래 글자인 남무아미타불(南無 阿彌陀佛) 그대로 발음하여야 하지만 그대로 발음하는 스님들은 없습니다.

필자는 경상도 사람입니다. 발음상 차이는 나지만 그 의미는 다 통하듯이 발음을 가지고 시비는 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나무애미따불, 나모아미따불, 남무애미따불 한마디로 엉터리 발음의 총집합입니다. 예수도 원래 발음상으로는 야소(耶蘇)라고 불러야 합니다. 초대교회에서는 한자 발음 그대로 야소교라고 하였는데 발음상의 뉴앙스가 그래서 그런지 예수교라고 바뀌어 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예수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은 야소(耶蘇)가 중국어 발음표기인 예수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우리도 발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기독(基督)이란 발음도 중국어 발음인 지두라고 발음해서 지두라고 발음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그리스도라고 발음하는데 대해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발음을 통일하려면 예수지두라고 하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의 사고도 그렇지만 말도 그 사람이 태어난 지역과 학문적 배경, 신앙적 배경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불가능합니다. 특히나 사투리가 몸이 베이면 표준어로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으로 익숙한 말이 하루아침에 하느님으로 변경하기란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으로 익숙한 신앙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하루아침에 하나님으로 바꾸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관성의 법칙으로 이해 할 수가 있습니다.

정통 보수신학이든, 진보신학이든 모두가 인간이 처한 특수한 환경에서 형성되었습니다. 그런 경향은 자칫 잘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부위별 판단을 전체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위험한 말장난으로 흐르게 됨을 교회 역사를 통하여 잘 알 수 가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신학을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성경을 신학적 판단 기준으로 하여야 함은 물론입니다.

필자는 신학자는 아니지만 신학적 문제점을 오히려 밖에서 더 잘 관찰하게 되어지지요. 모든 신학은 그 시대의 상황과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하나님과 성경을 반추해 놓은 산물입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신학은 현재적 배경을 말해주는 학문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은 바뀌어 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도 과거 10년 전, 100년 전의 옷을 입고 다니지 않듯이 우리의 신학과 신학적 사고도 과거에 형성된 신학유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학문이나 교과서는 어느 일정기간을 두고 재점검하며 새로이 포맷하게 됩니다. 지금은 그러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수의 강의 노트가 과거에는 10년씩 우려먹었지만 지금은 매년 새로 준비해야 대학에서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학문 사조가 나날이 변하는 것과 교수 강의를 학생들이 평가하기 때문이지요. 교회도 성도들이 목사를 평가하여 재임용, 탈락을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지스님의 농축된 지혜인 호박범벅경과 국수경에 근거하여 관세음 보살, 관세암 보살이란 말의 정당성을 보장 해주는 명 판결은 솔로몬의 판결만큼 지혜로운 명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판결이 통하게는게 줄교의 매력입니다. 무궁무진한 선문답의 광맥도  그렇습니다. 복음서에는 이런 무궁무진한 선문답의  광맥이 있지만 우리교회에서는 그런 광맥을 캘 생각은 하지 않고  컽만 핥아 먹으며 좋아라 하고 있습니다.우리 교회도 이와 같은 농축된 지혜로 명판결을 내릴 수 있는 신학적 풍토, 목회적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부적 반응에 대한 기계적, 알르레기적 유치한 반응은 신학적 면역성이 저하되어 온 것 이므로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여 신학적 면역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지엽적인 하나님, 하느님 같은 논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만, 내교회만, 독선적인 교리 를 수호하기 보다는 모두가 포용되는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진 종교지도자들이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눈을 따고 찾아봐도 그런 지도자는 희소하기만 합니다. 오호 통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통곡하셨듯이 필자 역시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