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이신 God을 유일신을 로마 가톨릭인 천주교와 진보기독교계에서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하느님의 호칭을 두고 말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필자 역시 하나님의 호칭이 더 익숙해져 있지만 하느님이란 호칭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권위주의로 느껴지는 아버지 하나님 보다 친근한 아빠 하느님이란 호칭이 더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실력대결과 물리적 집단의 파워에 의해서 결정되는바 우리나라에서 개신교의 세력이 막강하고 특히나 신앙에 관해서는 보수 정통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특유의 신앙의식구조를 가진 신자들 사이에서는 하나님이란 호칭이 유일신이신 삼위일체 창조주를 잘 표현주고 있다는 여러 가지 교리적, 언어적 표현을 앞세워 하느님이란 호칭을 생리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님이란 호칭이 유일신, 즉 한분밖에 존재 하지 않는 신이어서 우리말의 <하나>에 존칭 접미사 <님>을 덧붙여 유일신 God을 지칭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허지만 우리말의 하나, 둘, 셋 같은 숫자에 존칭 접미사 <님>을 갖다 붙인다는 것은 문법상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아주 부자연스럽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언어란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을 표현하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 모두가 공감하는 단어를 선택하여 의사전달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말의 쓰임새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말의 표준어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사람들의 말을 표준어로 하듯이 기독교 신자들 대다수가 교리적이고 문법적인 용어의 적합여부를 떠나서 하느님보다 하나님이란 호칭을 사용하여 신앙을 표현한다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칭은 부르기 나름입니다. 예컨대 나를 두고 아들은 아빠라고 부르고 아내는 여보라고 부르고, 어떤 분은 이름을 부르고, 어떤 분은 선생님으로 부르고, 어떤 분은 사장님으로 부르고, 어떤 분은 그냥 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 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호칭임을 두말 할 것 없습니다.

필자는 중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목사들로부터 신앙과 교리를 배웠기에 나는 <하느님>이라는 호칭이 거부감이 들었고 학교나 군대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도 일부러 하나님이 보우하사라고 고쳐 불렀던 적이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고신교단이라는 청교도적 신앙생활이 지금의 생태적, 개혁적 사고를 하는데 많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요.

보수교단에서 신앙교육을 받았기에 <하느님>은 하늘을 숭배하는 애니미즘적이고 미신적인 용어이고, 유일신이신 오직 한 분,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은 <하나님>으로 호칭하는 것이 더 낫다는 신앙교육을 받아서 자연스레 하나님이란 말이 몸에 베었습니다. 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것도 일종의 세뇌작용인 것 같습니다. 호칭에 민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불변하신 창조주이신 신을 하나님이라고 하든 하느님이라고 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각자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서 호칭을 달리하기 때문에 내가 부르는 호칭이 절대라고 고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어권 에서는 창조주를<God>으로 그 이외 잡신을 <god>으로 표현합니다. 일본에서는 가미<神 かみ, 神様かみさま> 라고 부릅니다. 독일에서는 <Gott>라고 호칭하고, 중국에서는 상제(上帝), 신(神)으로 호칭합니다. 이슬람권에서 <알라>라고 한답니다. 왜냐하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민족들이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신의 개념을 통하여 기독교의 창조주 절대자이신 신(神)을 이해하고, 호칭했을 따름입니다. 우리가 언뜻 생각하기에 일본에서 가미라 함은 일본 특유의 수많은 잡신이 떠오르고, 상제라 함은 도교의 옥황상제를 연상하고, 알라라 함은 회교의 신인 알라가 연상되기 때문에 불편한 신앙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창조주이신 절대자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느님과 하나님 모두 하늘에서 유래한 단어로 우리말 어법에는 하느님이 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 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란 노자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는 절대자이신 신을 인간의 이데올로기로 형상화 할 수도 없고 호칭 또한 붙일 수도 없다는 말로 해석이 됩니다. 허지만 편의상 그렇게 호칭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절대자신 창조주를 우리의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분이기에 굳이 <하느님>과 <하나님> 호칭 문제로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호칭문제로 아웅다웅하는 언저리에는 우리 한민족 특유의 유교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을 망하게 한 사회적 배경이 배로 주자학의 해석과 생활의 적용을 두고 당쟁과 학문적 시시비비가 끓이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까? 글자 하나 해석을 두고, 갓끈, 옷 하나 입는 것, 제사 지내는 순서를 두고, 모든 일상사의 예법을 두고 모두가 저마다의 주장을 옳다고 하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