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는 일차적으로는 제도가 아니다. 교회는 오히려 같은 영(靈)에 의해 살아가고 같은 주(主)를 고백하면서 그분의 삶을 뒤따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엘라꾸리아)

2. 교회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준비했고 또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많이 던져준 훌륭한 설교를 들었다. 그러나 교회 의자에 함께 앉아 있는 동료 교인들과의 진실한 관계를 바라는 우리의 희망은 성취되지 못했다. 무관계성은 우리의 교회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이며 오늘 아침에 드린 교회의 예배 안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 자신의 불행이다. 우리는 서로를 거의 모른다. 우리는 서로간의 사귐을 발견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누구나 홀로 교회에 왔다가 홀로 집에 돌아간다.

모든 개별적인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설교의 교회가 참 교회인가? 또한 분리되어 있는 개인들을 종교적으로 돌보는 목회적 교회가 참 교회인가?. 교회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지만 사귐이 없는 단순한 제도로서의 교회라면 그 교회가 계속 교회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우리 교회의 무관계성이 아래로부터 공동체 교회를 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교회 안에 공동체 이상의 것은 없다. “교회”의 모든 봉사는 공동체와 관계되어야 하며, 교회의 성숙도는 공동체가 얼마나 교회적 돌봄과 제도적 보호의 대상에서 벗어나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자신의 역사의 독립적이고 책임적 주체가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 공동체의 일원들은 목사들이나 유급 동역자들이 있다고 해서 우리 자신의 사명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과제들을 전문가들에게 맡겨 버렸다. 그래서 우리 자신의 능력은 위축되었다. 우리는 항상 짐을 회피하는 걸로 시작하여 우리 자신이 소외되는 것으로 끝맺었다. 그러므로 중요한 문제는 거대한 교구 안에서 규모가 작고 자발적이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귐이 형성되는 일이다. 사귐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 때에만 존재한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거대한 조직이나 기구 속에 계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아는 사귐 속에 살아 계신다.

기독교 공동체의 특별한 점은 그 공동체가 예수를 민중 속에서, 그리고 민중을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발견한다는 데 있다. 이 공동체는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다른 그룹들과 역사적 동맹을 결성하기에 앞서 민중과 함께 먹고 마시고 공동의 희망 속에서 가난한 빵을 나누어 먹는다.... 참여란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는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 “배에서” 시작된다. (위르겐 몰트만, 김균진 역, 『새로운 삶을 위하여』, 현대사상사)

3. 수평적 차원에서 예수는 인간을 상호 존경, 관대성, 형제 자매와의 친교, 소박한 관계 등에로 초대한다. 수직적으로는 그는 인간에게 하느님과 성실한 자녀의 관계, 꾸밈 없는 기도의 소박함, 하느님을 향한 넓은 사랑에 자신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교회의 문제는 제도와 공동체 간의 대립에 있지 않다. 이 양극은 영원히 존재한다. 진정한 문제는 이 양극의 살아 있는 방식에 있다. 즉 어느 한 극이 다른 한 극을 흡수하고 척결하려 하는가, 아니면 양극이 서로를 존중하고 늘 비판받을 자세를 견지하면서 다른 극에 대해 개방적이 되려고 하는가에 있다. 교회 안에서 제도적 요소가 공동체적 요소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적 요소는 언제나 그 우위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공동체적 요소는 언제나 적절한 제도적 표현의 길을 추구하여야 한다. (레오나르도 보프, 김쾌상 역,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 성요셉출판사)

4. 해외에서 사람 하나가 칠레의 산티아고에 있는 사제 친구를 찾아왔다. 친구인 사제는 시내 변두리에 자리잡은 성베드로 본당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그 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에게는 정확한 주소가 없었다. 친구가 성베드로 본당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표지판이 하나 있었다. - 본당이라면 으레 성당의 뾰족탑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로서는 지붕들만 이리저리 둘러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날은 금방 어두워져 버려 아무래도 뾰족탑을 찾아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사람을 찾아 길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조그마한 선술집이 열려 있어 그는 무턱대고 들어가서 물었다. “미안합니다만, 성베드로 성당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시겠소?” 그러자 술집 안에 있던 사내 하나가 대꾸했다. “성베드로 교회는 오늘 로페즈네 집에서 모이기로 되어 있어요.”
그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면서 살아 있는 공동체를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성당을 찾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바닥 공동체는 바로 이런 물음에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호세 마린스 외, 성찬성 역, 『뿌리에서 올라오는 교회』, 24쪽.)

5. 자기 자신을 비우고 자기 자신을 무(無)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곳에, ‘종된 메시아’를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전적으로 섬기는 그 곳에, 그리고 이 봉사 속에서 타인들로 하여금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곳에, 그리고 동료 인간들과의 유대가 설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구현되는 그 곳에 교회가 존재한다.

6.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하느님의 존재를 고백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교제에 들어가는 것이며, 또한 우리의 동료 인간 존재들과의 교제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둘은 불가분리하다. (구티에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