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밤 촛불집회를 취재하며....

28일 밤 시청앞 광장을 취재하기 위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카메라가방을 옆으로 메고 등에는 노트북가방을 맨 채 걸어갔다.
습한 날씨지만 늘 해오던 일인지라 이제는 웬만큼 이력이 났다.
작은 물병, 손수건, 조그만 간식꺼리, 노트북, 무선인터넷 와이브로, 여분의 반팔 셔츠, 수첩, 카메라, 플래쉬, 망원렌즈, 광각렌즈, 핸드폰, MP3, 비타민 등이 내가 현장 취재를 나갈 때의 기본 물품들이다.
밤에 들어와보면 항상 어깨에 피멍이 들어있고 옷은 온통 땀에 범벅이 되어 손으로 짜면 물이 나온다.

요즘 격해지는 경찰의 진압과 시민들의 반응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큰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민과 경찰이 대응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코리아나 호텔과 언론재단을 경계로 이미 경찰이 광화문으로 가는 길을 원천봉쇄하였고 전경버스 아래에서 시민들과 전경들의 크고 작은 실갱이가 있었다.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말소화기가 난사되었고, 경찰측으로부터 물병과 돌멩이, 심지어는 차량용 스패너까지 날아들었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가 머리옆으로 날아갔다. 차량용 스패너... 내 뒤에 서있던 여성이 맞았다. 눈이 심하게 부었다. 다행히 벽을 먼저 맞고 맞은듯 했다.(소리를 들어보니..) 피가 나지는 않은듯했다.
순간 놀랐다. 왜 기자들이 헬맷을 쓰고 다니는지를...
장소를 옮겨 취재를 계속했다.

이번에는 갑자기 앞에 서있던 연인 둘 사이에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주저 앉더니 일어나질 못했다. 남자친구가 신발을 벗겨보니 발등이 뭘로 찍혀서 피가 났다. 돌멩이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내 옆에서의 사고들...

겁이났다. 그래서 언론재단 12층 복도로 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진찍기가 훨씬 수월했으며 시민들과 경찰들 양쪽의 대치상황이 한 눈에 보였다.

시민들이 전경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려하자 경찰들도 이에 질세라 열심히 서로 줄다리기하는 모습... 그러다 안되자 견인차를 동원하여 버스를 와이어로 고정하는...

물대포차가 시민들에게 직접 물을 뿜는 모습에 쓰러지는 시민들...

점점더 과격해지는 촛불집회...

쇠파이프가 나타나 전경버스를 부수려했고, 긴 쇠창이 나타나 전경들을 향해 찔러댔다. 전경들 역시 분말소화기를 시민들의 얼굴을 향해 직접 분사하고 여기저기서 물대포를 쏘고...

그러던중 빨간 셔츠를 입은 분이 전경버스에 올라가 만세를 부르고 자진연행되었다. 버스 뒤로 끌려 내려갔다.

시민들은 여기까지만 봤다. 그러나 나는 그 뒷모습... 인권이 유린되는 개끌려가듯 끌려가는 모습을 망원렌즈를 통해 생생히 보았다.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여가생활을 하는듯 했고, 일부 과격한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주업이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가 주는 불신때문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장 취재를 나가거나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갈 때면 비 오는 날이 가장 싫다. 무엇보다 갖고 있는 장비들이 방수가 될만큼 고가가 아니라 열심히 수건으로 닦아가며 몸으로 장비를 보호해야한다. 우산쓸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비 오는 날 야간에 플래쉬를 터트리면 빗방울이 화면을 가려버린다. 아직 노하우가 부족해 참 난감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내리는 길을 걸어오면서 누구 한사람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촛불정국에 대한 막연한 안타까움만이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