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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훔쳐읽기-10꽃봉오리 같은 아가씨! 여자는 사랑을 받으면 이렇게 산뜻하게 변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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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4일 (수) 00:00:00 [조회수 : 2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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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훔쳐읽기-(10)
작은일기 D-221
‘며칠간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몸이 너무 아프다. 특히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은 약을 먹고 누워 있어서 좀 낫다. 그러니 아저씨도 항상 몸조심해. 사랑해.’
검정. 애인과 친구들과의 연속적인 만남으로 지치고 두통도 심했나 보다. 자신이나 누군가 아프면, 상대방에게도 몸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게 인지상정인 보다. 하지만‘사랑해.’라는 표현이 인색해 보인다.
1999년 5월 24일(월)
작은일기 D-220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픈 몸 때문에 너무 지친다.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혼자 생각만으로는 또다시 옛날처럼 신장이 나빠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고...’
검정. 이틀간 아프다. 신장병이 도졌나 보다고 걱정한다. 그러니 몸이 피곤할 수밖에... 솔직하게 지병까지 알려 주다니, 남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았을까 약간은 아가씨가 염려스럽다.
1999년 5월 25일(화)
작은일기 D-219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의미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정말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날 찾고 싶어. 또 내 마음의 안정도... 아저씨는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사세요?’
검정.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삶, 목적의 상실, 빨리 자신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안타깝다. 여자에게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요?
1999년 5월 26일(수)
작은일기 D-218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너가 있었으면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는데, 그냥 바람으로만 끝내기로 했다. 아저씨는 오늘 하루도 공부하기 힘들었지...’
검정. 두 가지의 바람이 동시에 쓰였다. 아저씨는 제대했던 것일까? 군인 아저씨가 웬 공부?
1999년 5월 27일(목)
작은일기 D-217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전화가 와서 기분은 좋은데... 에이! 속상하게 돈을 잃어버리다니... 우리 현상이 불쌍해서 어떡하누! 차비도 없이.’
검정. 애인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전화를 받았는데 돈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둘 다 왜 이러니? 둘은 넋두리를 들려 줄만큼 가까운 사이이다. 저런 뻔한 한 마디가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가? 그래서 애인 없는 사람은 더 서러운 법이다.
1999년 5월 28일(금)
작은일기 D-216
‘널 만나서 너무나 즐거웠다. 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고. 그냥 너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다.’
검정. 애인을 만나는 날이 불규칙적이다. 이번엔 금요일에 만나다니.. 오랫동안 애인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해하는 여자, 그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 하니 과연 둘 사이에 무엇이 오고 갔을까? 속을 감추고 말은 아끼지만,‘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다.’는 글에서 앙큼한 여자의 속성을 또다시 짐작해 본다.
1999년 5월 29일(토)
작은일기 D-215
‘아침 일찍 너의 얼굴을 보았다. 매일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히히. 또 조금 있으면 헤어져야 한다.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누.’
검정. 여인은 귀엽다, 사랑스럽다, 밝다. 아침 햇살 같은 발랄한 표정이 떠오른다. 꽃봉오리 같은 아가씨! 여자는 사랑을 받으면 이렇게 산뜻하게 변신한다. 며칠 전만 해도 자기를 찾고 싶다느니, 신장병이 도진 것 같다느니... 푸념하고 걱정하던 어두운 그림자는 온데간데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오래 시간을 보낸 것이 변화의 전부이다. 이제 다시 그를 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만큼 짧은 게 있던가? 헤어질 때의 아쉬움이 눈에 선하다. 여기까지가 정혜(가명)라는 여인의 사랑의 독백이다. 그녀의 마지막 글은 다행히 행복감과, 아쉬움, 기다림과 희망으로 온점을 찍었다. 글씨도 차분하다. 아침 일찍 만나 사랑의 정표로 이 두 달치의 고백을 헌정했을 터이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이 여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게 좀 섭섭하다.
1999년 5월 30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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