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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훔쳐읽기-8그런데 이 아가씨,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는 습관도 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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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4일 (수) 00:00:00 [조회수 : 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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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훔쳐읽기-(8)
작은일기 D-235
‘또다시 새로운 주가 시작되었다. 마음은 열심히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그냥 쉽게 피로해지고 지친다. 또 여러 가지로... 아무래도 내 몸이 내 몸이 아닌가 봐. 어쩌지?’
검정.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가 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질 때는 몸과 마음 둘 중 하나가 심하게 병들었거나, 나이가 들어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 생기는 증상 아닐까? 실연했을 때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서 생긴 증세일 수 있겠다.
1999년 5월 10일(월)
작은일기 D-234
‘오늘 청희에게 다녀왔다. 저번보다 훨씬 많이 좋아졌더라.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넌 절대 무리하면 안돼. 알았지. 항상 건강 조심하고 열심히 생활해. 안녕.’
녹색. 입원한 청희에게 다녀왔다. 그녀가 아픈 것은 몸을 혹사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나 보다. 아저씨에게도 무리하지 말라고 한 걸 보니... 상대방에게 건강을 운운할 때는 어떤 심리일까? 딱히 할 말도 없고, 다른 말을 해 줄 것이 궁하면, 건강 조심을 하라는 말을 꺼낼 것 같다.
1999년 5월 11일(화)
작은일기 D-233
‘언니가 집에 없어서 밥 구경을 한 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이고! 내 몸 가누기도 힘이 든다. 나 밥 좀 줘! 잉. 넌 밥 굶지 않지? 꼭꼭 챙겨 먹어라. 나도 뭔가를 좀 먹으러 가야겠다.’
여자들이 혼자일 때는 자신을 위해서 손 하나도 까딱하기 싫어한다는 속설을 뒷받침해 줄만한 일기이다. 밥을 해 먹기가 싫어서 외식하러 나갈 참이다. 그 집 언니는 왜 자주 집을 비우는 것일까? 언니 집에서 숙식을 같이 하는 것일까?
1999년 5월 12일(수)
작은일기 D-232
‘오늘은 첨단에서 자기로 했다. 윽! 조카가 집에 없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벤치에 앉아서 책 읽었어. 조금 있으니까 조카가 와서 집에 들어갔다. 얘들한테 무지하게 시달림.’
‘첨단’이란 어딜까? 서울 강남 청담동의 ‘청담’도 아니고... 여기서 읽은 책이란 다른 책이 아니고, 이 일기를 쓰는‘좋은생각’이란 책일 게다. 자기 집이 별도로 있지만, 언니 집이 있는 첨단에 와서 조카들을 돌봐 주는지도 모른다.
1999년 5월 13일(목)
작은일기 D-231
‘잠을 많이 잤는데도 피곤해서 비몽사몽이다. 학교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정말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이 상태로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고! 에고! 잠 온다. 힝.’
왜 자꾸 학원을 학교라고 칭할까? 학교와 수업이라는 말 때문에 헛갈렸다. 학원 강사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교사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공연히 어만 선생님이 어린 제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오해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졸릴 때의 눈꺼풀이란 말도 떠오른다. 잠꾸러기 아가씨!
1999년 5월 14일(금)
작은일기 D-230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혜는 이 세상에서 현상일 제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평소에 잘하지 못하는 말, 오늘 몽땅 하려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영원히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혜와 현상이의 사랑. 정혜는 현상이만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연상이도 정혜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현상이도 정혜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스런 나의 현상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녹색. 이 글 한 가운데는 진홍색 커다란 하트 문양이 15도 정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이 사랑 고백이 일기의 핵심이다. 사랑이란 말로 하나의 빈틈없이 박스를 도배했다.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 이런 고백에 남자가 정말 감동했을까?
1999년 5월 15일(토)
작은일기 D-229
‘오늘은 정말 신나게 놀았다. 청희랑 하루 종일 돌아다녔어. 서로 남자 친구가 생기고 나서는 제대로 시간 갖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원 없이 다 해 버렸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내 지갑을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렸다. 너가 다시는 잃어 버리지 말라면서 사 준 그 지갑. 아이고! 속 쓰려. 또 내일 차비도 'No money'. 에고 에고!’
녹색. 토요일에 남자 친구가 휴가를 나오지 않았나 보다. 퇴원한 친구 청희와 신나게 놀다 남자가 선물한 지갑을 분실했다고 한다. 둘 다 각각 남자 친구가 생겨 만나기 힘들었다는데, 여자는 남자를 만나면 친구와 멀어지기 쉽다. 그런데 이 아가씨,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는 습관도 있나 보다.
1999년 5월 16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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