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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일기 훔쳐읽기-44월 16일- 이 날은 내 기억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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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4일 (수) 00:00:00 [조회수 : 2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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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훔쳐읽기-(4)
작은일기 D-263
‘널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그것을 정반대로 표현해 버렸다. 속상하지? 미안해!! 그냥 너가 보고 싶은데 만날 수 없어서 투정 부린 거니까 아저씨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 해죠. 알았지.’
1999년 4월 12일(월)
일요일에 만났을 때 했던 말을 회상하면서 후회하고 있다. 나중에 후회할 줄 뻔히 알면서도 함부로 말을 뱉어 버린다. 보고 싶어 하는 속내를 감추고 투정을 부릴 때 사내들은 갑작스런 변덕에 어이가 없어 한다. 여자가 만나고 싶은 데도 자주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사랑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대방의 불평 속에 숨은 진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 아저씨는 넓은 마음으로 파도처럼 흔들리는 여심을 이해해 줄까?
작은일기 D-262
‘오늘은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사람도 만나고... 혹시 너에게서 연락이 올까 하고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구나, 화난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현상아! 너가 정말 보고 싶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심란한 기분 전환을 위해 싸돌아 다녔나 보다.‘사람을 만나고’란 표현에 눈길이 간다. 여자는 수다로 감정을 풀어야 한다. 대상을 명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친구는 아닐 것 같고 아마 남자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좋다, 아저씨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책략인지도 모르니까. 우리 주인공 아가씨를 좋게 봐 주자.
하지만 그녀는 전화라도 와 주기를 기다렸다. ‘내 짜증에 화가 났던 것일까? 혹시 딴 생각을 품는 건 아니겠지. 정말 보고 싶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이런 애타는 심정 몰라주고 무심한 남자는 끝내 전화를 주지 않았나 보다. 데이트를 하고 나서, 집에 무사히 잘 들어갔는지, 기분은 어떤지도 물어 주는 것은 기본 아닐까? 상대방에 대한 조그만 배려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이라고 본다.
1999년 4월 13일(화)
작은일기 D-261
‘오늘 하루는 참 분주히 지나갔다. 그냥 여기저기 다녔어. 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리고... 너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그래서 너무 좋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도 너에게 아무 때나 전화할 수 있다면.’
애인에게서 전화를 받기까지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한번 내려가 본 다음에 소식이 끊긴 어머니도 궁금해졌지만, 마음은 오직 한 남자에게 가 있다. 소식을 기다리던 아저씨는 이틀 만에 전화를 해 주었다. 이렇게 가끔 여자를 달게 하는 것도 선수들의 수법이리라. 그런데 이 아저씨의 정체가 아리송하다. 어째서 통신이 발달한 대한민국에 살면서 아무 때나 전화할 수 없단 말인가? 그럼, 이 아저씨란 사람은 학생이 아니란 말인가?
세상을 살다 보면 전화하고 싶어도 맘 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 마음 오죽 할까? 충분히 이해가 간다.
1999년 4월 14일(수)
아저씨는 넓은 마음으로
작은일기 D-260
‘아침에 소독하는 바람에 집에서 나왔다. 그래서 언니랑 그네도 타고 공원에도 놀러 갔어. 오랜만에 갔더니 꽃이 활짝 피어 있어 좋더라. 진짜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하루였다.’
1999년 4월 15일(목)
주인공에게 언니가 있구나. 소독 때문에 공원에서 그네도 타고 활짝 핀 꽃들도 보고 봄을 만끽 했나 보다. 여자치고는 퍽 사무적이다. 많아야 5행에 써야 하는 일기라지만, 그 꽃 이름조차 밝히지 않아 건조하게 느껴진다. 물론 한 남자에게 집중하는 집념만큼은 놀랍다. 아마 A형 아닐까?
작은일기 D-259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하다. 조카 올 때까지 집에 있는데 잠이 너무 와서 자려고 한다. 너 또 흉보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너무 잠이 오니까. 고롬 난 자야지. 안녕.’
자신의 게으름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래도 모자라는 남자들은 그 솔직함에 오히려 더 감탄할 수 있다. 자신의 연악함이나 치부까지 글로 쓸 수 있다면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약점까지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진정한 남자일 테니까. ‘너 또 흉보지...’이럴 땐 정말 귀엽다. 언제 명령어로‘나, 보고 싶지 않니? 너 꼭 나와. 내가 널 보구 싶으니까.’라고 당돌하게 말해 준 사람이 떠오른다. 얼마나 깜찍한가?‘고롬’문법에 맞지 않은 이런 말도 가끔 쓰면 사나이에게 곰살가움을 팍팍 심어 준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이 아가씬 연애 도사? 으흠.
1999년 4월 16일(금)
작은일기 D-258
‘니가 오는 날이다. 이 날은 하루 종일 시계만 바라보고 있다. 널 빨리 보고 싶은데 마중을 가지 않았어. 그래서 후회하기도 했어. 하지만... 이 날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 같다.’
토요일은 님이 오는 날, 니가 오는 날... 진종일 시계만 쳐다보고 기다렸지만 마중을 가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번엔 여자 쪽에서도 한번 튕겨 볼 때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평소와 다르게 대해 주는 것도 좋다. 마른 소나무 가지에 불 옮겨 붙듯 너무 가까이 있거나, 쉽게 만나 주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둘이 관람을 할 때에는 바짝 붙어만 다니지 말고 상대방의 눈에 띄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다니는 버릇을 하라는 코치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 날 만나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은 않았지만, 행간을 읽을 수 있다면, 그들의 인생을 바꿀만한 큰 사건이 있었을 수 있다. 서로 그리웠고 갈급했기에... 여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할 만한 일을 달리 상상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글로 나타내기 어려운 내용을 담백하게 잘 표현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1999년 4월 17일(토)
작은일기 D-257
‘같이 하루를 보냈다. 그냥 너의 마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아마 나 혼자 있었으면 기분이 이상했을 거야. 그런데 너가 함께 해 주어서 마음이 안정된다. 또 널 더욱 믿게 되고...’
예상한 대로다. 같이 하루를 보냈다는 완곡한 표현을 하여 두 사람이 하룻동안 지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너에게 고마울 따름이란 표현이나, 혼자 있었으면 기분이 이상했다거나, 함께 해 주어서 안정된다고 한 점이나, 더욱이 날 더욱 믿게 되었단 말에서, 주인공의 행복감은 극치에 달했음을 알게 된다. 이 글은 어떤 소설가의 현란한 표현보다 탁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것은 자신만의 일기요,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준 사랑에 대한 진솔한 답장이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18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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