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내가 속된 존재인가 하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신앙 간증을 듣다 보니 예수를 믿은 후에 세상적인 것은 다 버렸다고 한다. 술과 담배, 그리고 놀음을 버렸는가 하면, 청소년기에 즐겨 읽었던 연애소설도 다 버렸고, 거기에 더하여 가요는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다른 것은 몰라도 가요는 버리지 못했으니 속된 사람이 아닌가. 원래 음치라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유다. 그런데 그 간증에 따르면 듣는 것이나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의 MP3 플레이어에서는 아직도 가요가 흐르고 있다.

▲ 솔잎 새 순

오늘도 산을 오르며 이어폰을 끼고 가요를 들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란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얼마나 아름다운 시냐. 분명히 가요다. 그러나 속물이 쓴 시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소위 세상적인 것은 무엇이고, 신앙적인 것은 무엇인가.

실은 신앙인들이 가끔은 갈팡질팡한다. 그것은 세상적인 것과 신앙적인 것의 경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가 아무리 숭고한 사람이라 해도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 땅에 발을 딛고 산다는 것은 먹어야 하고, 잠자야 하고, 배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앙인이 세상적인 것을 버린다면 이 모두를 버려야 한다. 그러면 결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신앙인의 고민이 있다. ‘세상적인 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죄악이 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죄악이 아니면 세상적인 것을 누림이 잘못이 아니다.

임어당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들>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말하자면 인간은 하늘과 땅,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숭고한 사상과 비천한 번뇌 사이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지식에도 갈증을 느끼지만 물에도 갈증을 느낀다. 훌륭한 사상도 좋지만 한 접시의 맛있는 돼지고기도 좋다. 여색을 경계하는 글도 가치 있지만 미인도 버리기 아깝다.”

임어당은 이를 중용이라 하여 중국인의 높은 기치쯤으로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인만의 것은 아니다. 신앙인도 세상에 발을 두고 사는 한 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세상의 것을 버릴 게 아니고 죄악된 것을 버려야 한다. 신앙인은 땅에 살면서 하늘의 소망을 품은 자이다. 세상에 사는 자란 생각을 잊으면 하늘은 망상일 뿐이다.

김학현/ 안디옥교회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