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제의 글이든지 정당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학의 모든 주장들은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다른 주제와 달리 신학적 주제의 글은 그 근거를 성경에서 찾게 됩니다. 다른 책을 통해 근거를 제시할 수가 없고 성경을 통해서 근거를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순환논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불경을 통하여 제시하는 것을 순환논리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신학에서는 성경의 기록과 관련하여 영감되었다고 말합니다. 바울 사도는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다고 말씀하였습니다(딤후 3:16). 여기에서 모든 성경은 구약만을 뜻하지 않고 신약도 포함됩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의 사역을 모세와 비교하면서 영의 직분으로서 더욱 영광스럽다고 말씀하였습니다(고후 3:7-11). 그리고 자신의 글이 주님의 명령이라고 담대하게 선언하였습니다(고전 14:37). 그렇다면 영감되었다고 이야기된 모든 성경에는 구약만이 아니라 신약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성경의 영감론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는데, 유의할 내용은 두가지로서 유기적 영감론과 축자 영감론입니다.

유기적 영감론은 영감의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기록자의 경험과 이해 표현 방식의 특징 등이 모두 담겨서 글을 기록하는데, 하나님께서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역사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되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록자에 따라 다양성이 있으며 한 기록자라고 하더라도 문맥 등에 따라 다양함이 있습니다.

축자 영감론은 영감의 범위에 대한 것입니다. 원문에 있어서 모든 글이 유기적 영감을 통하여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원문에 있어서. 오늘날의 성경은 원문을 필사한 여러 단편들이 모여서 형성되었는데, 필사의 과정에서 오류가 있으며 필사자의 생각이 추가된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원문과 거의 일치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사본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밝히는 것과 영감론은 직결되어 있는 사안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밝힌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 추구이거나 지식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 가르침 자체에 현재적인 적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으로서의 구원, 삼위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으로서의 영생, 몸의 부활 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영생은 이 땅에서 시작되고 영원한 하늘나라에서 지속되는 것이며 몸의 부활은 영원한 하늘나라에서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감을 부인하고 이러한 내용들을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영감을 부인하고서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자신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바는 그 출처가 사람들의 신앙고백일 뿐입니다. 그들은 그 신앙고백에서 많은 부분들을 그 자체는 진리가 아니라고 거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구원, 영생, 몸의 부활은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 어떤 부분은 진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어떤 부분은 진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진리라고 말하는 바에 대하여서 진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신들이 받아들이는 바조차 진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논리를 따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절대 진리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개인의 수용 여부가 자신에게만 절대 진리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존재 자체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 또한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스스로가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에 말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이는 옳지 않습니다. 비록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존재는 사실입니다. 개인의 수용 여부에 상관없이 진리입니다. 현재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진리를 말하여야 합니다. 개인적인 수용 여부가 절대 진리를 결정한다면 말할 수 없지만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진리이기에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회 역사에서 교부들을 포함한 많은 신학자들이 성경의 영감을 신학의 문으로 삼은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영감이라는 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진리라고 믿는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밝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변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진리로서 이야기될 수는 없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진리라고 말하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서 사실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사변의 한 유형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