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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별기획]추석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들어머니의 가슴에 새겨진 분단의 상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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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2일 (월) 00:00:00 [조회수 : 2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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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어머니의 가슴에 새겨진 분단의 상처
오늘 나는 어머니와 모처럼 통화를 했다. 추석 때 내가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여건도 좋지 않고 여유도 없어서 갈 수 없다고 했더니 참았다가 설에나 오라는 말씀이셨다.
내 어머니는 실향민이다. 실상은 이북 분인데 6.25전에 현재 휴전선 남쪽에 내려왔다가 전쟁 중에 전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남게 되었다. 어머니의 남편은 당시 면당 위원회 서기를 맡아 북측을 택했고 자식들과 어머니를 남겨 둔 채 월북했다. 당시에도 이념이 가족보다 중했을 수도 있고 그 헤어짐이 영영 이별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3남매를 데리고 30대 중반에 재가를 했고 내 아버지를 만났던 것이다.
내 아버지는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대진에서 가까운 곳) 사람이다. 당시에는 그 곳도 38선 이북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북에서 한 여인과 혼인을 해서 아들이 있었다. 6.25전쟁 때 인민군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가 포로가 되었다. 이승만 정권이 반공포로(전향서를 쓴 사람)를 석방할 때 자유를 택했다. 이렇게 두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만났고 우리 가계가 형성되었다. 일제 때 내 아버지는 1940년대 3년(1943~1945년 해방 때까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을 당했던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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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통선 이북에서 바라본 북녁
땅, 어머니의 고향은 거기서도 몇 발치 안되는 장전이다. 얼마나 가고 싶으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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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버지는 분단이 가져다 준 운명적 만남이었고 각각의 잃어버린 사람들을 북에 둔채 남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늘 서로에게 아쉬울 수 있는 아픔을 간직한 채 두 분은 30년 가까이 사셨고 아버지는 1996년 5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시기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송암에서 멀지 않은 삼포에서 살고 있었고 나는 태국에 가기 전에도 몇 번 갔었다. 거기엔 큰 감나무도 있었고 제법 고즈녁한 농촌이었다. 1996년 고성 산불 때도 그 집은 불에 타지 않았고 두 분의 마무리 인생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집이었다.
속초 이북 사람들은 대개 고향이 이북이거나 친척들이 이북에 많이 있었다. 1948년 남한에 정부가 성립되기 전에 고성사람들은 남북을 자유롭게 다녔다고 본다. 물론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이 곳에 많고 그래서 한도 많고 설움도 많은 곳이 고성지역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고향은 장전항, 몇 년 전에도 모시고 갔었던 통일전망대에서 저기가 내 고향이다고 눈시울을 적시는 어머니, 하지만 지금은 아마도 한이 서려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 남편이 자신을 버렸고 그 일로 인해 어머니는 남한 정부로부터 빨갱이의 가족(연좌제)으로 몰려 고문도 받았는데 난 나중에야 그 사실을 고향교회 목사님에게서 들었을 정도다.
아버지는 수복(1.4후퇴 때 잃었지만 휴전협정 앞두고 치열하게 전투해 되찾은 지역)된 마차진에 가까운 선산(先山)에 묻혔다. 어머니는 같이 묻히기를 원하지 않을 정도로 내 아버지에게서 곤고를 많이 겪었지만 지난 번 자전거 여행 땐 그래도 싸우면서 같이 살 때가 좋았다고 한다.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그렇게 괴롭혔던 사람을 그리워할까?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지만 그 기억마저 잊게 하지는 못한다. 실향민들에게 추석이나 설은 더욱 서러움으로 다가오는데 그래도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실현되고 10 차례 가까운 이산가족 상봉으로 뜻을 이룬 분들도 많아 다행이라 여긴다.
문제는 아직도 내 어머니는 마음놓고 고향을 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제 근력이 없어서 이고 또 누가 그 비용을 대 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단지 월마다 노인에게 지급되는 수당으로 겨우 연명하시지만 그것도 부족한 형편이다. 나는 바란다. 만약 이 정부가 통일을 바란다면 이제는 과감히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국을 포함한 외국 군대를 한국군의 통제 아래 두고 북한과 대등한 관계로 남북 자유통행을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어머니도 나도 자유롭게 어머니의 나신 곳을 밣을 수 있으련만...............................................................
이 추석에 어찌 내 어머니뿐이랴!!! 수 많은 북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 망향의 언덕에서 북에 계신 부모와 형제를 그리며 제사를 드린다. 종교를 떠나서 그들의 한과 무너진 마음들이 치유되고 회복되기 위해선 우리가 우리의 사랑을 고향을 잃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따뜻한 마음과 동포애를 가질 때 치유되고 하나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에 사는 한인들이 이젠 하나가 되고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남북을 넘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이 땅위에서 화해와 통일의 만판이 펼쳐지길 기원해 본다.
(3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추석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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