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생활 |
|
[추석특별기획] 마음의 고향을 잃은 현대인들첫번째 나의 고향교회 이야기 |
|
|
|
입력 : 2005년 09월 12일 (월) 00:00:00 [조회수 : 3061] |
|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올해는 추석(秋夕)이 이른 것 같다. 벌써 마음은 고향에 있지만 왠지 현대인들은 그들만의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사람들 같다.
추석을 맞아 고향이야기를 꾸며 가려고 한다. 나의 고향이야기에서 추석이 되어도 갈 수없는 고향을 둔 사람들(실향민)의 이야기, 그리고 기쁜 명절 날도 소외된 채 버려진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기획으로 담고자 한다.
첫번째 이야기 나의 고향교회
내 고향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59번지다. 내가 태어난 곳은 송암(松岩)이란 곳인데 아버지께서 이주해서 살던 문암(만개라고 불림)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문암에는 교회가 없었지만 송암에는 오래된 교회가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여름성경학교에 송암 방앗간 집에 있던 장로교회에 처음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교회는 얼마 후 없어졌고 문암 버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교회가 있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 때문에 가까운 아야진 장로교회에 나갔는데 그 때부터 교회를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유는 별다른 취미나 놀이가 없던 시절, 교회는 우리에게 다른 세계를 소개해 주고 있었고 난 청소년기에 교회에 가게된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교회는 학생, 청년들이 모여 남여 구분없이 얘기하고 교제하던 것을 못 마땅히 여긴 완고한 노인들에 의해 ‘연애당’이라고 폄하되기도 했지만 나에게 교회는 의지와 위안이 되었다. 내 고향교회는 내가 다닐 땐 작은 예배당이었고 종탑도 있었고 사택도 허름했었다. 나는 중3때부터 시작해서 고3때 까지 몇몇 목회자들과 만났으며 그 가운데 나의 운명을 바꾼 목회자도 있었다. 정건수 전도사님(협목,은퇴)께서 떠나시고 조남일 전도사님이 오셨다. 그 때 교회 주보는 가리방으로 긁어서 만들었는데 조전도사님은 그 방면에서 우리를 감동시켰고 난 나중에 학교 친구인 남대기와 함께 교회 주보 만드는 일도 전담했다. 내가 평창 대미교회에서 처음엔 가리방으로 주보를 긁었는데 지금도 그 교회들에 가면 그 주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겐 그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아쉽지만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나의 고향교회는 6.25 직전에 세워졌는데 공산 치하에서도 환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중년의 교회다. 내 기억으론 교회 부지를 어떤 신실한 권사님께서 기부하셨고 교인들의 힘으로 교회당을 건축한 것으로 안다. 내가 신학교에 갈 무렵에 새로운 교회당을 짓기 시작했고 지금의 교회당은 1984~5년에 완성된 예배당이다. 그 때 나는 거지헌금(100원씩 모으기)을 했지만 고향교회에 전달하지 못했고 단지 몇 번의 십일조만 보내드렸을 뿐이다. 당시 속초지방에 속했던 우리 교회는 송암,문암,야촌등 지역에서 교인들이 찾아왔고 지금(2001년 방문결과)은 내 고향이었던 문암에도 교회가 둘이나 생길 정도로 부흥했다.
내 고향은 전통적으로 어촌과 농촌을 겸한 지역이었는데 半農半漁(반농반어) 대개는 농업과 어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 집은 배가 없어서 농사만 지었는데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적 그물을 손질하고 죽은 고기라도 얻어 와서 우리가 먹곤했다. 아버지는 농부였고 우리집은 내가 어렸을 때 서울에서 가정부 생활하던 누님 외엔 아무도 교회에 가지는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몰라도 우리집에서 가장 먼저 신앙생활을 한 건 둘째 누이였다.(큰 누이는 내가 초등5학년 때 돌아가셨다) 어려운 살림을 돕기 위해 일찍 상경한 누나는 서울에서 가정부(당시는 식모)로 일하면서 꼬박꼬박 모은 월급을 집에 보내주곤 했는데 그 돈으로 작은 누이가 중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에서 설거지를 하며 하늘을 보고 울면서 마음으로 기도했다. “만일 하나님이 계시다면 나를 이 가난에서 건져주세요 그리고 나를 구원해 주세요”라고. 그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었는지 나는 지금도 스스로 가난하다고 여겨본 적이 없고 양식이 없어서 어려울 때도 늘 나의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다. 문암이 지금은 백도해수욕장으로 불리며 여름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나에겐 바다를 보며 꿈을 꾸고 들과 산으로 다니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내가 6년간 태국에서 임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고향 땅의 흙에 입맞춤하는 일이었다.
큰 형님은 28세에 결혼하기 전까지 송암교회에 다녔다. 당시 담임자였던 정건수 전도사님이 혼례식 때 주일성수도 안하고 십일조도 안한다고 공개적으로 혼을 내어서 실족한 이후 60이 다 되어도 교회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믿지 않는 형수를 얻은 것도 문제지만 믿음의 뿌리가 얕아서 넘어진 것이다. 작은 형도 집사까지 임명되었지만 육신의 정욕 때문에 교회를 떠났고 지금 우리집엔 어머니와 나만 믿음을 지키고 있다. 매년 추석이 되면 내가 장남이 아니기에 우리는 제사를 지낸다.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형님의 뜻을 따른다. 나는 그런 집에 가기가 편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목사로서 그들을 인도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며 늘 기도한다.
이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만 계시니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계셨을 때의 든든함이 사라진 이후 난 더욱 고향을 찾기가 두렵다. 지금 아버지는 우리 선산인 수라리(거진을 지나 초도근처)에 묻혀 계시지만 2001년 한 번 찾았을 뿐 그 이후 아직도 성묘한 번 가지 못했다. 그 때 난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열심히 살겠노라고 약속했지만 번번이 게으르고 나태해서 가정도 올바로 돌보지 못하는 가장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잃어가고 있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교회, 난 어느 날 어떤 창녀가 교회당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어렸을 적 연극에서 마리아역할을 하던 교회로 가고 싶은 간절한 영적 목마름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다 나그네요 행인인데 우리에게 진정한 고향은 어디에 있는가?
나의 죄 때문에 괴로워 하시는 예수님께로 간다면 이번 고향 찾기는 단순한 육체의 뿌리가 아닌 우리의 영원한 고향인 하나님의 나라로 향하는 민족대이동이 되고 영적인 뿌리인 믿음을 찾는 순례의 행진이 되길 기도해 본다.
/(2탄 추석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들-어머니를 통해 본 분단의 아픔)이 이어집니다.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58 |
 |
|
|
|
|
|
|
|
| 어렸을 땐 흰섬이라고 불렀다. 이 섬까지 헤엄쳐서 가겠다고 했지만 작은 돛단배로 친구들과 가까이 간 적이 있다. |
|
|
|
|
|
| 내 고향 바닷가,지금은 축항도 만들고 달라졌지만 어렸을 땐 거기서 자유롭게 멱도 감고 낚시질도 하고 죽마고우들과 놀던 곳이다. |
|
|
|
|
|
| 고성군의 군화이기도 한 해당화,어렸을 땐 이 열매를 율구라고 하면서 먹기도 했는데 이 꽃과 열매를 보면 어렸을 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
|
|
|
|
|
| 고향교회를 떠난 지 너무 오래다. 선배인 장석근목사님이 시무하는 오봉교회인데 지금은 거의 유일하게 아는 선배로 남아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