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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나는 향방 없이 떠돌며 살지는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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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12일 (월) 00:00:00 [조회수 : 2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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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하면 '하숙생'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가수 최희준이 히트시킨 그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라기 보다는 다분히 철학적이라 가곡처럼 여겨진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가는가? .......
흰~ 구름... 흘러 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나그네와 흰구름이 자꾸 연상되는 것은 요즘 태풍 후 구름을 많이 보는 탓일 게다.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 계절인지라 마음이 요즘 싱숭생숭해진다.
단풍은 아직 안 들었어도 아침 저녁 싸늘한 전형적인 가을이다.
지난 9월 7일이 처서라 하는데 의식 없이 지나가 버렸다.
일년 사철 중에 인생이 나그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철은
이맘 때 가을이 아닐까 싶다.
낙엽이 지는 것을 보면서 덩달아 처량해진다.
오곡 백과를 보면서도 자신이 맺은 보잘것 없는 열매를 깨닫는다.
보름달을 보아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환한 얼굴이 둥실 떠올라 그립고
풀벌레 소리마저 오장육부 애간장을 다 녹이곤 한다.
가을만 지나면 황량한 겨울이 이윽고 돌아올 것이니 절망감을 더 깊게 해 준다.
게다가 추분 이후 밤은 더 길어지고 잠은 멀리 사라질 때이다.
천고마비 계절이랍시고 책은 읽어도, 고독의 갈증을 풀어 줄 감로수는 아니다.
이런 가을에는 앞으로 인생의 남은 연수를 생각해 보게 된다.
모우지즈(모세)는 시편 90편에서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서 보통 수명이 70세이고
강건하면 80세라고 정의했다.
영어로 20을 score(스코어)라 하므로, 80년은 four scores가 된다.
따라서 인생을 20년씩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 계산법을 따르면 가을에 해당하는 시기는 40세부터 60세까지이다.
내 인생의 가을도 아직 8년은 남은 셈이다.
요사이는 약이 좋아져서 남자의 평균 수명도 80세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나그네로 왔다가 돌아간다.
아무리 약과 의술이 뛰어나고 머잖아 복제 인간도 만들 것 같지만
하나님이 정해 주신 사람의 수명은 한계가 있다.
최근 세계 최고령의 중국 할머니가 116세라는 기록을 읽었다.
120년을 최고치로 잡고, 사람이 그만큼 오래 산다고 쳐도
과연 행복할 것인가?
50세 초반인 우리가 사고 없이 산다면
약 20~30년은 더 살 수 있을 게다.
동창회 때 우리 기금을 가장 오래 산 친구가 거머 쥘 수 있다고 하자
어느 친구가 그것은 자기 거라고 장담해서 웃겼다.
누가 오래 사는지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하지만
가장 오래 산다 해도 주변에 친구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그 돈을 또 얼마나 써 보거나 누릴 수 있을까?
뭘 사 먹는다 해도 씹을 이는 있고, 맛은 느낄 수 있을까?
속된 말로 나이 팔십이면 죽은 자나 진배 없다는데.
재산이 많은 자나 아무것도 없는 자나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동창회가 끝나기 전에 나는 먼저 나갔지만, 뒷이야기는 좀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주책맞은 남자 친구가 술김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요즘 뜨는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의 말처럼 저주 받아 삐쩍 꼻은
미모의 어느 여자 친구더러 "넌 왜 그렇게 쪼그라 들었니?" 라고 물었다는 것.
60세만 되도 잘 생긴 사람이나 못 생긴 사람이 일반이다.
그러니 늙음에 분노하지 말지어다.
세상에 있는 것은 변하고, 다 덧 없을 뿐이다.
가진 돈도 배운 것도 자랑하지 말지어다.
지식도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별 차이 없으니,
공부에 투자한 돈이나 세월도 다 무상하고 허무하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조건 서글픈 일 아닐까?
나이
들수록 인생이 나그네임을 속속 절감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 학비를 대려고 2년 전부터 무주택자가 되었다.
가을에는 주인이 들어와 산다고 집을 비워 주란다.
나이 들어 살 집이 없어 이사하는 것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이젠 어디로 가서 이삿짐을 부려야 하나?
10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담합하여
집값을 2억으로 올렸다는 인터넷 뉴스를 접하니 착잡하다.
하지만 이병철도 정주영도 죽을 때는
살아선 제 맘 대로 쓰던 재산을 그대로 놓고 가 버렸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성경도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는 것을 자족하며 살아야 할 이유로
하늘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음을 가르친다.
좀과 녹이 슬지 못하고 도둑도 구멍을 뚫을 수 없는,
하늘의 금고에 재산을 쌓아 올리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알아도 실천은 어렵다.
나도 하늘보다 불 타 버릴 땅에 더 투자하지 않았는가?
가지고는 있어도 조금도 못 누리는 게 있다.
결국에는 버려야 할 허접스런 것들을 훔켜잡고 아등바등 사는 꼴이 우습다.
나그네, stranger(스트레인저)! 나는 향방 없이 떠돌지 않고
갈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Pilgrim(필그림), alien(에일련)! 이 땅에 쌓아 둔 것조차 누리지 못하면서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눈독 들이고 사는 이 모순...
헛된 것을 바라고 그림자처럼 분주하게 사나니....
이 가을에 나그네 발걸음이 더 무겁다.
2005-09-10
이일배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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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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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
요즘은 일빼, 방빼가 제일 두렵지요.
아이들이 착해서 감사합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잘해 줄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마워만 해 주면 족하겠지요. 앞으론 임대아파트에서 살아 볼 생각입니다. 그게 나그네 인생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요.
내게는부하고 남에게 인색한 게 부끄럽습니다. 다 놓고 갈 것인데... 너무 못 놓고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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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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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내십시요. |
| 무주택자, 주택자의 차이가 바로 그겁니다. 집 주인의 방 빼란 말 한마디로 한 10년도 훨씬 전에 그걸로 유명해진 개그맨들이 있었습니다. 일자 눈썹 붙이고 나와 '방 빼, 못 빼'로 집없는 시민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었지요. 아이들의 학비가 방 값이었으니 아이들이 아빠의 방을 마련해줄것입니다. 힘 내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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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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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합교회가 어데 있나요? |
재밌는 발상이십니다. 과부집 세들어 살기요... 나중에 홀로 되면 생가가해 볼게요. ㅎㅎ .. 가끔이라도 님의 글이 반갑습니다. 저역시 자주 못 들러 죄송한데요.. 라합교회가 궁굼하긴 합니다만.. 밝은 불이 켜진 데는 한번도 얼씬거린 적이 없어서 실은 많이 두렵거든요. 기회가 닿으면 소설에 나오시는 분들도 볼겸 들러 보고는 싶네요.
말로만 듣던 극한의 고장 사할린 외지에서 건강하시고 추석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그리고 얼굴도 뵈면 더 반가울 것 같아요.
고국에 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016-781-1611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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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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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수요에배 |
정말 가을바람이 부네요. 이선생님이 하숙생을 흥얼거리니 한번 라합교회의 열린수요에배에 참석을 하십시요.
저의 노트북은 페컴이 되엇고 안수집사 사무실 컴은 상받침이 안 되는 러한 혼합컴이라 미치겟군요.
집주인이 "방 배!"라 하면 "못 배!"하면 안 되고 주인이 과부인 아파트를 구해 보세요. 물론 기도를 해야 합니다.
종종 댓글을 달지 못해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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