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 한 노인이 길가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그 앞을 지나던 나그네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랫마을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나요?”
노인이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떠나온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나?”
“화를 잘 내고, 정직하지 못하고, 형편없는 삶의 낙오자들이요.” 나그네가 대답했다.
“여기서도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오.” 노인이 말했다.

매화가 아름다운 봄이다

노인은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당신이 떠나온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소?”
“친절하고, 정직하며, 예의 바르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요.”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이 마을에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오.”

요새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내남직 어떤 사건이 일어나느냐, 어떤 환경이 내 주변에 놓였느냐, 얼마나 가졌느냐,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느냐에 따라 나의 불행과 행복이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이처럼 큰 오해도 없지 않나 싶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이 나의 행불행을 결코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자신의 행불행을 결정짓는 것은 오직 본인이다. 주변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일정한 공식이 성립해야 한다. 주변 환경이 쾌적하면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많이 가져 풍부하면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일이 잘 풀리면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그 반대면 무조건 불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나 아닌 다른 것은 결코 나의 행불행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게 맞는 것이다. 내가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보다 그 사물이 더 의미 있지는 않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그 사람 자체가 더 의미 있지 못하다. 짐승도 사람으로 보면 사람이다. 사람도 짐승으로 보면 짐승이다.

신이 존재하든 아니든 신이 없다고 믿는 이에게는 신은 없다. 신의 존재조차도 신보다 신을 대하는 그 사람의 마음의 태도에 따라 표현되는데(표현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그 게 의미의 전부다), 다른 것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이 찬송 가사는 진리다. 믿음의 사람에게는 주변이 어떻든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어떤가? 신앙인의 모습인가? 아니면 속물적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