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발길, 마음 향하는 곳마다 생명의 기운이 퍼질 수 있도록>

<매화꽃 향기속에 낙동강이 살아나기 기원하며>

어제 하루  낙동강이 힘들어하는 지점을 지났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지점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화원나루터 자리에서 출발하여 위천공단 예정지였던 곳을 지나 약산온천 입구까지 순례가 이어졌습니다.

사무진교 인근에 위치한 화원나루터 자리 하류 1km 지점에서 골재채취로 바쁜 덤프트럭을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낙동강이 오염되어 검은 물빛을 바라보았지만 곳곳마다 매화꽃 향기로 지워지고 있다. 물길의 속도에 따라 걸으면서 순례단의 발길은 무거웠지만 작은 풀꽃에 위안을 얻고 있다”는 홍현두 교무님의 아침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에는 원불교의 김현길 교무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김현길 교무님은 새만금 보전운동이 한창이던 2003년 새만금 삼보일배 여정 중간에 아프리카로 소임을 받아 떠났다가 10일전에 귀국하셔서 이번 순례길에 동참하게 되셨다 합니다. 김현길 교무님은 휴식 시간에 발걸음을 멈추시고, “오랜만에 본 국토모습이 손을 대도 너무 손을 댄 것 같다. 자연적인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어색하다”며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라>

오늘 순례길 역시 대구를 전후로 한 낙동강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달성군에서 운영하는 군 직영 골재채취장을 처음부터 만나면서, 곳곳마다 골재채취로 파헤쳐진 모습이 순례길을 맞이하였고, 주변 공단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가 순례단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군 직영 골재채취장은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공동체의 생명수를 위협하는 주요한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사실 순례길에 동참하는 지역 분들조차 지역의 강을 처음 자세히 접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강에 대해 무관심하였습니다. 여름철 한나절동안 찾아오는 강변 유원지만이 강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하였고, 매년 여름철 홍수 시기마다 터져나가는 강변 제방을 보면서 강에 더 높은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생명의 강을 생명의 강답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인간의 오만과 욕심이 강의 생기를 빼앗고, 강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를 훼손하는 상황에 애써 눈감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소비하고 버리는 우리의 시커먼 분신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 강을 훼손하고 곳곳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는 줄도 몰랐습니다.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만드는 첫 걸음은 바로 낙동강에 대한 우리의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운하 추진론자들은 운하가 만들어지면 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생태계에 대한 무지이며 인간의 독선이자 오만에 다름이 아닙니다. 생명의 강을 청계천과 같은 조형물로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이 생명의 강을 만드는 정상적인 정책이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모래를 모두 팔아 치워버린 낙동강의 강변은 운하를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는 소위 ‘친환경적 하천’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운하에 정치적 생명을 건 듯이 운하를 찬양하는 환경부 장관도 이곳에 와서 낙동강의 실태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우리 사회가 환경부 장관이라는 분이 운하를 소신처럼 이야기하는 세상에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운하라는 이름이 만드는 허상들>

낙동강을 따라 농경지에서 참 많은 비닐하우스를 봅니다. 그리고 이곳의 농민들은 한결같이 운하로 인한 물 걱정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는 땅값 걱정을 합니다. 비닐하우스 재배에 필요한 물은 대부분 낙동강 하천수를 이용한다 합니다. 이 지역 역시 운하 계획에 의해 땅값이 천청부지로 뛰는 지역이라 합니다. 운하 뿐 만이 아니라 지역의 개발 계획에 의해 옥포면 인근 지역은 땅값이 최소 30만원, 최대 200만원까지 오른 지역도 있다 합니다. 물론 땅을 가진 분들은 지역민이 아니라 외지인인 경우가 태반이라 합니다. 운하가 지역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라 하지만, 실상 운하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이 아니라 투기꾼뿐입니다.
 

골재채취 현장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아마도 금빛 모래사장을 자랑하던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에 멈추어 선 골채채취 선박과 포크레인 등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흘러 이곳 강변에 쌓였을 금빛 모래는 지자체의 세수입을 위해 모두 팔려나가고, 지금은 자갈만 남은 황량한 공간으로 변하였더군요. 생명의 강이 생명의 온기를 잃어버리고, 포크레인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훼손된 곳이지만, 다시금 생명의 기운이 살아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김현길 교무님의 “저희들의 발길이 마음으로 출발하여 강둑길 따라 걷습니다. 손길 향하는 곳마다, 발길 향하는 곳마다, 마음 향하는 곳마다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하는 마음의 길이 될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라는 기도로 오후 일정을 출발하였습니다.
 

<물을 둘러싼 분쟁의 역사. 위천공단>

하루종일 가는 곳마다 골재채취 현장을 보던 순례단 앞에 허허벌판이 나타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물을 둘러싼 지역 간 분쟁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위천공단의 약사를 들었습니다.

사실 상수원을 둘러싼 분쟁은 한강에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직접 규제대상이 된 상류지역과 물을 공급받는 하류 수혜지역 간 주민갈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낙동강에서는 위천공단 등 지역개발을 원하는 상류 대구지역과 상류로부터 내려오는 공단폐수로 인해 오염된 물을 공급받는 부산․경남지역간의 대립양상이 벌어졌습니다. 위천공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위천공단은 정확히는 위천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지칭하는 말로, 대구시가 달성군 논공면 위천리 등 낙동강주변 5개 마을 일대 3백4만평(산업시설용지 1백81만평)을 대상지로 하며 공단 조성기간은 1996년 - 2000년까지 5년간으로 계획으로 조성이 추진되었던 사업으로, 낙동강이 유일한 상수원인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낙동강 수질오염이 증가된다며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역 간 분쟁이 발생하였던 사안입니다.

당시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상수원 보호와 위천공단 조서 계획 백지화를 주장하며 수많은 결의대회를 개최하였고, 공단 조성에 따라 낙동강 수질 악화의 위험성과 먹는 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위험성을 대구시 등에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공단 지정 결정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면서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IMF 경제 사태 등으로 공단 지정 논란이 사라지기는 하였지만, 이 사안은 낙동강이라는 동일한 상수원을 이용한 지역간 물 문제를 둘러 싼 치열한 분쟁을 상징하는 사안입니다.

이제 여기에 운하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공단이야 한 지점에 위치하여 정부당국의 엄정한 규제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할 수 있다지만, 화물선은 이동하는 오염물질 배출원입니다. 또한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천공단 조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대구시와 취수원 상류지역에 공단 조성에 따른 추가적인 수질 오염을 염려하는 부산시의 분쟁은 IMF 당시의 경제위기 이후 수그러든 상황입니다. 대신 이 지역은 운하 터미널을 조성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합니다. 세월이 변하고 사회도 변하였는데,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개발계획은 계속해서 들리고 있습니다.

순례단은 위천공단 예정지였던 이곳의 낙동교와 고령교 성산대교가 몰려있는 지역을 지나 성산면의 단구절벽과 골재채취장을 지나 약산온천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순례길이 국토의 생명 부활로 새로워지며 하늘이 감동하고 땅이 감동하고 모든 생명이 새롭고 아름답게 꽃피기를 기도한다”는 고경수 목사님의 기도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강이 강답게 흐른다는 것. 그것은 강물이 끊임없이 아래로 흐르며, 만물의 생명의 터전을 일구는 강을 강답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에 의해 멈추어지고 파헤쳐지고,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붙어있고, 강을 관리한다는 미명아래 직선으로 인공화 시켜 제방을 쌓는 것이 아니라, 천변 습지가 살아있고 수많은 생명체와 인간이 공생하고 인간 사회와 공명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순례는 계속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루 순례길 중간 중간마다 여러 분들과 논의를 합니다. 왜 운하와 같은 엉터리 정책이 우리 사회에서 지지를 받고 있고, 이 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자연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여러 의견들을 나눕니다.

최근 운하에 대한 사회적 반대 여론이 여러 경로로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다 합니다. 이는 비단 사회적인 차원만이 아니고, 종교계에 역시 동일한 상황입니다. 오늘 하루 순례길에 참여하신 운문사 승가대학 강사 진광 스님은 “현재 전국비구니회에서도 운하를 반대하고 있고  저역시 반대하고 있어요. 왜 고속도로를 놔두고 운하를 건설하는지, 이 아름다운 산천을 망가뜨리려는지 모르겠다”며, 종교적 차원에서도 “화엄사상의 원융무애 사상도 그러하고, 또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인연에 따라 연기 한다”며 세상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상생의 관점에서 설명하셨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박하고 절제된 삶, 그리고 인간의 욕심을 줄이는데 행복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대구지역에 활동하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님은 “강은 삶의 터전이며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여유 공간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대구 지역의 상황을 말씀하셨습니다. “대구 주민의 80%가 낙동강 물을 먹고 사는데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사실 운하 정책이 사회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고, 사회적 여론조차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명박 정부만이 독선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일 것입니다. 안재홍 님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기술 발전이 환경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과 관련하여 “더 이상 과학기술로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구 시민의 입장으로 반대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정책적 대안을 말씀하시길 “이 지역은 개발에 목말라 있다. 운하를 경제개발의 고리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운하가 아닌 다른 경제개발 방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 생각을 피력하셨습니다. 지역의 대안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톨릭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교육부장님은 “천주교는 생명의 가치를 핵심으로 본다. 때문에 창조보전질서를 위배하는 것이 가장 큰 운하의 반대 이유”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이밖에 운하 추진 정책 자체가 “너무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적 여론이 전혀 수렴되어 있지 않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시대 흐름에 맞게 경제적, 생태적 가치 이전의 정치적 가치로 보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운하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위해 "환경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 위에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여론, 의식을 바꾸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전진택 목사 / 오규섭 목사 / 김규봉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도법 스님 / 연관 스님 / 수경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 동참자로는 대구 목정평에서 고경수 목사님 외 1명이 참여하였고, 서울에서 오신 천수자 님, 운문사 승가대학의 진광 스님, 혜윤 스님, 정안 스님, 현중 스님, 의와 청지기 교회의 이진형 목사님,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의 안재홍, 김태강, 박세진, 이소영, 정미나님  등이 참여하였으며, 대구여성환경연대의 김민정님, 가톨릭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 맹주형님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3월 22일(토) 일정 : 달성군 현풍면 약산온천 입구 출발 - 오산리 현풍초교 포산분교(폐교. 점심) 인근 점심 - 현풍면 도동리 법와사 인근 종료

* 3월 23일(일) 일정 : 달성군 현풍면 도동리 법와사 인근 출발 - 달성군 구지면 내리 보건진료소 인근 제방길(점심) - 창녕군 이방면 율지교 하류 아랫담 인근 마을에서 종료

* 3월 24일(월) 일정 :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아랫담 지점에서 출발 - 합천군 청덕면 적포교 인근 점심 - 창녕군 유어면 유어리 여눕나루터 인근 종료

* 3월 25일(화) 일정 : 창녕군 유어면 유어리 여눕나루터 인근 출발 - 의령군 낙서면 진등고개 인근 점심 - 창녕군 남지읍 칠현리 대현산업 인근 종료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3월 19일 앞산달빛 ‘공간’에서 숙식공간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3월 20일 저녁 식사를 대구 목회자 정의평화위원회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3월 20일 순례단 휴식 장소와 관련하여 대구종교환경회의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앞산달빛 ‘공간’의 곽상수 선생님께서 길 안내와 설명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20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