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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철새’라는 말이 또 정치판을 휘감아 돌고 있다. 아니 정치판이라는 말은 안 맞다. 대한민국이란 조그만 땅덩어리 구석구석에 또 흙탕물을 휘저으며 떠돌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다. 또 정치의 계절이 온 모양이다.
한 바탕 ‘대선’이라는 날 잘 선 칼을 들이밀고 네 편 내 편을 가르더니 이제는 그것으론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지 ‘총선’이란 막무가내 총을 뽑아들었다. 한꺼번에 두 전쟁을 치를 것처럼 떠들더니, 차마 재미 붙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이들이 승리를 거둔 후(?), 민주공화국이 만든 무기 중 가장 그럴싸한 무기인 ‘총선’이 소리 안 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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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만의 기러기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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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총선 씨’만 선방하는 게 아니고 ‘공천 씨’와 ‘철새 씨’도 아우성을 치며 이리저리 오가며 분주한 것 같다. 자꾸 철새가 이리 들고 저리 난다고 아우성치는 게 들리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철새’라는 말이 ‘철새 정치인’이라고 ‘정치인’ 앞에 붙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붙으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영 아닌 것 같다. ‘철새’란 기후 변화에 민감해서 자신에게 맞는 기후를 찾아 옮겨 다니는 새를 말한다. 그래서 기후조(氣候鳥)라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기후에 적당히 길들여져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는 새를 ‘텃새’라 한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말이 있다면 ‘텃새 정치인’이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철새 정치인’이라는 말이 쓰일 수 있다. 그러나 난 잘 몰라서 그런지 ‘텃새 정치인’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텃새 정치인’이 없어서 그렇다고? 그렇다면 더더욱 그런 말은 쓰면 안 된다.
자꾸 매스컴이나 국민들이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하면 철새가 웃는다. 아니 운다. 텃새와 마찬가지로 철새는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다. 겨울을 좋아하든지, 아니며 여름을 좋아하든지. 그 말은 더운 날씨에 살든지, 추운 날씨에 살든지 한다는 얘기다. 둘 다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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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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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위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할 때 그들에게 그런 삶의 소신이 있기에 그렇게 부르는가 말이다. 각 정당은 소위 정강정책이란 게 있다. 그 정당의 소신인 셈인데 그 소신 때문에 그 정당 소속이 된 정치인이라면 그 소신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정당에 머물러야하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흔히들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할 때 ‘무소신 정치인’이라는 뜻으로 쓰지 않는가. 그렇다면 진즉 그 말은 옳은 쓰임이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지금 당장의 이익에 따라 아무 당이라도 옮겨갈 수 있는 사람이 ‘철새’라면 철새를 욕 먹이는 일이다. 적어도 철새는 그런 무소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가을에 돌아오는 걸 본 적이 없다. 기러기가 여름밤을 수놓으며 기억기억 나는 걸 본 적이 없다. 철새는 분명한 소신과 원칙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제발, 무소신으로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부르지 말길 바란다. 철새가 다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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