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오류를 어떻게 수정할까


로마서 1:17
...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마태복음 7:21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야고보서 2:14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위의 구절들을 살펴 보면 바울의 주장에 대해 마태가 반박하고 이에 야고보가 편드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바울은 믿음에 의한 구원을 말했고 마태는 그렇지 않다고 했으며 야고보는 마태 편에 서서 믿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말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분 주님을 향한 믿음생활을 전파하는 초대교회의 사람들 부터 이렇게 서로 달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 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차이를 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 것일까?


• 바울과 마태의 갈등, 야고보의 마태 편들기

바울은 예수의 그리스되심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예수를 향한 믿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율법은 더 이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율법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제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래서 그는 율법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바울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롬10:4에서 “그리스도는...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고 천명되었다.

하지만 마태는 바울의 이와 같은 견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준다. 마태는 5장 18절에서 분명히 선언했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율법의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바울과 마태의 입장 차이가 서로 좁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서로간의 강경성 주장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의심할 수 없게도 분명히 바울은 예수의 오심으로 율법은 끝났다고 했다.(롬10:4b) 이에 반해 마태는 단정코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그 어떤 조항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했다(마5:18). 그런데 이에 더하여 마치 야고보가 마태의 주장에 가세하여 그의 편을 들기라도 하는 것같은 모양이 만들어진다. 그는 바울의 어깨를 톡톡 치다가 확 밀어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면서(약2:14) 마태의 편에 섰다.


• 바울의 [믿음] 강조

하지만 바울이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 그는 행위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 절대로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아브라함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아브라함이 의롭다고 인정받은 것이 행위로서냐 믿음으로서냐를 생각해 보도록 했다. 바울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의롭다고 여김받은 것은 결코 행위로 된 것이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그는 하나님 앞에서 자랑거리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롬4:2). 하지만 분명 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행위와는 상관없이 하나님께 의롭다고 여김받았기 때문에 성경도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므로 의롭게 여김받게 된 것을 확인시켜 준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롬4:3-창15:6).


• 마태와 야고보의 [행함] 강조

그러나 바울이 인용한 구약이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를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태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5:17에서 “예수의 말씀이 이러했다”는 것을 내세운다. 그에 의하면 율법이나 선지자는 결코 어떤 이유로든지 폐하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율법이나 선지자의 말씀이 완전해지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오신 이유 중의 하나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완전하게 하려는데 있기 때문이다(마5:17).

야고보는 마태의 이 선언에 힘을 보탠다. 바울이 아브라함을 인용했던 그대로 야고보도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믿음을 내세우는 바울에게 맞섰다. 야고보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언제였던가? 그 때가 바로 이삭을 제단에 바칠 때였다! 아브라함의 이와 같은 대담한 “행함”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결정적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다. 야고보는 이 점을 반어법을 통해 강조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의롭다고 인정받은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삭을 산채로 하나님께 바치려 했던 그의 “행동함”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것 역시 창세기에 분명하게 있는 내용이다(창22:16).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의 약속이 확증된 것이 바로 이 사건에 의해서이다(창22:18b).


• 바울의 믿음 강조 2차전

바울은 로마서가 아니라 갈라디아서에서도(학술적으로는 갈라디아서가 로마서보다 먼저 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믿음을 강조한다. 그는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다(갈2:16a, 롬1:17)’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율법의 행위로써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다(갈2:16b)”고 못박는다.

여기에 덧붙여 바울은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는 구약을 인용하여(합2:4b)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의 신실성과 영속성을 강조한다(갈3:11). 신실하신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이 구약에 있으니 그 약속의 말씀이 변치않고 그대로 신약에 이어져 가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바울은 믿음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을 밝힌다(갈3:14).


• 마태와 야고보의 바울과의 맞대결 2차전

그렇지만 마태는 여전히 한목소리를 낸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라면서 행동없는 신앙생활을 비판한다. 그런 자들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마7:21a). 그러므로 천국에 들어가는 자는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여야 한다(7:22b).

야고보는 마태의 주장이 조금 약했다는 느낌이 들었던지 매우 강한 어조로 마태의 편을 들고 나섰다. 친절하게도 마태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바울의 “믿음”강조에 제동을 걸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그에게 배부르게 하라고 하면서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유익이겠느냐며(약2:15~16)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17절)로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야고보는 믿음을 강조하는 바울을 향해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고 했다(약2:18). 그러면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헛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들도 떠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약2:19) 그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이 온전한 믿음이 되게 하려면 행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22절). 그리고 이를 더욱 힘있게 강조하기 위하여 구약의 경우를 한 번 더 예로 든다.

기생 라합이 믿는다면서 행함을 보이지 않았다면 의롭다는 인정을 받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25절). 따라서 영혼없는 몸이 죽은 것처럼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고 여김을 받는 것이지 믿음으로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분명하게 천명했다(24절).


• 기선을 제압한 마태?

그런데, 이후로 마태가 기선을 완전히 제압한 듯이 보인다. 그는 더이상 야고보가 편들어 주지 않아도 “믿음으로만”을 주장하는 바울에게 넉넉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같다. 마태는 “행함 시리즈”를 통해 “믿음으로만”이 끼어들 틈새를 근원적으로 차단했다.

예수께서는 율법과 상관없는 이방인이나, 이스라엘이면서도 율법을 떠나 그 정통성이 의심스러워진 사마리아인들을 위해서 오시지 않았다는 것을 마태가 부각시킨다. 그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열 두 제자들을 파송하실 때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고 오히려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면서 율법과 상관없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셨음을 보여준다(마10:5~6).

이 명령은 예수께서 “누구를 위하여 오셨나”에 대한 분명한 선언속에서 내려진 것임을 마태가 본문을 통해 증거한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나는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노라”고 선언하셨다(마15:24). 그러므로 마태에 따르면 아무런 행함이 없이 “믿음으로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행함으로 이뤄야 할 율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율법은 믿음이 아니라 행함을 다루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태는 자기만의 자료인 예복비유를 사용한다(마22:1~14). 여기서의 ‘예복’은 부름받은 자들, 혹은 믿음생활을 하는 자들이 갖추어야 할 일정한 “공로”를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들을 위해 혼인잔치를 베푼 임금이 네거리 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청하여 오라고 하자 명령을 받은 종들이 길에 나가 악한 자나 선한 자나 누구를 막론하고 만나는 대로 모두 데려왔다(9~10). 그런데 임금이 그 중의 한 사람을 보고 왜 예복을 입지 않고 들어왔느냐고 묻는다(11~12). 이 때 그가 아무 말도 못하자 예복을 입지 않았다는 그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너무나 참혹한 징치를 가한다(13). 예복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바로 일정한 ‘공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 마태의 어설픈 예화 공격

이 비유를 내용적으로 볼 때 대단히 어설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네거리 길에 가서 만난 악한 자나 선한 자들이 이 한 사람만 빼고 전부 예복을 입고 있었단 말인가? 10절에 의하면 집에 들어가 예복을 입고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사람이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해서 지옥의 고통을 겪는 형벌에 처한다. 이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매끄럽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왜 매끄럽지 못한 비유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태가 “부름받은 자들의 행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언제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부름받은 사람은 항상 예복에 해당하는 일정한 “행함”의 공적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마태는 이 점을 말하기 위해 이 비유를 제시했다. 그러므로 이 비유는 “행함”을 말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할 때 “예복”을 말하는 마태의 입장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마태는 이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행함”의 중요성을 더욱 더 박진감있게 드러내기 위하여 지옥갈 염소에 해당하는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를 마25:33 이하에서 규정한다. 한 마디로 지옥갈 자들은 저주를 자초한 자들로서 영원한 불에 들어갈 자들인데(41절) 그들은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며 “나는 믿는다”고 떠들기만 했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들이다(45절). 그러므로 마태에 의하면 영벌에 처해질 자들은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태가 강조하는 지옥행의 이유이다. 바로 앞의 달란트 비유에 나오는 무익한 종,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긴 자도 주인의 은혜를 받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징치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기 위한 자료의 문학화

평신도들이 위의 글을 읽으면 마치 바울과 마태와 야고보 세 사람이 토론하고 있는 것같은 그림을 그리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마태복음을 저술한 마태가 예수의 제자인지, 야고보서를 쓴 이가 예수의 동생인지를 학술적으로 밝히기 어려우며 설령 실제로 마태가 예수의 제자인 세리마태이며 야고보가 예수의 아우 야고보라고 할지라도 이 사람들이 바울과 만나서 이런 토론을 할 만한 정황이 만들어 질 수가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세사람을 한자리에 앉혀 놓고 토론시키는 것과 같은 글은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가 배경을 이렇게 상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성서편저자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에서 주어진 말씀을 선포해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강조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결과 상대하는 교인들을 향해 선포하는 메시지도 같을 수 없었다. 그들의 입장이 다르고 상대하는 교인이 다르다는 것은 곧 신학의 차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증명도 되지 않는 역사의 사실과 역사적인 사건을 마치 실제로 발생했던 일처럼 기술한 것에 대해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다 “생명을 얻되 풍성히 얻게 하려는” 신앙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신학함”의 과정에서 깊은 사색과 숙고를 통해 얼마든지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경의 오류 수정법

그렇다면, 이렇게 한 분 하나님의 말씀, 은혜의 말씀, 믿음의 주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바울과 마태, 그리고 야고보의 서로 다른 입장, 나아가 마치 바울에 대해 둘이 편들고 밀어 치는 것과 같은 모양을 보이는 이런 형세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것인가?

바로 이런 문제들이 깊은 사색과 숙고의 과정을 통해 자기 신학의 열매가 되도록 신학화(化)해야 하는 “신학함의 대상”들이며 그것을 터삼아 거기서 교훈을 받고 성서 각 본문에서 교인들에게 선포해야 할 메시지를 얻는 것이 설교자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객관화된 신학이론과 진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므로서 신학적인 숙고를 하도록 과제를 제시하는 것까지가 신학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교인들을 위해 “생명을 위한 교훈”을 산출해 내는 것이 설교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인들에게 선포한 그 말씀과 교훈이 생애 한복판에서 열매가 되어 나타나도록 몸을 섞어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목회이며 이런 삶의 모습을 앞에서 보이며 사는 것이 목회자인 것이다.

성경의 오류로 보이는 문제들은 사실상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본문들이 생겨난 상황과 지역과 저자들, 그리고 대상자들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에 근거한 강조점의 “다름”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 모든 “다름”을 후세대의 입장에서 꿰뚫어 맞추어 조각맞추기를 하려고 하면 안된다. “다름”을 인정할 때에 다양성의 일체화를 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를 이루는 일체화의 장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