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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같은 사람어느 시인이 자기 속에는 어린 아이가 산다고 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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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9월 09일 (금) 00:00:00 [조회수 : 2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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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같은 사람
일요일 아침에 마음은 책에 가 있었으나, 몸은 아내가 내민 식탁의 찻잔에 묶여 있습니다. 아내는 갈색 차를 마시면서, 내게는 흰 유리 잔에 암적색 나는 차를 스윽 밀어 줍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차를 한 모금 마시자 너무 시큼해서 그만 내려놓습니다.
"어휴, 셔!"
나이 들어도 신맛을 좋아한다지만 너무 진했거든요. 차의 곽을 보니 사과 맛이 나는 홍차였어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지만, 아내는 느긋하게 대화를 시작하려고 작심한 눈치입니다. 불만이 쌓일 적마다 아내는 대화의 자리로 나를 초대하곤 했습니다. 거실의 소파나 주방의 식탁, 때로는 동네의 양식집인 페터치니로 불러 냅니다. 일요일 모임을 배려해 식탁으로 정한 듯 합니다. 그러면 나는 검사 앞에 선 죄인처럼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순순히 대답해 주곤 합니다. 한두 번 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바 긴장하고 맘을 조립니다. 하지만 슬쩍 건네주는 차 한 잔에 홀연 마음이 느슨해지고 맙니다.
"오늘은 내가 생각을 바꾸었어요. 젊었을 적에는 일일이 잔소리 해 가며 당신을 바꾸려고 했지요. 이젠 얼마큼 당신을 이해하니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기로 했어요. 당신이 무얼 원하는지 알아도 못 들어 주면 나도 가슴이 많이 아파요. 내 몸이 괴로우니 거절해야 하고, 당연히 내 몸을 먼저 생각해야죠."
아내는 장모님 이야기도 한 동안 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을 감지덕지 하며 홀짝 차를 마십니다. 언제 불똥이 다시 옮겨 붙을지 모르니까 살짝 미소도 지어 보이고 모범생처럼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지지직 거리더니 경비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는 게 아닙니까. 아내는 말을 멈추고 나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주민 여러분, 이른 아침부터 방송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차 번호 4972 주인은 속히 내려와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필이면 차 번호가 사구칠이람?' 둘 다 피식 웃습니다.
"차 번호가 4972라고 사고가 날까요? 건물에 4 대신 F라고 하는 것도 이해 못 해요."
합리적인 아내가 곁길로 가는 덕분에 잠시 잔소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아내는 아들 담임이 보낸 편지에 답신을 써 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씽크대 위에 그 편지를 놓고 글상자를 벗어나게 빽빽이 써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읽어 보고는 이렇게 응수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이렇게 차고 넘치죠. 난 이런 당신을 보는 게 지겹고 정말 견디기 어려워요. 글을 써 놓고 스스로 만족스러워 하는 게 어린 아이 같아요. 어느 시인이 자기 속에는 어린 아이가 산다고 했더군요. 마치 당신을 보는 것 같았어요. 자신은 즐겁겠지만, 자기 중심적으로 사는 당신을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나는 집사람을 무척 힘들게 하나 봅니다.
2003-03-29 (일)
[뒷글] 2003년 3월호 '좋은생각'에 붉은 글씨로 쓴 이 일기를 발견하고 옮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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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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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독성 글이었군요. |
| 제가 풀어 쓴다면 첫째는 이젠 잔소리를 줄이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 같고요. 다음은 좀 민감한 건데... 자신의 몸이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좀 이해가 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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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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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갯머리 송사(?) |
“오늘은 내가 생각을 바꾸었어요. 젊었을 적에는 일일이 잔소리 해 가며 당신을 바꾸려고 했지요. 이젠 얼마큼 당신을 이해하니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기로 했어요. 당신이 무얼 원하는지 알아도 못 들어 주면 나도 가슴이 많이 아파요. 내 몸이 괴로우니 거절해야 하고, 당연히 내 몸을 먼저 생각해야죠."
5번을 읽었는데 변교수님 글보다 더 이해를 하기 힘드네요. 새로운 베갯머리 송사인지… 아무튼 아내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사랑의 표시라 보기가 좋습니다. 가을바람이 불면 더 글을 많이 적어야 할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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