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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으면 겸손히 잠잠하라한책의 교회 박경은 목사의 풀어쓴 성서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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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2월 22일 (금) 17:39:36 [조회수 : 3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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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으면 겸손히 잠잠하라
에스더1:2~3, 19
아하수에로 왕이...왕위에 있은지 제 삼년에... 왕후의 자리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 성경의 어떤 역사는 세계사 안에 없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들이 모두 일반 세계사 연대표에서 확인이 된다면 성경의 말씀은 대단히 권위있는 말씀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길 바라는 것은 성경의 권위를 실증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힘있게 강화하고 싶어하는 데서 나타나는 소박한 꿈일 뿐이다. 왜냐하면 성경에 기록된 사건들을 세계사에서 확인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성경의 기록 목적은 신앙을 위한 것에 있다. 따라서 성경상의 사건들은 세계사 안에서 확인이 가능한 역사적 사건을 있었던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에 나타난 사건들을 모두 옛시절에 실제로 발생했던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소박한 소망을 넘어선 근거없는 고집일 뿐이라고 말하게 된다.
• 논박할 근거가 없거든 현명하게 처신하라
그러므로 근거가 없거든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스런 신앙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된 사건이 실제 역사 속에서 확인이 불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는 실제로 발생되지도 않았던 사건이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사건을 통해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믿음을 통해 세계사에 변혁을 가하는 신앙의 능력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편저자들의 영감받은 기록은 바로 이것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증거로 말할 때 근거대며 논박할 수 없거든 겸손하게 잠잠히 받는 것이 현명한 신앙인의 태도이다.
• 실제 역사 안에는 없었던 가공인물, 와스디와 에스더(?)
에스더서를 누가 기록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아직 미해결이다. 9:20에 근거하여 모르드개가 에스더서의 저자일 것으로 생각될 수 있을런지 모르만 에스더서의 저자가 누구인지를 밝힌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저자가 유대인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공통적이다. 이 저자는 바사(페르샤) 제국과 그 나라의 풍속 및 관습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에스더서에 등장하는 페르샤 시대와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과 왕의 이름 등은 이 책이 역사적인 배경에 뿌리를 두고 기록되었다는 신빙성을 갖게 한다. 동시에 저자는 유대인으로서 나라 잃은 망국의 한을 달래면서도 유대 민족주의 색채를 매우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에스더서가 곧 역사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일을 있었던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페르샤 시대의 아하수에로 왕 통치 시절에 와스디라는 왕비도 없었을 뿐만이 아니라 에스더라는 왕비도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스더서에 나오는 왕후 와스디의 폐위사건은 실제로 발생했던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아하수에로 통치시절에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역사에서의 아하수에로에 대한 헬라어 발음은 크세르크세스이며 그의 재위연대는 기원전 5세기 초중반인 486~465로 나타난다. 그 때 분명한 와스디라는 왕후가 폐위되었고 에스더라는 유대인 여자가 왕후로 등위했다는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익숙한 폐비윤씨 사건과 같은 사례로 기록된 왕후 와스디의 폐위사건과 에스더의 왕후 등위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신앙을 위한 역사서? 신앙을 위한 문학작품!
에스더서 자체는 신앙문학에 속하는 문학작품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에스더서는 역사소설에 해당하는 문학작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에스더서는 회당에서 사용되는 두루마리 형태의 글로서 유대교에 의해 일종의 소설류나 설화집에 속하는 이야기로 분류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더서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며 야웨 하나님을 향한 신앙심을 고무시키고자 영감받아 저술한 종교문학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한 때 인기있던 한국 고대 역사 대하 드라마였던 발해 건국사 역사극에서 대조영에게는 실제로는 없었던 대조영의 맏아들 “검”이라는 가공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거란족과 초기 발해와의 사이를 연결시키면서 발해건국 초기의 민족적 웅대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에스더서는 이와 비슷하게 드라마 작가의 사상이 표출된 것과 같은 역사 드라마류의 문학작품이라는 뜻이다.
• 에스더서에 대한 의심의 이유들
이런 이유 외에 몇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서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에스더서에 나타나는 강렬한 민족주의적 색채에 의심을 품고 에스더서의 정경성을 문제시했었다. 종교개혁자들을 비롯한 유대교 당국에서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근거로 에스더서의 정경성을 의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유다 및 예루살렘과 그 곳의 상황에 대한 암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페르샤 지역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에 의해 기록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일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더서는 역사속에서 실제 발생한 사실과 실제 인물들의 자서전을 쓰듯이 기록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대상을 기반으로 기록된 역사화된 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 사건의 실제성이 아니라 역사적, 시대적 배경에 바탕을 둔 신앙의 책
바벨론을 멸망시킨 페르샤는 고레스 칙령을 통해 고향을 떠나 이국 땅에 와서 살던 이민족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스1:1~4).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일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터전의 문제 등으로 고향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일종의 또 다른 타향살이가 될 수 있었다. 이방 땅에서 이룬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고레스 칙령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룬 일단의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옛 왕국을 꿈꾸며 유다로 돌아갔으나 많은 사람들은 살던 나라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창세기의 아브라함 이주 이야기는 바로 이런 시각에서 읽혀질 때 좀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에스더서는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붙잡혀 온 나라에 그대로 머물러 살면서 이민족에게 위협받고 있던 유대인들의 상황이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상속된 야웨 종교의 전통을 빈틈없이 고수했다. 그러자 그것으로 인하여 이들은 남의 눈에 띄게 되었고 때로는 야웨 종교생활이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더서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유대 백성을 인도하시는지를 보여 주므로서 야웨 하나님을 향한 신앙심을 강화시키고 유대인의 정체성을 고무시키기 위한 말씀으로서의 책으로 기록되었다.
다음으로 초기 유대교에서도 에스더서를 유대교 정경에 넣을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긴 시간 동안 논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부림절이라고 칭명되는 절기가 모세의 율법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정통성이 의문시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다량의 두루마리들 중에 에스더서에 대하여 일말의 암시라도 하는 글귀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에스더서는 예루살렘 중심의 정통 유대인 그룹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동방의 페르샤 지역에 끌려가 살고 있던 고난당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 그룹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위해 기록한 신앙의 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약 성경의 어디에서도 에스더를 인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종교 개혁자들도 에스더서를 중요하게 보지 않았고 그 결과로 에스더서에 대한 주석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미 에스더서에 기록된 내용들이 역사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책이 아니라 신앙인들을 위해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된 종교 서적으로서의 한 작품이라고 보았다는 반증이 된다.
더구나 에스더서 어디에도 하나님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덧붙여 에스더서에 나오는 사건들은 당시의 역사적 연대표에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에스더서의 내용들 상당수가 성경 밖의 다른 여러 자료들과도 맞지 않는다. 이것은 에스더서가 동방 페르샤 지역에서 고난당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신앙을 위해 영감받아 기록한 종교문학 작품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 성경은 사건의 사실성 진위 여부에 관심두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에스더서는 역사적으로 실제 발생했던 사실에 근거해서 기록된 책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교나 종교 개혁자들이나 현대의 성서학자들 공히 에스더서에 나타나 있는 사건의 역사적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관심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대로 에스더서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유대인들에게 아하수에로 왕 재위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도하려고 기록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는 에스더서를 통해 나타나는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여기서 에스더서의 기록 목적이 무엇인지를 논하게 되는데 학자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견해와 필자의 입장을 덧붙이면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성서편저자는 자신의 책을 통해 신학과 메시지에 관심한다
현대의 신앙인들은 성경의 사건들이 실제로 역사 안에서 발생했느냐의 여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사람이 왜, 무슨 목적을 갖고 이 책을 기록했던 것인지 그 신학적 사상과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성경의 원천적인 목적이 그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입장에서 에스더서를 보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신학적 사상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로 에스더가 기록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세계 역사 속에서 택하신 백성을 끊임없이 인도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앙심의 고취를 들 수 있다. 에스더처럼 연약한 여인에 지나지 않는 약한 민족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 나오면 심각한 위기와 멸절의 문제를 해결받는다는 메시지를 에스더서가 전달한다. 이것은 바로 부림절의 기원이 무엇이며 부림절이라는 절기가 어떻게 제정되었는지를 통해 명백히 나타난다. 이에 대해 구약학자들은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한다.
다음으로 유대인의 정체성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만 된다는 사상이 에스더서의 기조를 이룬다. 이방인들이 아무리 조직적으로 박해를 가해 온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은혜속에서 이를 잘 물리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유대인들은 이미 곳곳에서 택함받아 쓰이고 있다. 이방 나라에서 이미 일정한 지위를 획득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동족을 위해 쓰임받기 위하여 준비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동족의 아픔을 모른체 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런 일을 자행한다면 하나님은 다른 사람을 들어 쓰실 것이다(4:14). 따라서 유대인은 자긍심을 갖고 유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세째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혹은 사명감에 불타는 소수로 인해 전체가 구원받는다는 신학이 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모르드개의 거침없는 상승이 눈에 띈다. 그러나 에스더의 역할을 소홀히 볼 수 없다. 오히려 에스더가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에스더서의 책명을 에스더라고 한 것은 에스더서의 주인공을 에스더로 보는 견해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스더만으로도 아니고 모르드개만으로도 아니다. 이 두 사람의 약한 자들이 연합하여 페르샤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전체 유대인을 구원했다.
마지막으로 행한대로 받는다는 인과응보적 신학사상과 메시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만의 몰락과 모르드개의 상승이 비교되므로 잘 나타난다.
• 성경은 성서 편저자의 신앙적 사명감이 반영된 책이다
바로 이런 신학과 그에 따른 메시지를 생동감있게, 현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방 페르샤 지역에 살고 있던 영감받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성서저자로서 에스더서를 기록했다고 보게 된다. 에스더서에 헬라어 단어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으며 페르샤 시대의 용어들과 외래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적어도 에스더서의 저술연대는 알렉산더의 동방정복이 있기 전인 기원전 4세기 후반 이전이라고 판단된다.
동시에 제비뽑기에서 유래한 부림절은 페르시야 제국 내의 유대인 말살 음모에서 구출된 사건과 연관된다. 그런데 이 부림절은 마카베오서하 15:36에 처음 언급되는데 마카베오서는 기원전 1세기 초중반에 해당하는 100~50년 사이의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극단적인 대치와 반목에 따른 갈등고조 현상이 기원전 2세기 중엽인 150년 경의 유딧서에 잘 나타나는데 이런 분위기는 에스더서에 나와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므로 에스더서가 부림절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에스더서가 현재의 형태대로 모양을 갖추게 된 때는 대략 기원전 2세기 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에스더서는 아하수에로 왕 당시의 실제 사건을 신문기사 쓰듯 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생명을 주되 풍성히 주기 위한 목적을 갖고 기록한 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 성경의 사건들이 실제 발생한 사건이 아닐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 나타난 사건들이 역사적으로 실증되지 않거나 혹은 일정부분 가공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이에 대해 분개하거나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성경의 목적이 신앙인에게 생명을 공급하기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생명을 공급하는 신앙적인 방법이 반드시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명되는 사건만을 통해서 된다거나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만을 통해서 되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요20:30~31 참조).
성경의 사건들이 모두 한 점 착오없는 역사적 사실이거나 과학적 사실이어야만 권위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창조주 하나님은 시공을 초월하시는 분이시다” 라는 고백은 이미 이런 제한을 뛰어넘는 것이 참다운 믿음이라는 것을 전제한다(요20:29 참조). 그런 믿음을 가질 때 세계사를 변혁시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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