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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오마이뉴스]로부터  '종교인 세금 문제'를 다루는 기획기사 원고 부탁을 받아 작성한 원고 원문이다. 본인이 작성한 원고에 한 해서 [오마이뉴스]는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다.

 한 번도 목사사례비(개신교에선 목사 급여를 이렇게 부른다.)로 세금을 내 본적이 없는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나 있나 싶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목사로 알고 있으니 이렇게 주절대본다.

[목사사례비로 세금 안 내본 사연]

나는 목사사례비로, 즉 목사로서 종교 활동의 대가로 금전적인 급여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9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교회 부교역자인 전도사로 있는 5년 동안 사례비를 받았지만, 세금을 안 내는 관습(?)에 묻혀 세금을 내 보지 않았다. 그땐 솔직히 종교인 세금 문제를 들어보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면죄부(?)가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종교인 세금 문제에 대해 결코 떳떳하지 못한 사람인 듯하다.

그래도 7년 전엔 교회를 개척해서 교회를 운영했던 명색이 목사였지만, 처음부터 사례비를 받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몇 안 되는 교인들이 가난해 헌금이 나올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겠지만, 어쨌든 교회를 빨리 키워 사례비를 받을 생각조차 없었던 것은 나의 진실이었다. 지금도 그때 품었던 생각엔 후회가 없다. 

그래서 교회 개척 초기에 교회와 ‘일죽자원봉사문화센터(‘더아모의집’의 이전 공식 명칭)’를 운영하면서 막노동, 학습지교사 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가 대견스러운 것은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받은 100만원 조금 넘은 액수로 가정도 꾸리고 교회와 봉사센터도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어려운(?) 교회와 사람들에게 30~40만원의 후원금까지 보냈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사람들은 다들 신기하다고 했지만, 마음먹으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원금 보내는 일에 나의 아내가 흔쾌히 승낙하고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니까 몇 명 되지 않는 교인이 낸 헌금은 전액 좋은 일 하는 데 쓰였던 셈이다. 그나마도 가난했던 교인들이라 십일조도 내지 못했으니 매월 헌금 액수로 보면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또박또박 내었던 나의 가정이 제일 많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후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형편이었지만, 순전히 목회자 사례비를 전혀 생각지도 않고 스스로 벌어서 생활한 덕분이었다. 

[종교인다운 종교인이 되려면 금권과 교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그러다가 교단 지상주의와 교권주의에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그나마 방패막이였을지도 모를 교단마저 탈퇴하고 자유 교회(‘독립교회’라고 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 유수한 ‘독립교회’들이 합쳐 만든 ‘독립교회 협의회’가 있어 자꾸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로 나섰던 게 목사 안수를 받고난 직후였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교회로 나선 것이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사람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진정으로 종교인다운 종교인이 되려면 교권이나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교회를 처음 개척할 때도 목사사례비를 받지 않으려고 한 것은 교인들로부터 급여를 받는 목사로서 자유롭지 못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교인들의 눈치나 살피거나 시류에 편승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목사들의 삶을 보며 느낀 나의 생각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순전히 나의 콤플렉스 중 하나라는 것, 젊은 날의 객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과감하게 그렇게 행동했다.

그리고 목사를 무슨 하나님의 종이라느니 성직자라느니 하면서 특별하게 구분해서 받는 특권을 처음부터 자진해서 포기하려는 가상한 나의 생각이 한몫을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사실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어려움이었고, 또한 가상한 일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나의 배경이 이랬다는 걸 말해야 나의 말이 힘을 얻을 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지나간 역사를 들먹여 보았다.

[목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 없이 세금 문제 해결하기는 어려울 듯.]

말 나온 김에 목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목사를 특별한 존재나 성스러운 존재나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하나님의 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한국의 대부분의 개신교에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나는 지인들에게도 늘 말해왔지만, 목사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전문 종교인 정도가 좋겠다. 소정의 개신교 신학을 이수하고 목회 실습을 거친 종교전문가 말이다. 

사실 한국교회에서 목사를 바라보는 교인과 목사의 인식의 전환 없이는 목회자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교회가 세금을 제대로 내는 문제를 고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국의 평범한 교인들에게 물어보라. 목사가 세금 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불경스러운 일쯤으로 생각하는 교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실감할 것이다.

[세금 내는 게 오히려 더 당당해지는 지름길.]

이쯤하고 목사가 세금 내는 문제로 돌아 가보자. 솔직히 이제 세금 낼 때도 되었지 않은가. 세금을 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는 문제로 계속 사회에 회자되는 것이 쪽팔리지 않은가. 지나간 시대에는 어떤 명목으로든 목회자 세금이 감면되었다면, 이젠 바뀔 때가 되었다. 사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수입이 있으면 세금을 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확실한 대답이 어디 있는가. 

목사 세금 문제를 놓고 계속 버티는 목사들을 향해 일반 국민들이 뭐라 하겠는가. “에구 목사 XX들이 또 지 밥그릇 안 놓으려고 지랄들이네.”라고 하질 않겠는가. 이제 목사도 세금 내고 당당해져라. 솔직하게 자진해서 세금을 내겠다고 하면 오히려 목사의 주가(?)도 올라 갈 것을. 왜 그리 추한 모습을 자꾸 보이는 지.

적어도 ‘전문 종교인’이 되려면 세금과 관련한 상식선에서도 흠이 없어야 할 것이다. 개신교에서 말하는 성직자라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렇지 않은가(목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의 시각의 차이가 확연하게 있음을 인정한다). 

목사를 성직자라고 부르든 전문종교인이라고 부르든 일반인들과 굳이 구분이 되려면 이 사회에 평화와 정화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만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니었던가. 그거 하기 싫으면서 왜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을까. 부를 치부하는 종교인이 되고자 했다면 목사 때려치우고 진작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 시대의 서민들처럼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게 차라리 솔직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거듭 말하지만 목사도 세금 내는 게 그나마 이 사회에서 뜻있는 ‘쓴 소리’를 한마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떳떳하고 당당해지는 길임을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은 정식으로 교회도 하지 않고 교회나 교회개혁에도 관심이 별로 없어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이라는 뜻 하나로 이어가는 초라한 시골 흙집의 목사로서 괜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 같지만, 목회자 세금 문제는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납세의 형평성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사회 전체적 문제이기에 부탁받은 것도 있고 해서 이렇게 지껄여 보았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