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로 서울을 상징하던 숭례문이 불탔고 그 원인은 방화이었으며 범인은 뜻 밖에도 일흔이 다되신 노인이시다. 그리고 이웃 집 아주머니의 전언에 의하면 그는 착하고 다정하고 섬세한 분이었다.

그는 일산의 본인 소유의 땅에 대한 보상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 불만으로 인하여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지른 경험이 있다. 방화를 통하여 하소연도 하고 문제의 해결을 원했지만 오히려 벌금만 일천만원이 넘게 물게 되었었다. 이에 앙심을 품고 경비가 허술하고 접근이 용이한 숭례문에 또 다시 방화를 한 것이다.

이번 화재와 방화범을 보면서 필자가 어린시절에 불장난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섯 살쯤 되던 해에 인천 앞바다 섬 대부도 남리에 있던 집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다가 안방 뒤 굴뚝 부근에서 불장난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조그마하게 타다가 갑자기 뒷산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겉잡을 수없게 번져나가자 숙부께서 어디선가 나타나셔 소나무 가지 꺾어 진화를 하였고 나는 귀싸대기 한대 얻어맞고 깜깜한 광에 갇혀서 벌을 받은 기억이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불장난은 애정갈구 현상으로 본다.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일을 만드는 것이요 이는 곧 사랑을 달라는 것이다. 이 사랑의 결핍은 프로이드에 의하면 구강기에 형성되고 또 고착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은 입술과 혀 등의 성감대를 통하여 쾌감에 해당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충족해야만 하는데 젖꼭지를 물고 젖을 먹는 이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안 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빤다든지 하거나 후에 성장하여 금품을 훔치거나, 불장난 등을 하게 되고 심해지면 담배중독 알코올중독 오락중독 도박중독 포르노중독 섹스중독 마약중독 등에 빠지게 된다.

쾌감을 달라는 것이다. 사랑을 달라는 것이다. 관심을 달라는 것이다.

젖먹이 때에 어머니하고의 주고받은 관계가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평생을 두고 따라다니며 괴롭힐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한다.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멘스 때마다 물건을 훔치다가 파출소를 들락날락 한다든지, 아니면 며칠간 먹지도 않고 게임만 하다가 사망한 청년의 경우라든지, 간암과 폐암이 오는지를 뻔히 알면서 술로 담배로 자기 몸을 괴롭히는 경우라든지, 잘나가던 인재가 도박에 빠져 공금 날리고 해직되어 파멸의 수렁에 빠진 경우라든지, 모든 문제를 섹스로 해결하려고 하루에도 수차례 성관계를 갖는 경우라든지, 공부 잘하던 학생이 포르노에 중독되어 성적이 급강하 한 경우라든지 주위에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이러니 어머니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물론 여성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의 형성이 어린시절에 이루어지고 이는 일생동안 매우 중요한 의미를 준다는 말이다. 이번 국보 1호에 대한 방화도 결국에 가서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의 행위이며 매우 과장되고 전략적인 반사회적 범죄로 볼 수 있다.

토지보상대금으로 5억을 받아야 하는 데 1억 밖에 못 받게 되었을 때 이를 화해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작동되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하고 동시에 이를 방화로 해결하려는 심리에 대하여 그 원인을 깨달을 수 있도록 치료하는 시스템 또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수립되었으면 좋겠다. 심리상담치료자들이 필요하고 또 양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