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사람이 묻는다. “목사님, 한가한 시간에 뭐하고 지내세요. 너무 심심하지 않으세요?” 그의 질문은 혼잡한 서울 생활에 익숙한 목사가 갑자기 변한 한가한 시골 산속 생활에 불행해하지는 않나 걱정 돼서 한 말이다.
 
그러나 난 지체 없이 대답한다. “아니요. 전혀요. 책 읽을 시간이 많아 행복해요.” 대답을 해놓고 보니 정말 정답이다 싶다. 예전에 하지 못했던 것이 책읽기였다면, 지금은 그 시간이 너무 넘쳐 좋다.

아무리 산속이라 해도 문명의 이기는 너무 날 신나게 만든다. 책을 인터넷에서 비교하여 가장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것도 주문을 하고 하루만 지나면 들돌같이 책은 배달된다.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음이 너무 행복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대처하며 사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 요새 잘 나가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이미 인터넷에서 회자하는 스토리인 것 같은데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크리스틴이라는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는 남편이 결혼 선물로 사준 승용차를 몰고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다른 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당황한 나머지 차에 앉아 울고 말았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다가와 묻는다. ‘부인 괜찮으세요?’

크리스틴은 울먹이면서 말을 잇는다. “이 차는 내 남편이 준 결혼 선물이에요. 남편이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대편 노신사는 그녀를 위로한다. “저런, 괜찮을 거예요. 남편이 이해해 줄 거예요.” 몇 분간 대화를 나눈 후 노신사는 말한다. “보험 정보만 교환하고 각자 갈 길을 갔으면 좋겠는데요. 보험증을 보여 주세요.”

“보험증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의 대답에 노신사는 말한다. “아마 자동차 앞좌석 서랍에 있을 거예요. 열어 보세요.”

크리스틴은 서랍을 열어 자동차 등록증과 보험증을 꺼냈다. 그때 보험증서 안에 있는 작은 메모가 눈에 띄었다. “여보,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차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해요.” 멋쟁이 남편의 모습이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크리스틴처럼 환경이나 물건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것 때문에 속상해하고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불행해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남편처럼 우리 하나님은 그런 것은 그저 도구로 사용할 뿐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신다.

우리는 이 겨울에 불이란 걸 때 방을 덥히고 방을 덥혀야만 체온을 유지하여 살 수 있다. 같은 불로 방을 덥히지만 방을 덥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아하게 가스로 할 수도 있고, 연탄으로 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사람들은 삶의 질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 그런 것이 삶의 질의 차이일까. 아니다. 삶의 질은 그런 물질적인 요소에 있는 게 아니라 정신적 차원에 있다. 그러니까 주변이나, 상황이나, 보이는 세계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 자아의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