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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준관 총장, "신학교육의 실험은 계속된다"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공동교수법 대안교회 모형 만들기 1단계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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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03일 (금) 00:00:00 [조회수 : 4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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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엔조이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엔조이와의 기사교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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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교수법'과 '대안적 교회 모형 만들기' 등 혁신적인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은준관)가 첫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실험의 중심에는 평생 교회교육을 가르치고 교사대학을 좇아다닌 은준관 총장(7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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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회자 교육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집을 담보로 대출하고 연금까지 털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세운 은준관 총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
| 교수직 은퇴와 동시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은 총장을 5월27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만났다. 그는 첫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고무되어 있었다. 앞으로 펼칠 학기별 강의 방향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앞으로 그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캠퍼스에서 교회 현안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제를 개최하고, 평신도지도자 과정 등을 개설할 계획이다.
기자 :
한국 교회의 병폐 가운데 하나가 목회자의 질 저하이며, 이는 수준 이하의 신학교 교육이 원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실험이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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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교육, 희망은 있다"고
말한 은준관 총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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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학기는 신학적 기틀을 잡는데 주력했다. 한국 교회의 현실을 △종교사회학 △교회론 △목회신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바람직한 교회 모형을 만들었다. 종교사회학에서는 한국 교회가 사회에서 외면 받는 이유를 물었다.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독선적이어서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교회론 강좌는 교회가 제도나 건물,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점을 밝히고, 교인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통치 경험하고 감격하면서 다시 오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목회신학 시간에는 목사가 중심인 교회에서 교인 전체가 바로 서는 공동체로 어떻게 탈바꿈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기자 :
첫 학기를 평가한다면.
실천신학대학원의 특징은 팀티칭(공동교수법)에 있다. 과목마다 최근 학계의 흐름에 밝은 젊은 교수와 관록이 붙은 석좌교수, 여기에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목회자가 임상교수로 참여했다. 이들은 15분씩 그날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고 상호 평가하며, 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다. 다른 과목 교수들도 모두 수업에 동참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학생과 교수 전원이 수업에 참여했다.
우리는 이번 학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수업 방식이 120%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기존 신학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집단 교육은 생각조차 안한다. 주변에서도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염려했다. 팀티칭을 쉽게 도입했다가 교수끼리 과다 경쟁으로 싸움까지 나는 경험 때문에 외국에서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를 열기 전부터 교수끼리 충분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생들도 목회 잘하는 기술을 배우러 왔다가 새로운 교육 방법에 놀라고 있다.
기자 :
앞으로 어떤 교육 과정을 밟는가.
올 가을 학기 때는 '부름 받은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배운다. 예배학과 설교학, 교회건축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예배와 설교의 역사를 살펴보고, 새로운 예배 모형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여기에 정시춘 대표(정주건축연구소) 등 교회건축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회건축이 예배와 교회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세 번째 학기 때는 '세움의 공동체'를 주제로 수업한다. 교인이 성서를 바르게 이해하고 주체적인 신앙인이 되는데 필요한 목회자의 역할을 집중 탐구한다. 어린이교회, 청소년교회, 청년교회 등 교회 안의 작은 공동체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검토하고, 각자의 교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발표한다. '작은 공동체 운동'을 먼저 시작한 독일교회 등 다양한 세계교회사적 흐름도 비교한다. 여기에 박동규 소장(한울경영연구소) 등 경영과 행정 전문가를 불러 교회에 적합한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마지막 학기 때는 '보내는 공동체'를 주제로 선교신학과 사회선교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 한국 교회의 선교가 어떤 점에서 한계에 봉착했는지, 어떤 교회들이 건강한 사회선교 모델을 지녔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북한선교나 농촌목회 등 한국 사회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교회의 과제를 살피고, 자기 교회에 적합한 모형도 만든다.
기자 :
어떤 비전을 품고 학교를 세웠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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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총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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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대학에서 교회교육을 가르쳤고, 전국을 돌며 교사대학을 1천 번 이상 참여했다. 다른 강의는 몰라도 교사대학만은 거절하지 않을 만큼 교회교육에 열정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주일학교가 죽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교회교육에 평생을 던진 사람으로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내가 무엇을 잘못 가르친 것인지, 혹시 내가 사기를 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40년 전 웨스터 호프라는 교회교육학자가 미국 교회의 주일학교가 죽었다고 말한 일이 있는데, 10년 안에 그대로 됐다. 그는 '교사가 교육의 중심이 되어 열심히 할수록 교육은 죽는다'는 간단한 말로 이 현상을 명쾌하게 꿰뚫어 보았다. 호프는 교회학교를 포기하고 가정교회나 사회참여를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기존의 공교육 시스템을 교회에 도입하면 신앙공동체는 깨질 수밖에 없다는 호프의 견해를 받아들였으나, 그의 결론은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그와 논쟁을 벌였다.
교회학교를 포기한 그에게 나는 공교육 시스템으로 바뀐 교회 제도를 교회 내 작은 공동체로 바꾸는 길이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교회학교 대신 어린이교회, 청소년교회, 청년교회 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모(母) 교회와 유기적인 결합을 하면서 작은 공동체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해야 교회 교육이 산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움직였다. 30년 터울로 한국 교회도 호프가 예견한 서구의 길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교회마저 그렇게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교회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들의 목회관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자 :
교육 현장에서 고민을 해결하려다 대학까지 만든 것인가.
1992년 안식년을 맞아
6개월간 미국교회 현장을 돌았다. 그때 쓰러져 가는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목회자 재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신학교를 세우는 꿈을
꾸었다. 한국에 돌아와 이런 생각을 밝혔더니 '한 자리를 달라'는 사람만 모여들어 6개월 만에 대학 설립 안을 자진 철회했다. 대신 그때부터
6년 동안 바른 교회상에 대한 이론을 정리해 <신학적 교회론>과 <실천적 교회론>(이상 대한기독교서회 펴냄)을 출간했다.
2002년과 2004년 몇몇 교회에서 '교회 내 작은 공동체'에 대한 내 이론을 실험할 기회가 생겼다. 담당 목회자나 교사가 예배 혹은 모임의 운영 계획안을 준비하는 것은 기존 교회와 다르지 않지만,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아이들의 동의 없이 진행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아이들과 공동으로 디자인했다. 예배 인도는 아이들이 하고, 기도문도 공동으로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담당 목회자의 리더십 때문이다. 목회자가 자기가 주도하려는 욕심을 조금만 포기하면, 아이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변한다. 은퇴할 즈음 손인웅, 옥한흠, 유경재 목사 등에게 10년 동안 묵혀놓은 꿈을 내놓자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1백여 교회가 지원해서 실천신학대를 세울 수 있었다.
기자 :
설립하면서 사재는 얼마나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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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 총장은 실천신학대학원을
통해 한국 교회를 재점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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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원 정도밖에 내놓지 못했다. 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하고, 적금과 연금을 내놓았다. 회사를 경영하는 동생이 5억 원을 투자(?)했다. 사실 자랑할 게 못된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주고 있다. 특히 고마운 사람은 재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넉넉한 마음으로 동의해 준 아내다. 처음에는 인생 말년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더니 나중에는 할 말이 없었는지 다 가져가시라고 하더라. 하나님이 아실 거라면서.
기자 :
홍보에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사실이다. 우리의 수업 방식을 최소한 한 학기 동안 테스트해 본 뒤에라야 남에게도 알릴 수 있지 않겠나.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한국 교회에 대한 우리의 문제제기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감할지도 의문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자화자찬하는 격이 될까봐 부담스럽다. 그래서 여러 목사님들에게 대강의 흐름만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관심을 보이는 정도에서 그쳤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학교 공간을 활용하고 우리의 교육 내용도 알릴 생각이다. 월요일만 수업하기 때문에 나머지 요일에는 다양한 용도로 학교 건물을 이용할 생각이다. 다양한 교회 문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원로목사를 초청해 그들의 견해도 듣고 후원도 당부할 계획이다.
기자 : 교회 경영도
가르치는데, 학교 경영은 합리적으로 되고 있다고 보는가.
최대한 긴축 운영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정원 1백 명이 다 차면 수지가 딱 떨어진다. 학교운영은 당분간 등록금에 의존하고, 후원금은 건축하면서 진 빚을 갚는데 쓴다. 교육의 질 때문에 문을 열었는데, 상황이 어렵더라도 교육 철학을 훼손하면서까지 학교를 키울 생각은 없다.
교수들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박영신, 이형기 등 석좌교수들과 젊은 학자들은 교단이나 교회의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한국 교회를 진단하고 목회자를 교육한다는 뜻에 의기투합했다. "돈은 얼마를 줘도 좋으니 불러만 주면 끝까지 하겠다"고 말한 교수들에게 감사한다. 박영신 교수는 지금 계획대로 교육하면 4년 뒤에는 우리 학교만의 학풍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교수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기자 :
공부보다는 학위를 위해 오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학위 장사를 하려고 학교를 만들지 않았다. 창조적 소수를 만들어 한국 교회를 변화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학교를 안하면 안했지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 : 평신도 지도자를 교육하지 않고 목회자의 의식만
바꾸면 교회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신학교에서 운영하는 평신도 지도자 교육이 수익 사업으로 전락했다. 제대로 된 평신도 교육 과정을 개설할 계획은 없나.
수강생 중에는 장로 등 평신도 지도자들과 함께 교육받고 싶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첫 학기를 테스트하지 않은 채 외연만 확장할 수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가능성도 보이고 평신도 지도자 교육과정을 개설할 자신도
생겼다. 우리 교육에 대한 확신이 교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뉴스엔조이 기사교류/2005.6.2 주재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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